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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의 문화, 이젠 달라졌으면
윤가빈  |  webmaster@jeonm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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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6.06.11  17:2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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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연희
 /수필가. 한국예총 전북연합회 기획국장

 그림전시회장을 찾았다.
 우리나라에서 보리의 작가로는 손꼽히는 분이라고 했다.
 청맥과 황맥을 그린 대작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문외한인 나도 한눈에 ‘과연...대단한 분이구나’라는 생각을 갖게 했다.
 보리의 낱알이 금방이라도 톡 튕겨나 올 것처럼 생동감 있어 보였고, 바람에 흔들리는 청보리 밭의 물결 속에서 함께 흔들리고 싶은 낭만적인 충동이 일기도 했다. 멍석과 보리 낱 알갱이와의 소박한 어울림을 환한 빛깔로 형상화시켜 놓았던 점도 인상 깊었다.
 하지만 그 날, 전시장에는 전시되어 있는 그림과 간단한 다과와 차를 한쪽에 준비해 두었을 뿐, 밖에서부터 줄지어 서 있어야 할 화환이나 화분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물론 그 분이 이 지역 태생이 아니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해할 수도 있으나, 그래도 왠지 마음 한 구석에 걸리는 부분이 없지 않았다.
 나와 함께 동행 한 그녀나 나 역시 일면식도 없었던 화가 분을 인사차 찾아왔던 길이었다. 우리 두 사람 다, 청주에 살고 계시는 수필가 모씨로부터 꼭 찾아가봐 달라는 전화 한 통화를 받았을 뿐이었고 하필이면 첫 날, 형편상 그 자리에 참석하지 못했으므로 약간의 죄스러움을 가지고 있었다. 화분이나 꽃이라도…하고 고민하다가 빈손으로 들어섰으니 순간, 후회 막급한 순간이기도 했다.
 그러나 그 생각도 잠시, 박 화백님을 만나 대화를 나누면서 우리의 우려가 기우였음을 깨닫게 되었다. 우연히 대화 중에 나눈 이야기이긴 했으나, 전시회장에는 꽃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게 그의 지론이었고 특히 전시되어 있는 그림 옆에는 절대 꽃을 두어서는 안 된다는 말에 공감했다.
 언젠가 일본에서 전시회를 연 적이 있었다는 화백님의 경험담에 의하면, 그들은 이런 유형의 행사 때에는 꽃 대신에 술이나 기타 소박한 먹거리를  한 가지씩 가지고 와서 즐겁게 담소하며 몇 시간을 머물러 준다고 했다.
 화환이나 화분을 축하의 인사로 보내면서 그 가지에 매달려있는 보낸 이의 이름이 더 빛을 발하기를 원하는가 하면, 간단한 의식과 다과회를 마치고 나면 썰물 빠져나가듯이 모두가 떠나버리고마는 우리의 현실과는 조금 다르다고 했다. 후자의 경우, 사람들이 떠나고 덩그러니 홀로 남겨졌을 때 당사자가 겪어야 하는 허탈감이나 쓸쓸함은 말 할 수 없을 정도라고 했다.
 21세기는 문화의 세기라고 한다.
 문화의 세기를 살아가려면 먼저 바뀌어야 할 것들이 21세기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의식과 그에 걸맞는 문화수준이라는 생각이 든다.
 꽃은 언제보아도 곱고 아름다워서 보는 이의 마음을 기쁘게 한다.
 그 뿐만 아니라 그들에게서 풍겨 나오는 향기가 정신건강에 도움을 주기도 한다. 또 언제부턴가 우리생활의 일부가 되어 기쁘고 즐거운 일 등에 마음을 전달하고 표현하는 매개체가 되고 있다.
 그럼에도 더러는 꽃의 문화가 조금은 바뀌었으면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각종 행사장이나 개업식을 마친 업소들, 전시, 공연장 등에서 줄지어 늘어선 꽃들의 행렬을 보게 된다. 그로부터 어느 날, 시들빼들 말라비틀어진 꽃들을 다시 만날 때에는 안타까운 마음에 축하나 위로의 마음을 좀 다르게 표현할 수는 없을까 생각해 보기도 했다.
 전시회장을 들어섰을 때와는 달리 돌아가는 발걸음은 가벼웠다. 내일은, 멀리에서 오신 화백님께 전주의 맛있는 비빔밥을 소개하리라 마음먹었다.
 전시장 밖은 여전히 유월의 햇살이 쨍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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