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센터 뒤 희망을 주는 나무 아래에 종이박스를 놓아 놨습니다“
30일 오전 10시 3분께 전주시 노송동주민센터에 한 통의 익명의 전화가 걸려왔다.
40~50대로 추정되는 중년 남성의 목소리였다. 주인공은 해마다 이맘때 찾아오는 '얼굴 없는 천사'였다.
전화를 받은 직원은 매년 이맘때쯤 찾아오는 얼‘굴 없는 천사’임을 직감하고 곧바로 해당 장소로 가 종이박스를 찾기 시작했지만 남성이 말한 상자는 없었다.
이에 직원들은 장난전화인지 알고 넘기려는 찰라 한통의 전화가 또 다시 걸려왔다.
이전 전화와 같은 인물로 추정되는 남성은 직원들의 설명을 듣고 다시 상자가 있는 곳을 설명했다.
그러나 재차 확인해도 상자는 없었고, 이렇게 통화는 4차례나 반복됐다.
결국 센터는 누군가 ‘얼굴 없는 천사‘의 성금을 훔친 것으로 판단, 10시 40분께 112에 신고했다.
경찰은 이날 오후 2시 25분께 각각 충남 계룡과 대전 유성에서 30대로 추정되는 용의자 2명을 검거해 전주로 압송했다.
경찰은 주민센터 주변 CCTV에 찍힌 용의 차량(흰색 SUV)을 추적해 주거지 인근에서 이들을 긴급체포했다. 또 용의자들이 갖고 있던 기부금 6000여 만원도 회수했다.
이들은 이날 오전 10시쯤 전주시 완산구 노송동주민센터 주변에서 '얼굴 없는 천사'가 두고 간 성금을 훔쳐 달아난 혐의(특수절도)다.
경찰은 용의자들에 대한 조사를 바탕으로 계획범죄에 무게를 두고 있다.
전주 노송동의 '얼굴 없는' 천사가 연례행사처럼 해온 세밑 기부의 방법을 파악해 치밀하게 범행을 준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시민들은 세밑 한파도 녹이며 기부 문화 확산에 일조했던 전주 '얼굴 없는 천사' 성금 절도 사건에 실망감과 함께 성금 회수 소식에 안도감이 교차했다.
시민 김모(37·전주시 노송동)씨는 “훔쳐 갈 것이 없어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쓰이는 돈까지 훔쳐가다니 정말 파렴치한 범행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모(31·전주시 서신동)씨는 “그래도 절도범이 잡혀서 정말 다행이다”며 “소외계층의 희망을 되찾은 기분”이라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이들이 가지고 있던 현금이 성금 전액인지는 현재까지 확인되지 않았다”면서 “이들을 상대로 정확한 범행 동기와 경위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고 말했다. 김명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