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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동포와 조선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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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동포와 조선족
  • 전민일보
  • 승인 2019.03.26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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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이 7월 미국에 가신다. 이종사촌 제인의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이모는 1975년 미국으로 이민을 떠났다. 부산 출신 이모부와 사이에 태어난 이종사촌동생 3명 모두 미국 태생이다. 그렇다.

그들은 한국인이 아닌 한국계 미국인이다. 나는 그 동생들에게 결코 이렇게 묻지 않는다.

“한국과 미국 사이에 전쟁이 일어난다면 넌 누구편이냐?”

사람은 살아가면서 마음속에만 간직하고 입으로 발설하지 않아야 할 것들이 있다. 그것은 상대방에 대한 예의인 동시에 나 자신의 소중한 무엇을 지키기 위한 방어기재이기도 하다. 만일 내가 제인이나 폴에게 그런 난감한 질문을 한다면 돌아올 것은 모두가 패배하고 상처받게 되는 답뿐이다.

나는 제인이나 폴이 한국이 아닌 미국을 선택하는 것이 합리적이고 올바른 선택이라 생각한다. 물론 그들의 입을 통해 그 사실을 확인하는 순간 내 가슴엔 커다란 상처가 남게 될 것이다. 그들이 의외의 답을 내놓은 순간에도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다민족 국가인 미국시민이 조국을 배신하는 결과를 확인하게 되기 때문이다. 제인이나 폴은 분명한 미국인이다. 그렇다고 영혼의 본향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적어도 그들은 한국이 중국이나 일본과 문제가 생긴다면 단연코 한국 편에 설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조승희가 버지니아 공대에서 총기를 난사해 수많은 생명이 희생됐을 때 적잖은 한국인들이 부채의식을 느꼈다. 그럼에도 정작 미국인들은 그 책임이 한국인에게 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조승희는 미국인이고 그 책임은 한국의 몫이 아닌 미국의 문제라는 생각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제인은 엄마에게 왜 부끄럽다는 얘길 했던 것일까?

아마도 제인은 자신이 미국인이지만 뿌리는 한국에 있다는 사실을 자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재미동포와 한국계 미국인에 대한 정체성의 혼란은 비단 최근의 일만은 아니다. 서재필이 필립 제이슨이 되어 고종(高宗)을 만나던 그 순간에도 그것은 엄연히 존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의문이 들기도 한다. 필라델피아에서 필립 제이슨으로 영면에 든 그를 굳이 대한민국 국립묘지에 묻어야 하는 이유에 대해.

한국계 미국인은 한국인이 아니다. 우리가 그들을 한국인으로 인식하는 순간 모든 관계는 설명이 난해해진다. 이제 주변에 존재하는 가깝고도 낯선 이들에 대해 알아보자. 과연 중국 동포와 조선족은 어떻게 다른가. 또한 그들은 한국계 미국인과 무엇이 같고 무엇이 다른가?

한국과 중국 대표 팀의 축구경기에서 시작된 당혹감은 김동성과 안톤 오노에 대한 재미동포의 감정만큼 이나 미묘하지만 한 편 이해할 수 있다. 또한 모택동(毛澤東)과 습근평(習近平)에 대한 평가에서부터 베트남 동해 연안에 대한 중국의 입장을 견지하는 것도 다르지 않다. 문제는 그들이 한국에 와서 생활하는 것에 있다.

한국인 면전에서 중화주의라는 시대착오적 망상을 설파하는 것은 한국계 미국인이 스티븐스(Durham White Stevens)의 논리를 정당화 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그들이 진정 그런 사고를 가지고 있다면 중국에 살면 된다. 그것은 스티븐스를 지지하는 한국계 미국인이 있다면 그 역시 미국에 살아야 마땅한 것과 다르지 않다.

나는 미국인에게 데오도어 루즈벨트를 비난하라고 강요할 생각이 없다. 그와 같은 논리로 중국인들이 모택동이나 습근평에 대해서 가지는 과도하고 기괴한 숭배에 대해 그들을 탓할 생각이 없다. 그럼에도 내가 그들을 비판할 자유는 여전히 존재한다.

혹자는 이렇게 얘기한다. “문화혁명 당시 민족적 주체성을 가지고 있던 한인(韓人)들은 모두 숙청되고 중화주의에 세뇌된 사람들만 남은 것이 현재의 조선족이다.” 조선족이 한국말을 쓰는 중국인이라면 한국계 미국인은 검은머리 외국인이라는 점에서 다르지 않다. 그들에게 우리는 공평해야 한다.

트럼프와 볼턴에 대한 내 시각이 그러하듯 습근평과 왕이(王毅)에 대한 내 비판도 가능하다.
 
나는 미국인도 중국인도 아닌 한국인이고 자유인이다. 중국 동포인지 조선족인지의 여부는 미국 동포인지 검은머리 외국인지의 구분과 다르지 않다. 그 답은 주체와 객체 모두의 몫이다.

장상록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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