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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관, 박물관, 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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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관, 박물관, 도서관
  • 전민일보
  • 승인 2020.05.27 09: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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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엔 고을마다 문학관이 우후죽순 격으로 생겨난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우리 주변에 훌륭한 문인들이 많다는 점에서는 반가워할 일이지만 이게 진정 바람직한 현상인지 생각해 볼 일이다.

우선 우리 전라북도의 경우만 하더라도 고창의 '미당문학관', 부안의 '석정문학관', 김제의 '아리랑문학관', 군산의 '채만식문학관', 전주의 '최명희문학관', 남원의 '혼불문학관', 무주의 '김환태문학관' 등이 있다.

지방자치가 되면서 멋대로 문학관을 설치하고 있어서 남발이 아니냐며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어떤 수준의 문인이어야 문학관을 지을 수 있는지, 일정한 규정도 없다. 지역마다 수십 억 원의 예산을 들여 문학관을 짓고 있고, 해마다 운영비를 지원해 주어야 한다.

문학관의 긍정적인 면도 없지는 않지만, 문학관은 해마다 국민의 혈세를 퍼부어야 하는 돈먹는 하마가 되기도 한다.

우리나라엔 아직까지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문인은 한 사람도 없는데 문학관은 자꾸 불어나고 있다. 유명 문인의 이름이나 호를 내세워 꼭 거창한 문학관을 짓는 게 바람직한 일인가 생각해 볼 일이다.

나는 지난해 6월 동유럽 4개국 문학기행을 다녀온 적이 있다.

그러나 그곳에서는 개인 이름을 내세운 '문학관'이 아니라 '박물관'이 있었다.

「유리알 유희」란 작품으로 1946년에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헤르만 헷세는 그가 살던 조그만 아파트를 박물관으로 만들어 그곳에 헤르만 헷세와 연관이 있는 유품들을 전시해 놓고 관광객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역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괴테 생가는 1951년에 원형을 살려 복원했는데 자유독일문화재단이 그 건물을 사들여 일반에 공개하고 있는데 해마다 10만 명이 찾는다고 한다. 생가 곁에는 괴테박물관, 그래픽 전시관. 특수도서관, 필적보관소 등이 있었다.

체코가 낳은 세계적인 문호 프란츠 카프카박물관도 둘러보았다. 그 박물관 역시 그가 살던 집이다. 그 박물관에는 카프카의 저서, 글과 편지, 가족사진, 등이 전시되어 있었다.

또 기념품 숍과 카프카 서점도 있었다. 그 박물관 앞에는 체코지도 모양의 받침대가 있고 그 받침대에는 오줌싸개 동상이 세워져 있었다.

또 정신분석학의 창시자 프로이트 박사를 기리는 프로이트박물관은 그가 생전에 병원으로 사용했던 건물을 리모델링하여 관광객들에게 공개하고 있었다.

엘리베이터도 없는 5층 건물의 2층인데 계단과 전시실이 좁아서 관광객 한 팀이 둘러보고 내려와야 다음 팀이 올라갈 정도였다.

그 나라들이 우리나라보다 가난해서 그럴까? 그 나라들이 우리나라보다 문인을 소홀히 여겨서 그럴까? 그들의 검약정신을 본받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의 문학관에 가면 거의 모두가 주인공의 저서와 문예지, 그 문인의 유품 등이 전시되어 있고, 작가의 다양한 사진을 크게 확대하여 전시하고 있다. 문학관마다 부대행사를 열어 관광객들을 끌어 모은다.

우리나라는 우선 문학관 건립기준을 마련하는 일이 시급할 성싶다. 그래야 개나 걸이나 지방자치단체가 멋대로 많은 예산을 들여 문학관을 마련하지 못할 게 아닌가?

아니면 동유럽처럼 유명 문인이 살던 집을 박물관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본받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그것도 아니라면 문학관 대신 도서관을 짓고, 그 도서관 한 쪽에 문인자료관을 만들어 전시하면 좋을 것 같다.

이왕이면 문학관, 음악관, 미술관을 독립시킬 일이 아니라 도서관 안에 모두 입주시키면 좋지 않을까?

김학 수필가

※본 칼럼은 <전민일보>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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