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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마을회의 오기誤記가 오기傲氣는 아니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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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마을회의 오기誤記가 오기傲氣는 아니었길
  • 이지선 기자
  • 승인 2019.11.01 10: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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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치인에게 별명이란 간이성적표다. 지지자들의 애정이 듬뿍 묻어나기도 하고, 반대하는 세력의 비난과 풍자가 날카롭게 내포되기도 한다. 특히 인터넷에서는 누리꾼들에게 배설의 즐거움을 주는 만큼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정치인의 흥미로운 별명은 유행어처럼 번진다. 정치인은 유권자인 국민의 관심을 먹고 산다. 그렇기 때문에 국민은 자신이 지지하거나, 지지하지 않는 정치인을 향해 노골적으로 그 관심을 표현할 수 있고, 때로는 꼭 해야만 한다. 그러나 어머니의 임종을 목전에 두고도 무거운 책임감으로 기꺼이 직접 훈장을 수여한 대통령에게 '문제인'이라는 오타는 노골적이든 그렇지 않든 간에 결코 가볍지 않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2019 전국새마을지도자대회'에 참석했으며 이 행사가 끝나자마자 부산을 찾아 모친의 임종을 지켰다. 그 이튿날인 30일 전라북도새마을회는 '문제인대통령이 참석한 전국대회에서 훈장을 친수하게 되어 보도자료 보내드립니다'라는 내용의 이메일을 기자에게 보내왔다. 첨부된 보도자료 안에도 '29일 수원실내체육관에서 문제인 대통령이 직접 참석한 가운데 개최된'이라는 첫 문장이 눈에 들어왔다.

 보도자료 작성자가 한글 문서 작성에 어려움을 갖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그렇다기엔 '문제인'이라는 두 차례 연속된 오타를 제외하고는 보도자료 어디에서도 오타를 찾아볼 수 없었다. 오타 뿐 아니라 구현된 문장의 구성이나 띄어쓰기까지도 거의 완벽에 가까웠다. 첨부 자료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훈장을 수여하는 사진 한 장과 문재인 대통령과 수상자가 함께 찍은 기념사진까지 있어 더욱 당혹스러웠다.

 '문제인'은 문재인 대통령을 반대하고 혐오하는 극단적 보수세력이나 일베 등에서 자주 사용하는 비판적인 성격의 별명이다. '문제가 많다'는 의미로 해석되는데 의도적인 오타라는 생각을 하고 싶지는 않지만 다른 곳도 아니고 '새마을회'에서 이런 실수가 나왔다는 것은 찜찜한 구석이 있다. 오비이락. 즉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지는 격'일지는 모르겠지만 하필 '새마을회'라는 단체가 가지고 있는 배경이나 정치적 성향도 무시할 수만은 없기 때문이다. 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물다보니 어쩌면 평소 습관일지도 모른다는 과장된 의구심도 고개를 든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SNS에 "(어머니에게)제가 때때로 기쁨과 영광을 드렸을진 몰라도 불효가 훨씬 많았다"고 적었다. 국민들의 지지를 받고 대통령 자리에 올랐음에도 오히려 모친에게 오롯이 아들 노릇을 모두 할 수 없었던 자신의 지난날을 되돌아본 것이다.

 전북새마을회가 보도자료를 보내고 난 뒤 이 실수(?)를 인지했는지 아닌지는 알 수 없지만, 공식적으로 이를 정정하지는 않았다. 대한민국 역사 속에서 애국활동을 통해 때때로 기쁨과 영광을 누려온 새마을회가 혹시 실수를 범했다면 이를 되돌아보고 진심 어린 사과를 전하는 것이 옳고 그름을 넘어 인지상정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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