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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 쓰면 독, 알맞게 사용해야 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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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 쓰면 독, 알맞게 사용해야 약
  • 전민일보
  • 승인 2020.02.03 10: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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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그 종류는 성분이 실생활에 쓰이는 역할로 나뉘기도 하고, 작용하는 기전에 따라 나뉘기도 하고, 표적에 도달하는 시간이나 지속되는 시간을 조절하기 위한 제재의 형태에 따라 분류되기도 한다.

정으로 되어 있는 것, 액상으로 되어 있는 것, 캡슐로 되어 있는 것 모두 각각의 이유가 있기 때문에 그렇게 만들어진다. 하지만 의사인 나조차도 좋아하는 형태와 색깔이 따로 있는데 환자들이 그렇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요양 중인 어르신들은 가장 적게는 5~6가지, 많게는 15가지 내외의 약을 복용한다. 말해 많아도 15가지 약이 된다는 것은 사실은 약이 더 많은데 줄이려고 노력한다는 것이다.

세월에 따라 먹어야 하는 약이 점점 늘어나면서 어르신들의 약에 대한 집착이 유별나게 될 때가 있다. 집착의 두 가지 형태, 즉 약에 대해 지나치게 경계하는 것과 약을 지나치게 좋아하는 것 모두는 사실 약에 대한 과대평가 때문에 생겨난다.

약은 대부분 신체의 정상적인 흐름을 모방한다. 반대로 작용하여 상쇄하거나, 비슷하게 작용하여 도와주거나, 혹은 비슷한 일은 하지만 실제로는 효과가 없는 것이기 때문에 전체적인 균형을 맞춰 주기도 한다.

약은 대단하지만 명확한 한계가 있다. 우선 약의 효능에 대해서 생각해 보자.

약이란 '알려진' 기전의 일부를 건드린다. 게다가 한 가지 흐름이 여러 임상증상을 만들어낼 수 있다. 전립선 비대가 있어 소변을 보는 것이 시원치 않은 할아버지가 기침 때문에 감기약을 먹었는데 엉뚱하게 소변이 나오지 않는 사태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또는 반대로, 한 가지 임상증상이 수십가지의 망가진 기전을 통해 나오기도 한다. 당뇨의 뜻은 그저 소변이 달다는 것에 지나지 않는데 약은 그다지도 많으며 심지어 조절이 완벽하게 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소변에 당이 나오지 않게 막는 한 가지 물질'이 있어서 '그 물질'을 보충하면 되는 식이 아니다. 오히려 우리 몸에 수많은 생체 반응과 생리적 흐름이 있어서 그 결과의 하나로 당이 나오지 않았던 것인데, 그중 한 가지 이상이 망가져서 수많은 결과 중 하나로 당이 나오게 된 것이라는 뜻이다.

그에 더해 약은 한정적이다. 만약 이때껏 살면서 먹은 모든 약들이 평생 작용한다면, 약을 한 알 먹을 때마다 이때까지 먹은 모든 약들의 용량과 반응을 계산해야 할 것이다.

약은 분해가 될 수밖에 없고, 또 분해가 돼야 좋은 것이다. 그래서 약물의 효과는 언젠가는 끝이 나고, 그래서 혈압약과 같이 중독이라는 오해까지도 생길 만큼 연달아 먹어야 하는 일이 생긴다.

또한 생각처럼 '영약'이라는 것은 없다. 물론 약물을 전달하는 것에 특별한 기술이 있는 경우도 있지만, 사실상 많은 약들이 대부분은 대동소이하며 심사를 통과할 때도 거의 비슷한 성능을 내면서 비슷한 안전도를 보유해야 한다.

어떤 약을 먹었는데 잘 듣고 같은 성분의 다른 약을 먹었는데 잘 안 들었다면, 그리고 제형도 다를 것이 없다면 사실 가장 큰 원인은 본인 상태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부작용이나 상호작용은 어떤가? 약물의 부작용은 광범위한 가능성이 있지만, 인체란 상당히 많은 보완책을 지니고 있는 정밀한 생체 기계인 만큼 특이적인 상황이 아니면 대부분은 잘 적응하게 되어 있다.

약품이라는 것은 가장 엄밀하게 검사되는 것 중의 하나인 만큼 수 만 명 중 한 명만 보이는 어떠한 증상이 '혹시나 관련이 있을지도 모르는' 수준이어도 부작용의 하나로 기재하게 되어 있다.

그러나 사실 약품 안전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기 때문에 그러한 수준으로 보고하고 관찰하는 것이지 개개의 상황으로 보았을 때는 약물 말고 다른 훨씬 가능성 높은 요인들이 있는 경우가 당연히 더 많다.

반면에 상호작용은 오히려 이보다 훨씬 중요하고 훨씬 빈번하며 상호작용을 일으키는 기전도 상당히 명확한 편이다. 어떤 약물은 다른 약물의 흡수를 촉진시키기도 하고, '경쟁적'으로 작용하여 타 약물을 후순위로 밀어버리기도 한다.

또는 약물의 분해 업무량을 증가시켜 장기를 혹사시키게 하기도 한다. 물론 대부분의 경우 주의해서 사용하면 큰 문제가 없고, 사실상 상호작용을 감수하지 않고서는 처방을 할 수 없는 지경인 경우도 많지만 어찌 됐건 늘 주의해야 하며 늘 가짓수에 신경을 써야 한다는 것이다.

때로는 금기인 약물조차 사용할 수밖에 없는 경우도 있으니만큼 약물끼리의 상호작용은 늘 초미의 관심사라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요즘은 자동으로 타 병원에서 처방받은 것과의 상호작용도 자동으로 점검이 되도록 시스템이 되어 있다.

요약하자면 약은 늘 효능으로써 얻는 이익이 부작용이나 흔한 약물과의 상호작용으로 인한 불이익보다 비할 수 없을 만큼 월등히 높아야 승인이 된다.

따라서 단일 증상이나 질병에 관해서라면, 약은 대부분 쓰는 것이 안 쓰는 것보다 낫다고 말할 수 있다. 다만 약이라는 것은 오랜 원수처럼 지내왔던 몹쓸 만성통증을 없애줄 수 없다.

증오의 대상이 밉살스러운 정도로 변하게 도와줄 뿐이다. 그리고 그 도움을 주는 약물은 많으면 많을수록 서로 싸워댄다. 그래서 우리는 약물은 안 쓰는 것보다는 쓰는 게 낫고, 많이 쓰는 것보다는 적게 쓰는 것이 좋다는 인식을 가질 필요가 있다. 그래야 약을 맹신하지도 평가절하하지도 않게 된다.

홍아람 한솔재활요양병원 가정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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