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주유소는 ‘황금알을 낳는 사업’ 중 하나였다.
주유소 사업을 시작하기만 하면 돈을 번다는 공식으로 주유소가 우후죽순으로 생겨났으며 1995년 주유소 거리제한이 폐지되면서 1991년 전국에 3400개였던 주유소가 과잉경쟁으로 인한 경영난에도 불구하고 2018년말 기준 1만 3865개에 이르고 있다.
주유소의 증가는 다양한 환경오염문제를 만들기 시작했다. 한 사례로 주유소의 기름유출이 주변 미꾸라지 양식장에 피해를 준 사건이 있다.
주유소의 토양오염은 유류저장탱크와 배관에서의 유류 누출 등으로 발생하고 있으며 환경부가 매년 조사하는 오염도검사 결과에서 일부주유소가 토양오염우려기준을 초과하고 있다.
발전에 치중해 환경에는 소홀해졌었던 우리의 지난 과거를 돌이켜보면 오염문제는 예측가능한 수순이 아니었을까?
유류오염사고는 토양의 1차 오염뿐만 아니라 지하수층에 침투할 경우 넓은 범위로 확산 돼 장기간 잔류하면서 2차 오염을 일으키고 사람과 생태계에 지속적인 피해를 준다.
또한 복원 기간은 수년에서 수십 년이 소요되며 복원 비용(주유소 300평 기준 1억 원)은 상상을 초월한다. 따라서 토양오염관리는 발생 후 처리보다 사전예방이 중요하다.
이와 관련 환경부에서 시행하고 있는 제도 중 하나가 2006년부터 시작된 ‘클린주유소’이다. 클린주유소란 이중벽탱크, 이중배관, 흘림 및 넘침방지시설, 누유감지 및 경보장치 설치 등으로 오염물질의 유출을 방지하고 오염확산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친환경주유소를 말한다.
클린주유소의 장점은 토양오염을 사전에 방지하고 유류로 인한 토양오염 시 막대한 복원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에서는 클린주유소 설치 후 15년간 오염도검사 면제와 더불어 클린주유소 초기설치비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융자사업과 공제 혜택도 제공해주고 있어 장기적 관점으로 친경제적인 착한 주유소라고도 할 수 있다.
클린주유소는 2019년 말 기준 전국적으로 1006개소가 운영되고 있으며 전북도에는 30개소가 운영되고 있다.
토양환경보전을 위한 업계의 자발적 협약(2013년 3월)에 따라 매년 기존의 일반주유소에서 클린주유소로 지속적인 설치·전환이 진행되고 있다.
2006년에 제도가 시행된 이래 클린주유소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은 고무적이나 전라북도 지역의 2018년 말 기준 클린주유소 지정비율(2.8%)은 전국(7.5%)에 비해 낮은 편으로 향후 활성화되길 기대한다.
최근 주유소는 복합문화공간으로 변화하고 있다. 주유소 옆에는 드라이브스루를 활용한 카페, 패스트푸드점과 레스토랑, 택배점을 같이 운영하며 경제적 시너지 효과를 얻고 있다.
클린주유소의 친환경적인 이미지를 이런 공간과 결합한다면 클린주유소의 신규 설치·전환이 증가하고 시민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을 것으로 예상한다.
인간과 생물의 삶의 터전은 토양이다. 환경의 근본인 토양은 수분저장, 탄소순환 등 물질 순환기능 뿐만 아니라 수질·대기의 질을 높이는 중요한 인자이다. 토양은 1㎝가 생성되는 데만 200~500년의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소중한 토양이 오염되지 않고 현세대와 미래세대가 함께 누릴 수 있는 조그만 실천 방법은 클린주유소의 이용이 아닐까 한다.
시민분들이 주유소에 가실 때 클린주유소 현판이나 문구를 보게 된다면 ‘환경을 생각하는 주유소구나’하고 한 번쯤 생각해주시길 바란다.
마지막으로 주유소 사업자와 주유소의 인허가 기관, 주유소협회 등 관련기관에서도 클린주유소설치 및 확산에 많은 관심을 가져주기를 기대해 본다.
정복철 전북지방환경청장
※본 칼럼은 <전민일보>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