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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질 또는 못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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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질 또는 못질
  • 김민수
  • 승인 2007.12.02 18: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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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질 또는 못질
홍승헌
원광대학교 한약학과 교수

  하루는 중학교와 초등학교에 각각 다니는 두 아이들 앞에 나무토막과 못, 그리고 망치를 내놓았다. 아이들은 웬 뜬금없는 물건들이냐는 듯 멀뚱멀뚱 쳐다봤다. 아직 한 번도 망치질을 해본 적이 없는 아이들에게 정확한 위치를 짚어 주면서 못을 박아 보라고 했다. 아이들은 영문도 모르고 못질을 시작했다. 작은 아이는 물론 큰아이도 정확한 위치에 제대로 못을 박지 못하고 투덜거리며 헛손질을 계속했다. 그래서 시범을 보이며 처음에는 약하게 톡톡 쳐서 자리를 잡고 어느 정도 들어갔을 때 좀 더 강하게 망치질을 해서 못을 나무에 견고하게 박았다. 작은 아이는 아빠가 못질 잘한다고 즐거워했지만 큰아이는 여전히 무슨 영문인지 심드렁한 얼굴로 쳐다만 보고 있었다. 그래서 요즘 삽질이라는 말이 아이들 사이에 자주 쓰이는데, 삽질처럼 대충해도 될 일이 있고 못질처럼 정신을 집중해서 정확하게 해야만 뜻한 바를 이룰 수 있는 일이 있음을 보여주려고 했던 것이라고 말 해줬다. 그제야 큰아이도 입은 삐죽거리지만 뭔가 메시지를 전해 받은 듯 잠시 심각한 모습을 지어 보였다.
  ‘위키피디아’라는 인터넷 사이트는 요즘 유행하는 신조어를 모아서 그 의미를 알려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젊은이들이 즐겨 쓰는 용어 중의 하나인 ‘삽질’에 대해 이 사이트는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삽질은 ‘쓸모없는 일을 하다’는 뜻으로 사용되는 한국의 관용어이다. 그 기원은 일반적으로 군대에서 상급자들이 졸병에게 쓸모없는 일을 ‘규율’을 세우려는 의도로 시키는 것으로 이해되고 있으나, 간혹 공사판에서 중장비를 쓰면 될 것을 굳이 몸으로 때워 재정을 줄여보겠다는 의도로 삽을 열심히 드는 것으로 혼동하기도 한다.” 한편 못질의 뜻은 ‘못을 박는 일’로서 신조어 사전에는 당연히 등장하지 않는 용어다. 정말 열심히 공부하는데 성적은 별로 신통치 못한 학생이 있는가 하면, 빈둥빈둥 노는 것 같은데도 성적은 항상 잘 받는 학생도 있다. 아마도 핵심의 파악과 중요도의 경중에 대한 이해, 그리고 집중력에 있어 전자는 못질 하듯 신중하게 하고 후자는 삽질하듯 대충하는 것이 이 두 부류의 가장 큰 차이점이 아닐까 싶다. 공부뿐만 아니라 무슨 일이던 이 몇 가지 요소들은 일의 성패를 좌우하는 중요한 변수임이 분명하다.
  대선이 불과 20일도 남지 않았다. 5년간 나라를 이끌어 갈 대통령을 선출하는 큰 행사를 눈앞에 둔 정치권의 모습은 정치문외한의 눈에도 가관이다. 그야 말로 국민들 앞에 가장 진지하고 가장 심각해야 할 정치권 사람들이 국민들을 놀리고 우롱하는 것만 같아 불쾌하기 짝이 없다. 결국 정신을 차려야 할 사람은 우리 스스로일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중요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 필요한 것과 필요하지 않은 것을 잘 구분해서 제대로 된 작품을 만들어 낼 사람이 누구인지를 냉철하게 판단해야하는 크나큰 책임이 우리 한 사람 한 사람 모두에게 주어져 있음을 더욱더 새롭게 인식해야 할 때가 금년 대선임에 틀림이 없을 것이다.
  정치권의 난삽한 여러 행태 때문에 이전에 비해 이번 대선은 일반국민들의 웃음거리가 되고 있는 것 같고, 관심도 예전 같지가 않다. 주변의 적지 않은 젊은이 들은 아예 흥미를 접고 있는 모습도 이전 대선에서는 보지 못했던 현상이다. 나무토막에 못을 하나 박기위해서도 손을 다치지 않도록 잘 겨냥해서 신중하게 적절한 힘으로 팔을 휘둘러야 한다. 아무리 짜증나고 불쾌하더라도 모래판 삽질하듯 아무렇게나 팔을 휘둘러서는 안 될 것이 나라의 최고 일꾼인 대통령을 뽑는 일이다. 정치권 사람들이 삽질하고 있다 해서 국민들마저 같이 삽질을 해서는 나라가 제대로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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