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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창 정체성의 근원은 빼어난 곡선이다
전민일보  |  jmib@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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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3.28  09:5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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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선 7기 들어 고창의 정체성을 찾고자 하는 움직임이 바빠지고 있다. 국어사전에서는 정체성을 ‘변하지 아니하는 존재의 본질을 깨닫는 성질’로 정의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지역 정체성은 근원적으로 어디에서 오고 있으며 어떠한 것들이 있을까? 필자는 우리 주변에서 쉽게 대할 수 있는 부드러운 곡선으로부터 파생되고 있는 자연, 여성, 생명, 풍요, 의향(義鄕)을 떠올려 보았다.

형이상학적 측면에서 보면 영원한 이별과 일방통행을 뜻하는 직선과는 달리 곡선은 만남과 어울림, 상생을 의미해 결과적으로 생명과 문화를 풍요롭게 한다. 고창이 유·무형의 빼어난 곡선 도시라는 것을 입증하는 몇 가지 사례가 있다.

먼저, 산과 들, 바다 등의 지형이 조화롭고 부드럽다. 동쪽 지방 산에 비해 곡선이 많은 방장산과 선운산은 남성스럽다는 표현보다는 외유내강(外柔內剛)의 여성스러움에 더 가깝다.

특히 하늘과 구릉의 만남이 있어 보면 볼수록 마음이 편안한 청보리밭과 아낙네의 성곽 밟기로 유명한 모양성도 곡선의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어 그 가치가 더욱더 빛을 발하고 있다.

두번째로 많은 생명들을 잉태하고 키우고 있다. 선사시대 이래 지구상 단일 면적에 최고로 많은 수가 존재하는 고인돌 군락지 등을 핵심지역으로 고창군 전체가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고창은 과거와 현재를 아울러 인간을 비롯한 많은 생명체에게 삶의 터전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 무장읍성 발굴 과정에서 밝혀진 전국 최대 규모인 사창과 적교시설에서 이 지역이 조선의 식량 보급기지로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컸음을 알 수 있다.

셋째로 다양한 문화를 양산하고 있다. 신재효는 판소리 첫 전문교육을 실시하여 우리나라 최초 여성 명창인 진채선을 포함 당대를 대표하는 많은 명창들을 길러냈다.

뿐만 아니라 굴곡진 삶이 녹아 구전으로 전해오는 사설을 개작 기록해 놓은 판소리 여섯마당은 지금까지도 수많은 이야기의 산실이 되고 있다.

또한 고창은 동학농민운동을 키워낸 지역이다. 무장기포지에서 전봉준, 손화중, 김개남의 이름을 떳떳이 드러내어 포고문을 발표하고 무장읍성에 무혈입성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며 든든한 지역민들의 뒷받침이 있어 가능했다.

실제로 민간 저변에서 활발히 정보 수집 활동을 벌인 광대 집단의 대장 홍낙관과 무장현감 송덕비를 받치고 있는 거북이의 얼굴을 비틀어 해학적으로 표현해 놓을 정도로 드센 향리들이 있어, 조선 팔도 부패한 관리들이 만연하였음에도 고창에서 만큼은 함부로 악행을 저지를 수 없었다.

고창은 인구대비 전국에서 최다 국회의원들을 배출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각종 농·수산물에서 국내 최대 생산량을 기록하고 있다.

본디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체는 그 지역 풍토의 영향을 받기 마련이며, 따라서 우리 지역의 빼어난 곡선 또한 지금도 알게 모르게 우리의 삶에 영향을 주고 있다.

황금돼지 해를 맞아 우리 정체성의 근원인 곡선 지형을 난개발로부터 잘 보전하고 형상화하여 랜드마크로 발전시키고 문화를 부흥시킴으로써 고창이 한반도의 첫수도로 거듭날 수 있기를 기원해 본다.

전민중 고창군 문화예술과 문화시설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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