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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과 허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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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과 허무
  • 전민일보
  • 승인 2019.03.20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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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부족해서일까? 인기 정상에 오른 연예인이나 권력의 중심에 선 사람이 어처구니없는 스캔들에 휘말리는 것을 본다. 수십, 수백억 원의 돈을 거머쥔 부자들이 돈 문제로 망신을 당하는 일도 심심찮게 등장한다.

왜 그럴까? 현재의 위치에 도달할 때까지 얼마나 힘든 과정을 거쳤을까? 벅찬 성취감을 맛보고 잠깐 숨을 고른 뒤 새로운 목표에 도전했다면 그런 어설픈 짓은 저리르지 않았을 텐데.

개인적인 수모야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국가차원에서도 큰 손실이라 하겠다. 나라를 위해 이바지할 인재를 잃는 것 같아 안타깝기만 하다.

수필집을 내고 나면 나는 한동안 허탈감에 빠지고 만다. 예전 같으면 친구들을 불러 술이라도 마시고 싶은데 이젠 그러지도 못하니 스스로 추슬러야 한다.

성공의 중요한 요인이 되는 ‘긍정성’은 삶의 위기가 찾아와도 그를 뛰어넘어 삶의 목표를 향해 달리게 한다. 이 긍정성을 제공하는 마음은 자선단체가 아니며 금융기관처럼 움직인다는게 서울대병원 정신의학과 윤대현 교수의 주장이다. 성공하고 싶다고 마음에 이야기하면 마음이 긍정성을 대출해준다. 성취를 이루는 순간 마음은 긍정성의 파이프라인을 잠가버리고 채권 회수에 나선다. ‘네가 성공하도록 지금껏 도와주었으니 이젠 나를 즐겁게 하라’고 마음이 보상을 요구한다는 것이다. 성취 후 찾아오는 허무감의 정체가 바로 이것이라고 윤 교수는 지적한다.

유명인의 스캔들은 성공의 탄탄대로에서 일어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다 가진 사람이 왜 그런 행동을 해서 모든 것을 잃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그러나 그들은 다 가졌기 때문에 스캔들에 휘말릴 위험도 올라갈 수 있다. 성공 뒤에 찾아 오는 심리적 보상 요구를 건강하게 해결하지 못하면 허전한 마음을 위로하기 위해 쾌락 시스템이 과도하게 작동될 수 있다고 심리학자들은 경계한다.

사람의 뇌 안에 있는 쾌락 시스템은 생존에 필요한 장치라고 한다. 강력한 쾌감 반응을 일으키는 요인을 생존 아이템이라 하는 데 가장 강력한 것은 먹는 욕구다. 둘째는 사랑이고 세 번째는 권력에 대한 욕망이다.

강력한 생존 아이템인 성적 욕망과 권력욕, 재물욕이 자신의 쾌락을 위해 타인을 망가뜨리고 결국 스스로의 숨통마저 조인다는 설명이다. 그럴듯한 해석이다.

사회적으로 큰 성취를 이룬 사람 중에 성공을 한 직후 나락으로 떨어지는 사례가 적지 않다. 정신분석학자 산도르 로랜드는 ‘성공 신경증’이란 용어를 사용하여 설명하고 있다. 평생 꿈꿔온 고위직에 올랐는데 취임식장에서 말실수하는 바람에 바닥을 치는 공직자가 있고 평생 공생하며 애쓴 결과 이제 살 만해졌는데 느닷없이 도박에 빠져 감옥에 갇히는 이도 있다. 그의 성취에 대해 대중이 손뼉을 치는 순간 사회적으로 비난받을 일을 자행하여 경력을 파괴하는 연예인들이 있다. 큰 성공을 거두고 슬럼프에 빠져 지내는 예술가들도 있다. 성공 때문에 삶이 파괴되는 이들의 추락은 사소한 실수나 사고의 형태를 띠며 이해할 수 없는 자기 파괴의 행위처럼 보인다.

성공한 사람은 자신의 달라진 능력과 위상을 시험해보려고 한다. 동창생들 앞에서 힘을 과시하려 하고 고향에서 떠들썩하게 잔치를 벌이기도 한다.

예전에 어느 군인의 애기를 들었다. 처음 장군으로 진급하자 고향 마을과 모교 그리고 면 소재지에 스무 장 남짓 축한 플래카드가 걸렸다고 자랑했다. 군복 벗고 국회의원으로 출마하고 싶은 마음을 은근히 내비치기도 했다.

성공이란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가? 어떤 지위에 오르고 무엇을 이루어야 할까? 도대체 성공이란 있는 것인가? 성공했다는 느낌은 오래 가지않는다. 머지않아 시들해지고 말 것이며 더 큰 성공을 위해 발버둥 쳐야 할 것이다. 언제까지 그럴 것인가 실패하고 망할 때까진인가?

실패한 뒤에 오는 변화는 무엇일까? 적어도 허무에는 빠지지 않을 것이다. 대부분 이를 악물고 재도전하려는 의지를 내보일 것이기 때문에 한가로이 허무에 빠질 여유가 없다.

어느 지인이 보내준 메일을 보았다. 70대엔 병없이 몸만 건강하면 성공한 인생이고 80대에 본처가 밥을 차려주면 성공한 삶이라 하던데 나는 어떤가? 아직은 건강한 편이라 성공한 70대가 아닐까 자위한다.

김현준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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