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제가 고향인 김모(29)씨는 이번 추석명절 고향에 내려가지 않을 생각이다. 지방직 공무원 공채시험이 코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연휴에 고향에 갈 시간이 있나요. 부모님께는 죄송하지만 독서실에 앉아 있는 것이 오히려 마음 편할 것 같아요”
김씨와 같이 취업의 문턱을 넘지 못한 취업준비생들에게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늘 한가위만 같아라'는 말은 남의 이야기다.
9일 추석 연휴를 앞두고 찾은 전주의 한 행정고시학원.
학원가는 짙은 트레이닝복 등 편안한 차림에 묵직한 가방을 멘 취준생들로 분주하다. 이제 막 대학을 졸업한 젊은 층이 주를 이루고 있지만 자격증을 준비하는 중장년층도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었다.
대학 진학 대신 공무원으로 사회 첫 발을 내딛겠다는 백모(20)씨는 이번 추석연휴를 맞는 각오가 남다르다.
그는 “대학을 졸업한다고 해도 확실히 취업보장이 되는 것도 아니고 대학은 언제든지 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대학생활의 낭만이 부럽기도 하지만 스스로 선택한 길 인 만큼 목표를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취준생 이모(28·여)씨는 집에서 눈치를 보느니 차라리 도서관에 나와 있겠다는 심산이다.
이씨는 “취업 준비기간이 길어지면서 매년 찾아오는 명절이 두려워진다”며 “연휴기간 책이 손에 잡힐지 모르겠지만 도서관에 앉아 있는 것이 마음은 편할 것 같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명절을 반납한 것이 비단 젊은 층만의 일은 아니다.
당장 다음 달 공인중개사 시험을 앞둔 가정주부 백모(45)씨는 가족들의 전폭적인 지원사격으로 추석연휴기간 공부에 전념할 수 있게 됐다.
백씨는 “중간 중간 힘이 들어 포기할 생각도 있었지만 남편과 아이들의 응원이 큰 힘이 되고 있다”면서 “얼마 남지 않은 기간 학업에 집중해 힘이 돼 준 가족들에게 보답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처럼 이번 추석 연휴는 반납했지만 묵묵히 자신의 꿈을 위해 흘리는 이들의 땀이 아깝지만은 않아보였다.
정석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