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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병의 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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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병의 경제학
  • 전민일보
  • 승인 2020.02.13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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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세상을 뒤흔들고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전파는 시장에서 시작되었고 시장에서 끝날 것이다.

속설로는 이 바이러스가 사람에 퍼지기 시작한 것은 박쥐 한 마리가 시장에서 거래되면서였으며, 수산물 시장이 발원지라고 한다.

이 바이러스를 무력화하는 백신이 개발되고 생산되어 유통되면 사태를 진정시킬 수 있을 것이다. 백신이 개발되려면 최소한 몇달은 걸릴 것이다.

감염병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어렵지 않게 생각해볼 수 있다. 사람들의 이동과 활동이 제약 받는다. 해외여행이 줄어들고 국제무역도 위축된다. 환자치료와 공중보건 비용이 늘어난다. 환자와 사망자로 인한 생산감소도 발생한다.

글로벌 스케일로 확산되는 감염병을 범유행병(pandemic)이라 부른다. 2006년에 호주국립대학의 연구자들인 매키빈과 시도렌코는 범유행병인 독감(influenza)을 전염율과 치사율에 따라 1968년 홍콩독감과 같은 가벼운(mild) 경우, 1957년의 아시아독감과 같은 보통(moderate) 경우, 1918년의 스페인독감과 같은 심한(severe) 경우로 나누어 분석하였다.

이를 기반으로 2008년에 세계은행의 연구자들이 발병 첫해에 세계총생산에 미치는 손실을 계산한 바에 따르면, 가벼운 경우 0.7퍼센트, 보통의 경우 2퍼센트, 심한 (severe) 경우 4.8퍼센트에 이른다.

장기적으로 범유행병 발생 빈도를 분석해보면 당연히 가벼운 경우가 일어날 확률이 높고, 심한 경우가 일어날 확률은 낮다.

발생 확률을 감안하여 계산해보면, 매년 연평균 손실은 세계총생산의 0.1퍼센트 정도로서 현재 세계총생산이 90조달러(10경원)이니 900억달러(100조원)에 달한다.

물론 손실만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전쟁이 일어나도 생산이 증가하는 산업이 있고 이득을 보는 기업이 있다.

범유행병의 발생으로 보건산업에서는 생산이 늘어나며, 백신을 개발하고 생산하여 돈을 버는 기업도 생겨날 것이다.

범유행병과 전쟁은 글로벌 금융위기와 마찬가지로 경제위기를 가져오는 위험요소다. 서로 다른 점은 글로벌 금융위기는 경제시스템 안에서 일어나지만, 범유행병이나 전쟁은 경제시스템 밖에서 발생하여 경제에 영향을 준다.

공통점은 인류문명이 존재하는 한 피할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다만 예방을 위해 노력하고, 사태가 발생하면 해결하기 위해 노력할 뿐이다.

환경에 재앙이 되는 산불도 장기적 관점에서 보면 생태계를 유지하는데 도움이 되기도 하듯이, 거시적이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위기는 문명에 자극을 주어 문명을 지속하는 데 도움이 되기도 한다. 경제학자 맬더스는 질병과 전쟁도 남녀간의 열정이 초래하는 과잉인구를 해소하는 수단이 된다고 했다.

이런 연유로 경제학이 ‘음울한 과학’이라 불리기도 했다.

위기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위기가 재앙이 되어 문명 자체가 멸망할 수도 있다. 인간의 지식과 기술은 눈앞에 보이는 작은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는 상당한 진전을 이루었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큰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

범유행병이든, 전쟁이든, 글로벌 금융위기든 모두 인류의 대응능력을 시험한다. 대응능력의 가장 중요 한 부분은 사회를 엮어 움직이는 시스템이다.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하고, 판단하고, 구성원들이 행동을 취하는 시스템을 어떤 구조로 만드는 게 좋은가. 언뜻 생각하면 중앙에서 통제하는 시스템이 가장 효과적일 것 같다.

그러나, 중앙에서 통제하는 시스템의 가장 큰 약점은 의사결정권을 가진 소수의 판단능력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그 한 예로, 강력한 중앙통제력을 가진 중국정부가 지난번 사스 때에도 이번 코로나바이러스 사태에서도 자신들이 가진 중요한 정보를 글로벌 공동체에 일찍 공개하지 않아 초기대응에 실패하였다.

민주주의의 강점은 다수가 참여하는 의사결정 구조에 있다. 시장경제의 강점은 자신이 원하는 바를 추구하는 다수에 의해서 정보가 수집되고 필요한 행동이 취해지는 시스템에 있다.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도 결국은 시장경제가 작동하여 해결될 것이다.

채수찬 경제학자, 카이스트 교수

※본 칼럼은 <전민일보>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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