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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취폭력에 멍드는 구급대원, 응급환자 생사의 갈림길에 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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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취폭력에 멍드는 구급대원, 응급환자 생사의 갈림길에 서다
  • 전민일보
  • 승인 2019.04.03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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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매화 가지에 붉은 빛이 감도는 요즘, 아직 밤기운은 스산하다. 구급출동 벨이 119안전센터에 울려퍼지면 하던 일도 뒤로 미루고 차고로 뛰어가 구급출동을 서두른다. 구급대원의 선택적 집중이 도움을 필요한, 요구조자에게는 생사가 오가는 중요한 시간이다.

구급대원의 신속한 판단과 적절한 응급처치는 환자의 생명과 일상으로 복귀하는 예후까지 큰 영향을 미친다. 의학적으로 백금의 시간으로 불리는 10분, 현장에서 구급대원에게 주어진 최대시간이다. 이 시간동안 현장에서 구급대원은 전문지식을 바탕으로 환자평가,처치,이송병원 선정 등 숨가쁘게 선택 갈림길에서 최선의 방법을 택하고 병원까지 안전하게 이송하여 인계하게된다.

그러나 이 선택적 집중이 주취폭력에 의해 갈피를 잃고 미로속에 구급대원을 가둬두는 경우가 발생한다면 출동한 구급대원은 어떤 선택이 최선의 방법인지 생각하게된다.

현장에서 주취자는 잠재적 응급환자로 분류한다. 잠재적 응급환자라하면 출동 당시는 임상적증상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잠재적으로는 뇌출혈이나 또는 유사한 질병이 발병하거나 사고발생 우려성이 잠재적으로 내포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현장에서 단순 주취로 판단하고 귀가조치를 결정할 수 없는 이유이다.

현장에 출동한 구급대원은 중증도분류를 할 수는 있지만 의학적 판단을 결정하고 선택하는 것은 의사의 고유업무이다. 그런 업무적 특성으로 인해 당장은 임상적 증상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병원으로 이송하여 의사의 의학적 판단에 근거하여 자택귀가가 필요한지 치료가 필요한지 결정한다. 구급대원은 현장에서 병원까지 중간적 입장에서 선택의 방법은 한정적이기 마련이다.

물론 병원응급실에서도 응급환자 수용만으로도 과부하가 생겨 주취자를 돌보는 인력이 부족하다는 것은 이해하지만 현장에 출동한 구급대원이 이송거절 또는 이송거부를 결정하기에는 법적으로 ‘만 19세 이상의 성인이며 적절한 판단력을 행사할 수 있는 건전한 정신상태’가 동반되는 조건을 만족해야 이송거절 또는 이송거부를 할 수 있어 선택하기가 어렵다.

현장에서 주취자는 똑같은 이야기를 반복하는 등 횡설수설하며 자신이 겪고 있는 어떠한 문제점을 해결해 주기를 바라며 극도로 감정적인 성향을 보인다.

구급대원은 그런 주취폭력자에 의해 멍이 들고 있다. 술이 깨면 ‘술 때문’이라고 치부하기엔 구급대원이 받은 상처는 아물지 않는다.

특히 주취자에 발이 묶여있는 시간에 심정지와 같은 응급출동을 놓친 경우에는 그 상처가 더 깊다. 구급대원의 숙명이라고 말하기에는 그 상처가 덮어지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주취폭력에 대비하기 위해 구급대원에게 에어러블 카메라를 보급하고 소방서에서는 특사경제도를 운영하면서 폭력근절에 힘쓰고 있다.

최근 부산에서는 구급대원 폭행과 관련하여 무관용원칙을 적용하여 검찰에 송치한 사건은 더 이상 술 때문이라는 변명이 통하지 않음을 시사한다. 주취자의 우발적 폭행을 구급대원이 전부 끌어안고 현장활동에 임할 수는 없다. 그래서 주취폭력에 대해 무관용원칙이 뿌리 깊게 박힌 술 때문이라는 인식개선에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그에 앞서 국민들이 구급대원에 대한 업무 특수성을 이해하고 폭력으로부터 보호해야한다는 인식이 필요하다.

주취자는 잠재적 응급환자임은 간과할 수 없다. 또한 주취와 임상적 증상이 비슷하여 착각하거나 현장에서 CT나 MRI 장비 등 세밀한 검사장비가 없어 상황판단이 쉽지 않다. 소방, 경찰, 병원은 주취자로 인해 인력과 시간, 또한 폭력에 노출되는 불안감 속에 각자의 자리에서 주취자 대응방안을 찾기 위해 노력 중이다.

폭력을 뿌리 뽑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것이며 주폭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개선되어야 함은 분명한 사실이다. 구급대원도 주취자대응 매뉴얼에 따라 오해의 소지나 문제를 발생시키지 않도록 교육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취자 폭력은 좀처럼 감소하지 않고 있다. 이에 강력한 법집행 제도가 동반되는 제도적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구급대원이 주취자 폭력에 노출되는 것을 지켜볼 수만은 없는 일이다. 구급대원을 보호하고 심리적 안정은 응급환자의 생명과 직결되어있음을 다시 한 번 되새기며 주취폭력에 대한 근절에 온 국민이 관심을 갖고 함께 노력해야한다.

오늘도 구급차는 쉼없이 달린다. 주폭에 의해 구급차 제동이 걸리지 않도록 노력하는 데에는 수많은 시행착오와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지금 시작하지 않으면 진정 생명이 위태로운 응급환자의 생사는 책임질 수 없다. 주취자 폭력에 노출되어 응급출동을 놓친 구급대원에게 뼈아픈 후회가 남지 않도록 도움이 필요하다.

박현규 고창119안전센터 소방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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