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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는 아름다운 고도(古都)다
전민일보  |  jmib@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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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5.08  09:3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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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세계대전이 막바지로 치닫던 시절 미군은 일본 본토에 대한 폭격에 나선다. 그리고 그 정점에 히로시마와 나가사키가 위치한다. 두 도시 모두 일본을 대표하는 공업도시였다.

그런데 이런 전쟁 중에도 미군이 폭격대상에서 제외한 도시가 있다. 바로 교토(京都)다. 일본 역사와 문화의 상징과 같은 그 도시는 인류가 지켜야 할 소중한 유산이었기 때문이다.

한국에도 그런 도시가 있다. 경주가 대표적이다.

그럼 전주는 어떤가. 전주는 후백제의 도읍이자 조선왕조의 발상지다. 또한 전라도라는 지명의 첫 글자를 대표하는 상징성만큼이나 호남 제일의 중심지였다.

그런데 평양, 개성 등과 함께 조선을 대표하던 전주는 어느 순간 지방의 조그만 소도시가 되고 말았다. 2018년 현재 대한민국에는 전주보다 규모가 큰 도시가 17개에 달한다.

그리고 올해 순위는 더 내려갈 가능성이 크다. 용인군이 용인시가 되고 고양군이 고양시가 되던 날들 속에서 전주의 존재감은 경기도의 웬만한 중소도시보다 못한 위치가 된 것이다.

누군가는 이렇게 말할지 모른다.

“그래서, 무슨 얘기를 하자는 것인가?” 그 물음에 대해 느끼는 전주 사람의 인식은 그 수만큼 다양할 것이다. 다만 나는 전주가 정치논리에 의한 희생양이 되어 낙후지역이 되었다는 음모론을 얘기하고 싶지 않다.

그럼에도 그런 주장이 있다면 그것은 다른 기회, 다른 방식으로 논의될 문제다.

나는 개인적으로 전주가 울산이나 포항과 같은 도시가 되지 않아서 슬프지는 않다.

전주는 히로시마나 나가사키가 아닌 교토와 같은 도시이기 때문이다.

나는 언제나 전주 톨게이트에 들어서면 편안한 안도감을 느끼곤 한다. 전동성당과 오목대, 객사, 그리고 다가산의 정경 하나하나가 내겐 유럽의 그 어느 도시에서 봤던 아름다움보다 더 깊이 마음속에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소소한 감정이 어찌 나뿐이겠는가. 그래서일까. 어느 순간부터 주변 사람들에게서 전주에 다녀왔다는 소식을 많이 접한다. 내가 살고 있는 예산군민들로부터도 그렇다.

그분들 입을 통해 한옥마을과 막걸리 골목에 대한 얘길 들을 때면 내가 그 자리에 함께 하는 기분을 느끼기도 한다. 궁금해진다. 전주의 아이콘이 된 그곳은 현재 어떤 모습인가?

수차례 전주 한옥마을에 다녀오신 지인 한 분이 내게 이런 말씀을 하신다.

“처음 갔을 땐 참 좋았는데 어느 순간 가보니 한옥마을이 상가에 기와만 씌워놓은 시장이 되어버렸어.”

여전히 한옥마을을 찾는 많은 분들이 그곳에서 소중한 시간을 만들어가고 있다. 또한 그것이 아니어도 한 사람의 개인적 경험을 보편화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그러한 말과 느낌이 일순간 증기가 되어 현실화 되는 것에 대한 걱정까지 숨길 수는 없다.

나는 1980년대 야간자율학습을 마치고 전고에서 교동과 전동을 거쳐 서학동까지 걷던 그 시간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 그 시절 교동과 전동의 한옥엔 지금과 같은 화려함은 없었다.

내가 걷던 그 골목길은 빛바랜 한옥들 사이로 스쳐가던 고요함을 간직하고 있었다. 그것은 마치 적막한 산 정상에서 바라보던 별빛과도 같았다. 그리고 그때 느꼈던 아름다움은 여전히 진행중이다.

나는 옛 것이 무조건 좋고 그것만 따라야 한다는 말을 하는 것이 아니다. 모파상이 그토록 혐오했던 에펠탑은 이제 전 세계인에게 파리를 상징하는 아이콘이 되어있다.

보다 많은 사람이 전주 한옥마을에 와서 힐링의 시간을 가지고 소중한 추억을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내 기억 속 풍경만으로는 불가능하다.

아름다운 고도 전주에 생기는 변화도 불가피하고 또한 필요하다.

문제는 변화의 양상과 그에 대한 평가다. 한옥마을은 전주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이제 묻게 된다.

전주 한옥마을에서 일어나는 일련의 변화도 파리의 에펠탑이 걷던 그 길로 가고 있는 것인가.

전주보다 규모가 큰 도시는 많다. 그럼에도 전주는 보석과 같은 도시다. 그 보석을 보기 위해 전주를 찾도록 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인류의 자산을 공유하는 행위다.

다이아몬드가 작다고 그 가치를 폄하하는 사람은 없다.

장상록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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