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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화소양과 등 긁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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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화소양과 등 긁개
  • 전민일보
  • 승인 2020.01.13 10: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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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체에 일어나는 현상 중 세 가지 섭섭한 일이 있다. 재채기 나오려다 마는 것, 방귀 참아야 하는 것, 등 가려운데 긁지 못하는 것이다.

생리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야 상황에 따라 어쩔 수 없이 견뎌야 하겠지만, 등 가려운 것쯤은 긁어버리면 그만인 쉬운 해결책이 있는 증상이다. 팔이 닿지 않으면 도구를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증상이 병적인 수준에 이르면 소양증(搔痒症)이라 하여 치료를 받아야 한다. 쉬워보이는 가려움증도 원인과 정도에 따라서는 의사를 찾아야 경우도 있는 것이다.

가려움증과 관련한 용어로 격화소양과 마고소양(麻姑搔痒)이 있다.

전자는 ‘신발을 신은 채 발을 긁는다.’는 뜻으로 아무리 노력해도 시원하지 않은 답답한 상황을 일컫는다. ‘머리가 가려운데 발뒤꿈치를 긁는다.’는 두양소근과 같은 행위다.

그에 비해 후자는 손톱이 긴 마고선녀가 가려운 자리를 긁어준다는 뜻으로 모든 일이 쉽게 잘 해결되는 상황을 가리킨다.

물론 마고 선녀에 얽힌 고사는 인간의 심리를 읽는 방평(方平)이라는 또 다른 선녀의 개입으로 인간이 꾸지람을 듣는 삽화도 있다. 그러나 소양(搔痒)을 소재로 이렇게 대조적인 교훈을 창안해 낸 선조들의 지혜가 감탄스럽기만 하다.

요즈음 우리의 세태는 소양증을 해결하지 못해 힘들어 하는 계층이 많다.

긁으려 노력해도 신발이 벗겨지지 않는 사회적 현상에 이르고 보니 아예 긁기조차 포기해버리는 사람이 많아진 것이다.

그 낭패감은 마고 선녀와 같은 능력자들이 어려운 문제를 척척 해결해 주어 세상만사 뜻대로 즐기는 계층으로 인해 더 심각해졌다.

빈부 격차 이전에 신분의 격차로 심리적 소양증까지 겹친 것이다. 토해버리고 싶어도 재채기는 콧구멍에서 맴돌다 쏙 들어가 버리고, 방귀 한 번 시원히 해결해보고 싶어도 배앓이를 감수하며 참아야 한다.

그렇다고 등을 긁어줄 긴 팔도 없다. 아무리 몸을 꼼지락거려도 등줄기의 가려움증을 정도를 더할 뿐이다.

어린 시절에 들었던 천국과 지옥의 이야기는 어린이들이 긴 숟가락으로 밥을 떠서 상대방에게 먹여주는 곳은 천국이고, 자기 스스로 먹기 위해 자기에게 향하면 숟가락이 길어 먹지 못하는 곳이 지옥이라 했다.

지금 우리 사회는 천국인가, 지옥인가. 각종 언론매체에서 볼 수 있는 내 밥을 내 숟가락에 담아 스스로 지키려는 정치인들의 행태는 천국과 지옥의 이야기를 무상하게 한다.

정치인과 사회 지도자는 화합과 상생으로 백성의 가려운 곳을 긁어줘야 한다.

상대방을 의식해 긁어주지 못하면 국민 스스로 긁을 수 있도록 신발이라도 벗겨줄 수 있어야 한다. 투사가 아니라 나라의 내일과 국민의 안위를 걱정하는 자여야 한다. TV 화면을 보고도 가려움증을 해결할 수 있는 지혜의 실천자여야 한다.

강기옥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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