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연구원이 전북도의 하부기관으로 전락하지 않으면서도 ‘싱크탱크(Think Tank)’ 본연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자체 역량 강화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전북연은 미래사회의 위기와 변화를 한 발 앞서 예측해 적실한 대안을 제시함으로써 발전을 선도하는 것을 사명으로 둔 정책연구기관이다. 도와 14개 시·군의 지역발전과 도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설립된 만큼 도정 싱크탱크로서 다양한 조사·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하지만 보다 넓은 관점에서 중장기적인 도의 비전과 발전전략을 제시하는 과제를 수행하는 경우는 극히 일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나 쇄신 방안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해 전북연이 수행한 기본·기획 과제비율은 전체 과제의 3.2%에 그쳤다.
실제 전북연이 현재 진행하고 있는 기획과제 중 ‘지역의 부문별 비전제시’ 부문 주요 과제 목록을 살펴보면 지난 2017년 시작된 ‘자율자동차 산업동향과 전북도 대응전략’ 한 개가 전부다. 타 시·도 연구원이 2~7개 기획과제를 수행하고 있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
이웃해 있는 충북연구원만해도 ▲충북공간의 미래전망과 과제 ▲지방소멸시대 충북의 대응 전략과제 ▲신 국토균형발전축 육성을 위한 과제와 전략 ▲충북 MICE산업 특화 육성방안 등 7개 기획과제를 통해 지역이 가져야할 비전을 모색하고 있다.
대구·경북연구원 역시 ▲경상북도 新 전략 프로젝트(지역재생/산업/동해안/사회/문화) ▲2030 대구 비전 ▲대구경북의 해외신흥시장 진출전략 등 7개 기획과제를 진행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전북연만을 탓할 수는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지자체가 각 연구원에 지급하는 출연금의 예산 대비 비중이 각기 다른 만큼 다른 성과를 나타낼 수 밖 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도가 올해 전북연에 지급한 출연금은 43억7900만 원으로 전북연 전체 예산의 54%를 차지한다.
전국 평균은 64%로 전북의 비율을 한참 상회한다. 전국 시·도 연구원 중 출연금 비중이 전북보다 낮은 곳은 경남(33%), 울산(40%), 강원(52%) 세 곳 뿐이었다. 경기가 85%로 가장 높고 인천(81%), 대구·경북(78%), 서울(77%), 충북(76%)도 높은 비율을 나타냈다.
연구원의 출연금 비중 문제는 연구기관의 자율성이나 중립성, 독립성 같은 문제와 직결되기 때문에 그동안 여러 차례 논란의 대상이 돼 왔다. 출연금 비중을 너무 높이다 보면 연구기관이 도의 입맛을 맞춰야하는 하부기관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반면 도는 적절한 출연금 확보가 연구원이 자체 수입을 위해 진행하는 수탁과제 비중을 줄여 도정지원 기능에 집중할 수 있게 할 것으로 보고 출연금 비중을 전국 시·도 연구원 평균 수준까지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도 고위직 관계자는 “전북연은 정책·수탁과제 중심의 연구 한계를 극복하고 미래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기획 연구를 확대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소통시스템 운영, 시·군 협력 강화, 특별연구조직 역할 강화 등 역량 강화 전략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 문제는 지난 7월 16일 열린 제365회 전북도의회 임시회 행정자치위원회 제1차 회의의 전북연구원 업무보고 자리에서도 거론됐다. 당시 김대중 도의원이 “연구원이면 기본과제, 기획과제 더 많이 해야 되는 거 아니겠느냐”고 꼬집자 임상규 도 기획조정실장은 “기본과제나 기획과제에 좀 더 전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수 있도록 전북연구원하고 적극적으로 협력하겠다”라고 답한 바 있다.
이지선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