“수십 년 모은 돈인데.. 죽고 싶다”
30일 전주 중앙상가에서 만난 상인 김모(63)씨는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이곳 상인들과 2년 넘게 거래한 G대부업체 대표 박모(47)씨가 돈을 몽땅 챙겨 잠적했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김씨는 “노후자금으로 모은 5000만원을 하루아침에 날렸다”며 “자식들 보기 미안해 죽고 싶은 심정이다”고 눈물지었다.
인근 상인들 역시 장사를 놓은 채 삼삼오오 모여 하소연을 하고 있었다. 몇몇은 가슴을 치며 통곡을 하기도 했고, 또 다른 이들은 “그게 어떤 돈인데”라고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또 다른 피해 상인 임모(67)씨는 “막내아들 결혼자금을 마련하려고 친척들에게 돈을 빌려 2억을 넣었는데 전부 사기였다”며 “결국 가게를 내놨다. 없는 사람들에게 이게 무슨 짓이냐”고 울분을 토했다.
피해 상인들은 “박씨가 평소 ‘이모’라고 부르며 얼마나 잘 했는지 모른다”며 “예금 유치도 처음에는 의아했지만 약속한 이자가 나오는 것을 보고 믿게 됐다”며 고 입을 모았다.
이날 중앙상가에는 사기 피해를 입은 사람들의 한숨과 울분만이 감돌았다. 상인들의 말을 종합하면 박씨는 2017년에 대부업 등록을 한 뒤 하루 1~5만원씩 100일을 넣으면 예치금과 이자 3%를 즉시 지급하는 방식으로 예금 유치에 나섰다.
이 같은 ‘100일 상품’을 통해 상인들과 수년간 신뢰를 쌓은 박씨는 올해 초 ‘고액 유치 시 매달 10% 이자’ 이벤트를 시작했다. 현금과 수표로만 투자가 가능하다는 말에 수상함을 느낀 상인들은 처음에는 거부했으나 예상과 달리 투자자들에게 수익금이 매달 지급됐다고 한다.
이를 보고 아쉬움을 느낀 다른 상인들을 대상으로 박씨는 “10%까지는 못 해드리고 마지막으로 7%짜리 상품을 하나 가져왔다”며 홍보를 벌였다고 한다.
피해 상인 전모(75)씨는 “월 10%는 말도 안 되는 높은 금리인데다 현금으로 달라고 해서 처음에는 안 속았다”며 “하지만 투자한 사람들이 수익금을 꼬박꼬박 지급받는 것을 보고 ‘마지막 7%이벤트’에는 사람이 우르르 몰려들어 나도 당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어 “그 이후로 밥도 제대로 못 먹고 있다”며 “손이 덜덜 떨리고 가슴이 답답해서 장사하다가 정신이 아찔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고 호소했다.
이곳 중앙시장에서만 상인 절반가량이 이 같은 피해를 입은 것으로 파악됐다. 현재까지 확인된 피해금액만 300억원 가량이며 경찰 수사가 진행되면서 피해 규모는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경찰 관계자는 “고소인 등을 상대로 정확한 피해 규모를 조사 중”이라며 “잠적한 박씨를 추적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씨는 지난해 11월 인천에서도 비슷한 수법으로 범행을 저질러 사기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그는 최근 열린 공판에 출석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장세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