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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슬픔을 공부한다?!
전민일보  |  jmib@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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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8.05  09:4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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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을 공부하는 슬픔’(?)

책 이름을 우연히 들었을 때부터 아리송했다. 책을 읽으면서도 저자가 상당히 섬세하고 민감하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주제가 그닥 와닿지는 않았다.

책의 3분의 1 정도를 읽었을 때, 삼천도서관에서 저자의 특강이 열린다는 소식을 접했고, 문화가 있는 수요일, 나는 도서관으로 갔다.

우아하고 섬세한 문체로 평론계에서는 이례적으로 팬층을 두텁게 확보하고 있는 신형철 평론가는 책자 사진에서 그대로 나온 것처럼 호리호리하고 차분해보였다.

아쉬운 것은 목소리마저 차분해서 사무실에서 보고서를 쓰다 지친 내게 강연이 자장가처럼 들렸다는 것이다. 고3 때도 하지 않았던 손바닥 지압을 해가며 왜 타인의 슬픔을 공부해야 하는지 집중했다.

저자는 인간은 존재 자체가 결함이어서 인간이 배울 가장 소중한 것과 인간이 배우기 가장 어려운 것은 “타인의 슬픔”이라고 한다.

“육체”라는 경계, “영혼”이라는 깊이, “심장”이라는 조건이 타인의 슬픔을 이해하기 어렵게 근원적으로 막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타인의 슬픔을 공부해야 하는 이유는 세월호 사건으로 아이를 잃은 유족들이 단식투쟁을 하고 있는데 그 앞에서 치킨과 피자를 시켜 먹었던 사람들을 예로 들어 설명했다.

괴물은 의지가 아니라 무지로 탄생한다는 것이다. 그들은 유족들의 슬픔을 몰랐다는 것이다.

충격적이었던 남자 연예인들의 카톡방에서 저자가 더 큰 충격을 받았던 것은 그들이 자신들의 행위가 ‘범죄’인 줄은 알면서 상대방(타인)의 상처는 모른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위로는 인식이고, 인식이 위로이어서 알아야만 정확히 위로할 수 있고, 이해할 수 있기 때문에 우리는 타인의 슬픔을 공부해야 한다는 것이다.

2년 전에 전주시 열린시민강좌에서 정혜신 박사의 강연이 생각났다. 1시간 반 정도의 강연 후 나이가 지긋하신 어르신께서 손을 번쩍 들고 질문하셨다.

그 누구 보다 탄핵당한 박 전대통령, 세월호 앞에서 몰상식한 발언을 하는 김00 국회의원과 어버이연합 사람들을 보면 그 사람들이 정말 사람인지 이해가 안된다는 것이다.

박사님은 신형철 저자와 같은 답을 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부친이 돌아가시고 하루 아침에 많은 사람들이 등을 돌린 것을 경험했다. 그 후 18년 동안 외출도 안하고 와신상담, 요가만 하면서 버텼다.

치유를 받아 정리하지 않으면 자신의 고통에만 매몰되고 타인의 고통에 공감할 수 없다. 치유받지 못한 상처는 누군가에게는 칼이 된다.

일부 국회의원이나 어버이연합도 본인이 받은 상처와 소외감이 깊어서 그럴 수 있기 때문에 내가 치유를 받아야 다른 사람을 치유할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타인의 슬픔을 공부할 수 있을까?

저자는 타인의 고통에 대한 민감성과 그를 외면하지 못하는 결벽성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길러지는 것이라고 한다.

타인의 슬픔을 공부하는 방범은 관점을 바꾸는 것, 현장에 있는 것, 감정 공부 - 시나 소설을 읽는 것을 제시한다. 모두 쉬운 것은 아니다.

늦은 저녁, 2시간 20분 동안 강연을 듣고 집으로 돌아왔다. 나를 맞이해주는 것은 아이들도 남편도 아니고 어지러워진 집 뿐이다.

쌓여있는 집안일 지수 만큼 분노 게이지도 올라간다.

하지만 최대한 상냥하게 “어디야?”라고 카톡을 보낸다. 나는 타인의 슬픔을 공부하기로 마음먹은 ‘공부하는 인간’이니까.

구성은 전주시 평생학습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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