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실군에서 공장을 운영하는 A씨는 최근 전북지방환경청으로부터 대기자가측정을 실시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위반확인서를 받았다. 점검결과 오염과 관련한 특이사항이 발견되지는 않았지만 관련 법에 따라 매월 2회 이상 자가측정을 해야 함에도 지난 8월부터 측정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A씨는 그저 답답한 심정이다. 이번 위반에 따라 부과되는 과태료에도 속이 상하지만 앞으로 상황이 바로 바뀔 것 같지 않아서다. A씨는 벌써 수 개월간 자가측정 대행업체 몇 군데에 연락을 해봤지만 측정을 해주겠다는 업체를 찾을 수 없었다.

도내 대기환경오염물질 배출업체들이 자가측정 대행을 맡기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앞서 자가측정 대행업을 하던 도내 업체들이 동시에 영업정지를 받으면서 벌어진 현상인데 원래도 부족한 환경 인력 환경에 영업정지라는 악재까지 겹쳐 배출업체만 발을 동동 굴리고 있다.

전북지방환경청은 27일 농도 미세먼지 발생 저감을 위해 대형사업장 80개소를 단속해 68건의 위반행위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이중 대기 분야는 44건으로 대기환경보전법 위반행위가 가장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7월 전북 지역에서 대기오염물질 측정 조작 논란이 불거졌다. 배출사업장과 측정대행업체 사이의 유착 관계를 바탕으로 배출 수치를 조작하거나 ‘저비용 고효율’을 위해 굴뚝 3개 중 1개만을 측정하는 등 불법행위를 한 정황들이 감사원 감사를 통해 대거 발각되면서다.

배출사업자가 측정업체를 직접 선정하고 계약하는 방식이다 보니 측정업체가 ‘고객’인 배출사업자와 계약을 유지하기 위해 갑-을 관계 중 스스로 을이 되는 기이한 구조 때문이었다. 공정성이 담보되기는 쉽지 않았고 이들은 아예 측정도 없이 기록부를 작성하기도 했다.

그 결과 도내 7개 대기측정대행업체 중 4개 업체가 영업정지와 고발이라는 행정처분을 받았다. 4곳 중 3개 업체는 영업정지 6개월을 받았으며 1개 업체는 당초 영업정지 3개월에서 행정심판을 통해 45일로 감경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7개 측정대행업체가 나눠 맡았던 일이 영업정지를 받지 않은 나머지 3개 업체에 몰리는 현상이 발생했다. 하지만 나머지 업체들도 기존에 하던 물량을 소화하기 빠듯한 상황이어서 사실상 추가로 일을 받을 수 있는 여건이 안되는 형편이다.

앞서 논란이 불거진 당시 도에서는 이런 상황을 예견하고 전주시와 협의를 통해 영업정지 기간을 각 업체별로 순차 진행할 계획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전주시와의 협의가 불발되면서 현재 가장 큰 3개 대행업체가 동시에 간판을 내린 상태다.

도는 우선 부족한 환경 인력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측정인력의 기준 완화에 적극 나선다는 방침이다. 굴뚝에 올라 배출되는 대기오염물질을 채취·측정하는 다소 어려운 업무에 비해 보수는 그다지 높지 않아 인력난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도 관계자는 “3명으로 구성되는 현장 측정팀 중 최소 2명이 관련 자격증을 소지하고 있어야 했다”며 “환경부에 1명만 자격증을 소지하고 나머지 2명은 보조인력으로 일을 할 수 있도록 관련 법령을 개정할 것을 요구했으며 이달 초 관련 법이 통과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로서는 도내 업체들이 포화상태인 만큼 광주나 대전 등 인접 지역 업체를 알아봐야 하는 상황이다”면서 “도 차원에서 환경부에 배출업체에 대한 처분 유예와 측정인력에 대한 기준을 완화할 것을 지속적으로 건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지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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