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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의 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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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의 술수
  • 전민일보
  • 승인 2019.12.09 1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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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모여 살면서부터 나타난 개인적인 활동은 사교(私交)다.

그것이 점차 사회적으로 영역을 넓혀 사교(社交)가 되었고 마을과 도시국가로 확대되면서 외교(外交)라는 용어로 굳어졌다.

그런데 다시 사적인 활동으로 사용하여 영역을 넘나든다.

사교활동, 사교댄스, 사교복 등 일상용어에 자주 등장하는 것은 외교의 본질이 무엇인가를 생각케 한다.

외교의 diplomacy는 로마시대에 ‘접어 포개다’는 그리스어 diplomas에서 유래하였다.

얇은 금속판을 반으로 접은 통행권을 지칭했다.

그것이 1645년부터 공문서를 뜻하는 의미로 확대되어 외교는 ‘공적인 문서’, 또는 ‘문서를 전달하는 자’라는 뜻을 내포한다.

그래서 외교는 사적인 관계에서 시작하여 공적인 관계로 발전했으나 실질적으로는 공적인 의미가 더 중하다.

diplomacy는 국가간의 이해관계에 의해 교섭하고 의견을 나누는 총체적인 의미로 사용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사대교린(事大交隣)에 묶여 있어 격변하는 근대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했다.

고종이 아관파천으로 친러시아 정책을 폈으나 러시아는 조선을 등졌고, 수호통상조약을 맺어 찰떡 같이 믿은 미국은 가쓰라-태프트 밀약으로 조선을 철저히 배신했다.

국력이 없는 외교는 거짓과 속임수로 철저히 농락당할 수밖에 없는 실증의 예다.

비스마르크가 독일 통일을 이루기까지 주변국에 펼친 외교는 권모술수였다.

1866년 오스트리아와의 전쟁, 1870년 프랑스와의 전쟁을 앞두고 벌인 외교술이다.

이는 약소국에 대한 지배권을 두고 벌인 흥정이었지만 강대국으로 가기 위한 필수요건이었다.

명분과 의리를 존중한 조선으로서는 생각도 할 수 없는 술수다.

우리도 이제는 대단한 외교력을 발휘하고 있다.

일본에 배워서 일본을 앞지른 전자산업은 물론 철강이나 자동차 산업 등이 외교력의 한 축을 이룬다.

그러나 그것이 한계다. 명분과 의를 존중할 때보다 더 큰 한계를 안고 있다. 수출과 연계된 압박이 오면 이내 움츠러드는 것이 외교의 현실이기 때문이다.

강대국을 상대로 우리의 존재감을 지킨 것은 카터 대통령이 주한미군을 철수할 때의 일이다.

강하게 맞받아치자 미국은 한국의 공군력을 증강시키지 않았는가. 자주적 외교의 쾌거다.

누구나 외교관이 될 수 있고 민간외교가 더 활발해진 이즈음에 경제를 택할 것인가 국가의 자존감을 택할 것인가의 선택은 개인마다 다를 수 있다.

그러나 베트남의 예에서처럼 강대국과 맞서 일어설 수 있는 기개는 두고 두고 국가의 자존감을 빛나게 한다.

우리가 그 언제 강대국과 의견대립으로 국제뉴스의 초점이 된 적이 있던가. 그 언제 강대국의 굵직한 인물이 현안을 위해 한국을 찾은 적이 있는가.

물론 크고 작은 비근한 예도 있었지만 역사에 한 획을 그을 만한 선택도 국민적 자존감을 세우는 중요한 일이다.

우리가 선수를 친 일을 만일 일본이 먼저 치고 들어왔다면 우리는 자존심도 날려야 할 상황이었다.

외교는 전쟁이다. 아무리 덩치가 큰 상대라도 급소를 먼저 치면 승산이 있다.

냉정한 세계에서 우리의 생존권을 지키기 위한 외교, 그래서 외교도 때와 사안이 중요하다.

세밑을 앞두고 2019년이 외교적으로 족적을 남기는 멋진 해이기를 기대해 본다.

강기옥 시 인

※본 칼럼은 <전민일보>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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