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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개혁보다 사회규범 시스템개혁이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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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개혁보다 사회규범 시스템개혁이 우선이다
  • 전민일보
  • 승인 2019.10.24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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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개혁은 무엇인가. 작금의 논의를 들어보면 검찰의 권한을 축소하는 것이 검찰개혁의 본질인 것처럼 이야기되고 있다. 왜 검찰의 권한을 축소하려 하는가. 검찰의 힘이 너무 세서 권력이 남용되고 있기때문일 것이다. 그러면 왜 검찰의 힘이 센가. 검찰이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어서인가. 필자는 아니라고본다. 검찰이 무소불위의 힘을 갖게 된 것은 법령과 관습을 다 지키며 살기 힘든 우리 사회의 시스템 때문이다.

규범체제에 문제가 있다. 무슨 이야기인가.

공직후보자 국회 청문회나 인준투표 과정을 보면서 알게 된 것은 한국 사회에서 법률 그리고 자기가 속한 조직의 내부규범을 다 지키면서 사회생활을 해온 사람은 거의 없다는 것이다. 그것은 사업가도 선출직 공무원도 직업공무원도 검사도 판사도 다 마찬가지다.

왜 그렇게 됐을까? 그 이유는 규범들이 현실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성숙한 사회라면 최소한의 규범을 설정해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지킬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원칙일 것이다.

그러나 한국은 급성장하면서 규범을 무리하게 이상적으로 설정해 놓고 거기에 맞추어 가려고 노력해온 측면이 있다. 그러다 보니 사업하는 사람들은 모두 범법자가 된다. 조직에 있는 사람들은 의욕적으로 일하다 보면 법을 위반하거나 내부규범을 위반하거나 할 수밖에 없게 되는 경우가 생기는데, 우선은 내부규범 위반으로부터 오는 제재가 무서우니 법을 위반하게 된다.

한 마디로, 털어서 먼지 안나는 사람이 없다. 그러다 보니 일단 어떤 사람이 검찰에 불려가면 무슨 죄든 뒤집어쓰고 나오게 된다. 원래 표적으로 삼았던 사안에 문제가 없어도 이른바 별건수사로 털면 다 걸리게 되어있다. 그러니 검찰이 무소불위의 힘을 가지게 된다.

아무리 검찰의 권한을 축소해도 이런 시스템상의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누구나 검찰의 입맛에 따라 법의 제재를 받을 수 있어 검찰이 원성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검찰의 재량권이 크면 권력을 가진 사람에게 유리하다. 그동안 검찰은 정권과 야합해왔다. 노무현 대통령은 검찰을 정권으로부터 자유롭게 해주려고 했으나 이에 익숙하지 않은 검찰조직에 오히려 혼란을 일으켰다. 위를 쳐다보는 검찰에 대해 위에서 권력남용을 제어하는 역할을 하지 못하고 불가능한 자기개혁을 주문하니 검찰은 어떻게 해야 할 바를 몰랐던 것이다.

그러면 규범과 현실 사이의 간극은 해소되고 있는가. 한국사회가 발전하면서 일반적으로 개선되어가고 있다고 본다. 현실이 규범에 맞춰가기도 하고 비합리적인 규범들이 정비되기도 한다. 그러나 현실과 규범체계가 맞지 않는 문제는 아직도 한국사회의 큰 모순으로 자리잡고 있다.

무조건 규범을 약화시키라는 말은 아니다. 김영란법 같은 경우는 공직자와 교직자 그리고 언론인들이 업무와 관련해서 대접받는 것을 제한하는 것으로서 한국사회가 선진화되면서 당연히 밟아야 될 스텝을밟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들도 있다.

현정부 들어와서 자율과 시장에 맡겨야 할 일들도 경직적인 법령으로 규율하려는 경향이 있어, 규범과 현실의 간극을 더 벌리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 흐름이 있다. 여기에 정치권의 인기영합주의적 성향과 맞물려, 합리적 기준으로 들여다보면 별 문제없고 사법적 규율이 필요하지 않은 사안들까지도 국민정서를 앞세워 검찰에 고발하는 일들이 빈번해졌다.

한국사회에서 법과 사회적 규범들을 다 지키며 의욕적으로 일을 하기는 거의 불가능한 게 현실이다. 문제를 해결하는 일은 어렵다.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남탓만 하는 것은 쉬운 일이다. 검찰개혁을 외치는 것보다 불합리한 규범체계를 고치는데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

채수찬 카이스트 교수

※본 칼럼은 <전민일보>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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