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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국(亡國)의 그날, 자정(自靖) 순국으로 항거한 지사들
전민일보  |  jmib@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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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8.30  09:2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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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0년 8월 29일, 일제는 한일병합 칙령을 공포하고 대한제국을 병탄했다.

‘경술국치’로 불리는 이날, 망국의 치욕에 목숨을 끊어 항거한 자정(自靖) 순국지사들이 있었다. 어떤 이는 목을 메었고, 어떤 이는 우물에 몸을 던졌고, 어떤 이는 기둥에 머리를 찧어 목숨을 거두었다. 울분에 물과 음식을 끊는 선비가 줄을 이었다.

매천(梅泉) 황현은 “내가 꼭 죽어야할 의리는 없으나 국가에서 선비를 길러온 지 500년이 됐는데, 나라가 망하는 날에 이르러 이를 부끄럽게 여겨 죽은 선비가 하나도 없다면 어찌 통탄치 않으리오.”라며 죽음을 택했다.

일유제 장태수는 김제 남강정사에서 “개와 말까지도 능히 주인의 은덕을 생각하는데, 역적 신하들은 어찌 임금을 속이고 나라를 팔수 있는가”라고 통탄하며 곡기를 끊은 지 24일 만에 순절하였다.

금산군수 홍범식은 "죽을지언정 친일하지 말라“는 유언을 남기고 객사 뒤뜰 소나무에 목을 메었다.

동은(東隱) 이중언은 “나라가 무너진 마당에 오직 나아갈 길은 목숨을 던져 의로움을 택하는 것 뿐”이라며, 숙부 이만도가 단식으로 목숨을 끊자 그 길을 따랐다.

성균관박사 김근배는 일제가 일왕의 하사금인 은사금을 주고 회유하려하자 “살아서 능욕 당하는 것은 죽는 것만 못하다”며 큰 돌을 품에 안고 우물에 뛰어들었다.

관인 정동식은 “내가 힘이 없어 나라를 지키지 못하였으나 그 부끄러움은 이루 말할 수 없다.”며 전주 공북루에 올라가 자결하였다.

고양의 김석진, 안동의 권용하, 홍성의 이근주, 순창의 공치봉, 양반부인 심씨, 중추원 의관 송주면, 궁중내관 반하경, 백정 황돌쇠 등 선비뿐만 아니라 전·현직관리, 양반집 부인, 심지어 백정까지도 목숨을 내놓았다.

그렇게 망국의 그날, 전국에서 쉰한 분의 지사들이 치욕의 순간에 죽음을 선택하여 항거하였다.

일제의 식민지 침탈과정에서 국망의 분통함에 스스로 목숨을 끊어 항거한 자정 순국도 각계각층에서 행했던 항일투쟁의 한 방법이었다.

이들의 자정 순국은 백성들의 항일투쟁에 불을 붙이는 기폭제 역할을 하여, 이후 의열단과 한인애국단 등 의열투쟁으로 번져나갔다.

그들이 자정 순국한 지 35년이 지나서야 비로소 조국은 광복되었다. 숱한 유·무명의 지사들이 광복의 제단에 자신의 목숨을 바친 결과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경술국치로부터 109년이 흘렀다. 역사는 돌고 돈다고 했던가?

일제 식민지배 마지막 총독과 같은 이름의 ‘아베’가 총리가 되어 사과와 반성은커녕 침략의 역사를 부인한 채 군국주의의 부활을 시도하고 있다.

그는 전범들을 기리는 야스쿠니 신사를 자랑스럽게 방문하고, 인권 유린에 대해서도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으로 완전히 그리고 최종적으로 끝났다“고 주장하며, 최근에는 식민지배 역사인식의 갈등을 ‘경제보복’으로 으름장을 놓고 있다.

임진년(1592, 임진왜란), 을사년(1905, 을사늑약), 경술년(1910, 경술국치)에 이어 우리는 또다시 우리의 삶을 위협하는 제국주의의 망령과 마주하고 있다.

마치 역사의 데자뷰를 보는 것처럼... 그것도 대한민국 헌법이 계승하는 3·1운동과 임시정부수립 100주년이 되는 해에 말이다.

일본의 경제침략에 맞서 “독립운동은 못했어도 불매운동은 한다.”며, 국민들의 자발적 불매운동(보이콧재팬)이 일어난 기해년(2019), ‘반일’을 넘어 ‘극일’의 해로 기록될 것이다.

김석기 전북동부보훈지청장

※본 칼럼은 <전민일보>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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