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3조 8000억 원 '재난관리기금' 활용 허용
전주시 53만 원 등 현금 지원 범위 달라 형평성 논란
'전국민 재난기본소득' 가이드라인 제시 필요성
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지면서 이른바 '코로나 보릿고개'를 넘기기 위한 각종 현금성 지원 정책이 쏟아지고 있다. 당장 생계를 걱정하는 이들의 숨통을 트이게 한다는 점은 환영이지만 정책이 지역별로 차이를 보이면서 수혜자 입장의 형평성 논란에 대한 우려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24일 전북도 등에 따르면 정부가 전국 지방자치단체에 조성 돼 있는 3조 8000억 원 규모의 '재난관리기금'을 취약계층 생계비 지원에 쓸 수 있도록 지시했다. 평상시 재난 예방이나 응급 복구로 용도가 제한 돼 있던 재난관리기금의 이용을 한시적으로 허용한 것이다.
재난관리기금 빗장이 열리자마자 전북도는 그간 적립해 둔 재난관리기금 예치금 330억 원 중 100억 원을 풀기로 했다. 정부 발표 이후 전국 최초로 나온 발 빠른 대응이다. 도는 이와 별개로 ‘재해구호기금’ 300억 여 원 중 일부에 대한 활용 여부도 고심 중이다.
코로나19로 생계가 곤란해진 가구를 위한 생활지원금 정책도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전국에서 가장 먼저 생활비 보조를 도입한 지자체는 전주시다. 전주시는 지난 13일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5만 여 명에 대해 긴급생활비로 1인당 52만 7158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도내서 가장 먼저, 그리고 현재까지 가장 많은 코로나19 확진자(5명)가 발생한 군산시는 소상공인 지원에 나선다. 안정적인 경영을 돕기 위해 전기·상하수도·도시가스 등 공공요금 60만 원을, 확진자 방문 점포에는 월 임대료 200만 원을 지원한다.
환자 4명이 발생한 전주시보다 앞서 소비 심리 위축이 시작된 군산시의 경제적 타격이 더 심하게 와 닿을 수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재난기본소득 혜택을 받지 못하는 군산시민들은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전북지역 말고도 서울시는 중위소득 100% 이하 117만 7000가구에 각 30~50만 원을, 강원도는 소상공인과 기초연금·실업급여 수급자 등 30만 명에 인당 40만 원씩을 지급하기로 했다. 충남은 소상공인·저소득층 15만 명에 긴급생활안정자금 명목으로 100만 원씩을 지원한다.
특히 울산 울주군과 경기도는 소득 기준 없이 모든 주민을 대상으로 인당 10만 원 씩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하기로 결정하면서 ‘퍼주기 경쟁’에 불이 붙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자체마다 앞 다퉈 긴급생활비나 보조금 지원에 나서면서 중앙 정부의 어깨도 덩달아 무거워지고 있다.
상황이 급박하다보니 각 지역마다 우후죽순 식으로 주민 챙기기에 경쟁적으로 나서는 모양새다. 다만 재원이 적은 곳은 혜택이 적을 수밖에 없는 ‘부익부 빈익빈’으로 인한 형평성 논란이 불거지자 정부 차원에서 일원화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된다.
경기도나 경남도 등 일부 지자체는 전국민에게 1인당 100만 원씩의 재난기본소득을 보장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총선을 바로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 차원의 '현금지원'이 선심성 '현금선물'로 비춰지면 논란을 피할 수 없게 된다.
한 지역정가 관계자는 “처음에는 생계곤란자를 도우려던 생활비 지원이 지자체별로 경쟁이 붙으면서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재난기본소득까지 확대됐다”며 “총선을 앞둔 정치권에서는 포퓰리즘으로 비춰질 수 있는 만큼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지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