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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과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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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과 의원
  • 전민일보
  • 승인 2019.12.03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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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작년 이맘때 한 자애로우신 의원님이 물으셨다. “혹시 필요하신 예산이 있어요?” 나는 한숨을 쉬며 대답했다. “너무 많아서 말씀드릴 수가 없어요.” 의원님은 웃었고, 나는 “왜 웃으세요?”라고 물었다. 의원님은 “관장님이 너무 공무원스러워서요.” 했다. 우린 다른 대화를 나눴고 헤어졌지만 나는 나의 어떤 점이 공무원스러웠는지 생각했다.

돌아보니 모든 부서의 공무원은 다 예산이 부족하다. 우리도 그렇다. 한글을 배우시는 어르신들은 일주일에 두 번 공부하고 싶다고 하신다. 학습필요계층 수업을 받으시는 분들도 수업이 10회여서 너무 짧다고 한다.

<전주다움>에 연재중인 전주 상식이야기, “전주윤슬”은 책자 발간할 때가 되었고, 평생학습대학 강사비도 해마다 세금요율이 올라가니 올려줘야 한다. 그래서 예산을 올려서 제출한다. 하지만 우리뿐 아니라 모든 과, 부서가 그럴 터, 확정된 예산은 전년과 한치도 다르지 않다. 물론 이 예산도 의회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한 해, 두 해 이 과정이 반복되다 보면 나도 모르게 학습된 무력감이 쌓인다.

#2“. 의정 활동의 꽃”이라 불리는 행정사무감사 감사장 앞은 피감기관 공무원들로 가득하다. 나도 서 있다. 다음 순서라서 기다린 지 2시간이 다 되어간다. 한 팀장님이 나에게 물었다.
 
“(이 상황을) 어떻게 생각하세요. 의원님~” (이럴 때는 의원이라고 부른다. ^^) 열심히 의정활동을 하시는 의원님들께 빨리 끝내달라고 할 수도 없고, 언제 끝날지 모르는데 다시 갔다가 돌아오자고 할 수도 없다. 이럴 땐 멋쩍게 웃을 수밖에... 지루한 기다림이 끝나고 순서가 되어 감사장에 들어가서 뒷좌석을 비집고 앉는다.

행정사무감사와 예산심사가 끝날 때마다 어떤 국장님과 의원님은 서로 한 달만 역할을 바꿔보자고 농담을 하곤 했다. 농담 속에는 ‘너도 내입장 되어봐라!’는 칼이 들어있다. 공무원은 ‘저 의원이 왜 저러나~’싶고, 의원은 공무원이 ‘왜 이렇게 밖에 못 하나~’ 생각한다. 둘 사이에 간극을 어떻게 줄일 수 있을까? 답은 간단하다. 시민의 눈으로 보면 된다. 시민의 입장이 되면 비좁은 뒷좌석에 앉아서 서로의 이산화탄소에 질식할지라도 맞는 말에는 의원의 질타에 박수가 나온다. 시민의 눈으로 나를 살펴보면 무엇이 ‘공무원스러워졌는지’ 느껴진다.

조한혜정 교수님은 어공(어쩌다 공무원)이 많아지긴 하는데, 시스템이 그대로여서 어공이 늘 공(늘 공무원)이 되어버리는 문제를 지적했다. 시민사회혁신 역량이 행정에 흡수된 후 행정을 변화시키기보다는 시스템에 무기력해진다는 것이다. 더불어 아래부터 일어나는 작은 변화가 세상을 바꾼다고 강조한다. 어공도 늘공도 의원도 “시민”의 시선으로 업무와 행정을 바라본다면 자신의 위치에서 올려다 본 하늘이 아닌 더 넓고 객관적인 인식이 가능할 것이다.

벌써 겨울이라 천변에 칼바람이 분다. 행정사무감사와 예산심사가 끝이 나면 한 해가 마무리 되고, 새 해를 준비하게 된다. 2020년은 시민이 행복한 한 해가 되기를 바란다. 의원, 공무원은 시민의 한 사람이니….

구성은 전주시 평생학습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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