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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손에게 빌려온 토지를 지속가능하게 활용하기 위한 노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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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손에게 빌려온 토지를 지속가능하게 활용하기 위한 노력
  • 전민일보
  • 승인 2019.09.30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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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의 10대 환경운동가 툰베리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트윗 핑퐁이 화제다. 지난 주 미국 뉴욕 유엔 본부에서 열린 기후행동 정상회의의 연설자로 나선 툰베리는 "우리는 대멸종의 시작점에 있는데, 오로지 돈과 영구적인 경제성장에 관한 동화를 이야기할 뿐"이라고 환경문제 대응에 미온적인 세계 정상들을 질책했다.

연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툰베리를 "밝고 멋진 미래를 기대하는 매우 행복한 어린 소녀"라며 트윗으로 폄하하자, 툰베리는 자신의 트윗 소개 문구를 "밝고 멋진 미래를 기대하는 매우 행복한 어린 소녀"로 그대로 맞받아 올리며 응수했다. 현재 세대와 미래 세대의 충돌이다. 현세대는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원한다. 성장을 위해서는 여러 요소가 필요하며, 토지도 그중 하나이다.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인구밀도 1위로, 좁은 국토에 많은 인구가 거주하는 나라다. 더욱이 산지가 국토면적의 63.5% 이상을 차지하고, 인구 대부분이 도시지역에 거주해 실제 경험하는 인구밀도는 더 높다. 경제발전과 함께 각종 토지 개발 수요가 늘면서, 도시 주변지역과 산업단지와 택지 등 신규 토지 개발도 증가해 왔다.

국토교통부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5년간 임야는 3%, 전·답은 각각 14%와 11% 감소한 반면 대지는 60% 증가했다. 이러한 토지이용으로 나타나는 생물의 서식처 파괴와 생태경관의 훼손, 주변 생활환경에 미치는 영향도 적지 않고, 어떤 영향은 다시 복구하기 어렵다. 아무런 통제 장치 없이 임야와 전답이 사라지고 환경이 훼손되도록 방치한다면, 태어나지 않은 미래 세대들에게 남겨줄 산과 들판이 점점 줄어들게 될 것이다.

토지는 대대로 조상에서 물려받아 사용하고 자손에게 물려주는 것으로 이해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반대로 토지는 조상에게 물려받은 것이 아니라 후손에게서 잠시 빌려 온 것이라는 말도 있다. 토지와 같이 경제성장에 필요한 한정된 자원을 현재 세대의 수요와 미래 세대의 필요를 어떻게 조화시켜 관리해야 할 것인지는 하는지는 국제사회의 고민이기도 하다.

국제사회는 이에 대한 해법으로 지속가능발전, 즉 미래 세대가 그들의 필요를 충족할 수 있는 능력을 저해하지 않으면서 현재 세대의 필요를 충족하는 발전이라는 개념과 국제 목표를 제시했다. 2015년 192개 UN 회원국은 만장일치로 2030년 달성할 기후변화 대응 등 17개 지속가능발전목표(SDGs)를 채택하고 행동에 착수했다.

이어 우리나라도 17개 목표, 122개 세부목표, 214개 지표를 아우르는 국가 지속가능발전목표(K-SDGs)를 수립했다. 토지이용과 관련한 자연환경 분야에서도, 일례로 '육상생태계 보전' 목표 하에 세부목표로 2017년 150㏊ 수준인 도심/생활권 복원면적을 2030년까지 500㏊로 확대하는 등 구체적인 세부 목표와 지표를 제시하고 그 이행을 주기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지속가능발전목표는 미래 세대까지 배려해 설정한 2030년의 우리사회의 모습이라는 점에서 토지 이용의 방향이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한 시사점을 제시한다.

그러나 토지이용의 지속가능성 확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보다 구체적인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우리나라보다 먼저 경제성장을 경험한 여러 선진국은 사전예방적 접근을 통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해 왔다. 개발계획의 수립과 정책 구상 단계에서부터 환경적인 측면을 고려하기 위해 국토-환경계획을 연동시키고, 개발 사업으로 발생하는 환경문제 등을 미리 예측해 사업계획을 보완하도록 하는 환경영향평가제도 등의 정책수단을 도입했다.

우리나라도 지난 수십년간 여러 단계의 제도 발전 단계를 거쳐 오며, 계획수립단계부터 환경 영향을 고려해 자연환경훼손과 환경오염을 최소화하기 위해 환경영향평가 제도를 운영해 왔다.

환경평가제도 시행 이전에는 주로 산을 절토하는 방식으로 도로를 건설했었는데, 환경평가제도가 본격적으로 시행된 이후에는 임야를 보전하기 위해 도로 건설시 터널과 교량을 많이 설치한다. 과거 도로 1㎞당 터널과 교량이 각각 0.3m, 11m가 설치될 정도로 미미했으나, 환경영향평가가 본격적으로 시행된 2000년대 이후 도로 1㎞ 당 터널과 교량 길이가 각각 152m, 402m로 과거에 비해 수십배 이상 증가했다. 공원녹지율과 1인당 공원면적도 1980년대에 비해 2000년대 들어서 2-3배로 증가했다. 환경에 대한 국민과 기업의 인식변화도 원인이겠지만, 환경영향평가를 통해 개발계획에 대한 환경성을 강화한 점도 일정 부분 기여했다.

환경영향평가제도와 같은 제도적 장치가 갖는 사전예방적인 효과에도 불구하고, 수치로 표현되는 경제적 편익과 계량화가 어려운 환경가치를 서로 비교해 개발과 보전 간 우선순위를 정하기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사회는 토지이용의 공공성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확대하고 토지를 지속가능하게 관리하기 위한 제도를 지속 개선하고 발전시키려는 노력을 계속해 나가야 할 것이다. 우리 아이들에게서 잠시 빌려 온 토지를 그들에게 제대로 물려주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정선화 전북지방환경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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