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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천소각과 미세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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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천소각과 미세먼지
  • 전민일보
  • 승인 2019.12.23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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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6월 6일 광주광역시에서 미세먼지 주의보가 발령됐다. 미세먼지 주의보는 미세먼지가 환경기준인 35㎍/㎥를 훌쩍 넘어 75㎍/㎥를 초과하는 고농도의 미세먼지가 2시간 이상 실측될 때 발령된다. 미세먼지 농도가 낮아지는, 소위 미세먼지 비수기인 6월에 이례적으로 나타난 고농도의 원인으로 보리 수확 철 나주평야의 보릿대 태우기가 지목됐다. 보릿대가 타면서 발생한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물질이 주변 광주로까지 확산됐던 것이다.

우리 전북지역에서도 농업잔재물, 그리고 폐기물 등을 노천 소각하는 현장을 흔히 볼 수 있다. 그 때문인지 전북지역의 미세먼지 주요 직접 배출원의 구성은 다른 지역과 사뭇 다르다. 전국적으로 미세먼지는 공장이나 발전소 등에서 39%, 차량에서 29%가 직접 배출된다. 수도권의 경우 차량에서 나오는 비중이 47%로 압도적이다. 하지만 전북지역의 경우 도로와 공사장, 축산·농업활동에서 나오는 비산 먼지가 37%, 노천 소각, 농업잔재물 소각 등에서 나오는 생물성연소가 전국 평균의 3배 수준인 30%나 된다.

폐기물 등을 노천 소각하거나 논·밭두렁을 태우면 건강과 환경에 해롭다. 소각시설이나 공장의 설비들은 대기오염물질이 최소화되도록 연소 조건을 잘 맞춰 방지시설을 가동하고 굴뚝을 높여 배기가스가 잘 확산 되도록 운영한다. 이와 달리, 노천에서 폐기물이나 영농잔재물 등을 소각하면 소위 불완전 연소가 많이 일어나 소각량대비 미세먼지나 다이옥신 등 몸에 유해한 오염물질이 더 많이, 그리고 지표면 가까이에 바로 배출된다. 미국 환경보호처는 벽난로에서 한 시간 4.5㎏의 나무장작을 때면 담배 6000갑 분량에서 배출되는 양의 발암물질(다환방향족탄화수소, PAH)이 배출된다고 추정한다.

배출된 오염물질은 주변의 토양도 오염시킨다. 캐나다 환경부는 다이옥신 등이 포함된 연기가 주변 지역의 흙과 식물에 쌓이면 주변 식물과 동물을 통해 농축되고 결국 우리가 다이옥신 등을 섭취하게 된다고 경고하면서 노천소각을 하지 말 것을 당부하고 있다.

지난 11월 전북지방환경청은 전북지역 전체를 대상으로 노천소각 현황을 조사했다. 8일 동안 123건의 생활폐기물과 영농잔재물이 혼재된 소각현장이나 소각잔재물을 확인했다. 어떤 지역에서는 소각재가 몰려있는 장소 중심으로 건축폐기물이 투기 돼 있기도 했다. 노천 소각이 건강과 환경 뿐 아니라 마을 경관도 망치고 있다는 증거이다. 소각 현장에 계시던 한 어르신은 병충해를 예방하려면 소각을 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논밭두렁 태우기는 해로운 벌레보다 이로운 벌레를 더 많이 죽여 농사짓는데 불리하다고 말한다. 정확한 정보에 기반한 홍보와 교육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이다.

정부는 12월에서 다음해 3월까지 고농도 미세먼지가 빈번한 시기에 맞춰 사업장 등 미세먼지배출원을 집중 단속하는 등 다각적 대책을 통해 해당 기간 동안 미세먼지의 기저 농도를 낮춰 고농도 미세먼지의 발생을 줄이고자 미세먼지 계절관리제를 본격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농식품부와 환경부는 공동으로 영농잔재물 집중 수거·처리와 불법소각 방지를 위한 홍보·교육 및 단속을 주요 과제로 추진 중이다.

농식품부는 아름다운 농촌만들기 캠페인을 추진해 157개 농촌 시·군, 영농폐기물 등 집중 수거를 실시 하고, 환경부도 영농폐기물 집중수거기간을 운영하는 등 다각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 전북지방환경청도 전북도 및 시·군 등과 함께 불법 소각 등을 집중 점검하고, 불법 소각의 위험성에 대한 주민들의 인식 전환을 위한 홍보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1938년 발행된 수필 ‘낙엽을 태우면서’에는 바람이라도 없는 날이면 낙엽을 태우면 나오는 연기가 얕게 드리워져 뜰 안에 가득히 담기고, 갈퀴를 손에 들고 그 연기 속에서 서 있는 작가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80여 년이 지난 지금, 아쉽지만 낙엽을 태우면서 잠기는 상념은 책을 통해서만 공유해야 할 것 같다. 생활 속 미세먼지는 우리의 노력 없이는 해결되기 어렵다. 미세먼지문제에 있어서, 우리 모두가 피해자이자 동시에 해결사이다.

정선화 전북지방환경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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