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을 상징하는 태극문양으로부터 파란색 불꽃의 형상이 위로 솟아오른다. 불꽃은 순국선열의 뜨거웠던 나라사랑정신을 드러내는 것이다. 한편 세 갈래로 피어오른 불꽃은 팔괘의 건(乾), 하늘을 뜻한다. 우리 역사의 민족정신과 더불어, 이를 지키고자 했던 유공자들의 숭고한 희생을 나타내는 것이다.
올해 새로 도입된 국가유공자 상징에 대한 해석이다. 국가보훈처에서 국가유공자의 자택에 달아드리고자 하는 국가유공자 명패에도 그러한 함의가 담겨 있다.
올해부터 국가보훈처는 국가유공자 명패 달아드리기 사업을 본격적으로 진행한다. 종전 지자체에서 개별적으로 시행하던 것을 새해를 계기로 새롭게 추진하는 것이다.
그 디자인이 웅대한 의미를 함축하는 만큼, 국가유공자의 명예를 높이려는 명패사업의 목표 역시 클 것이다.
이 웅대한 사업은 과연 보훈가족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오려고 하는 걸까. 이 새로운 사업은 우리 사회에 어떤 반향을 일으키길 바라는 걸까.
우리가 흔히 쓰는 말 중에 스포트라이트라는 단어가 있다. 무대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을 강조하기 위해 집중적으로 비추는 조명을 뜻한다.
극의 진행에 가장 핵심이 되는 것은 단연 주연배우일 것이고 따라서 주연이 스포트라이트에 비춰지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관객의 시선은 자연히 스포트라이트 속을 쫓지만, 그렇다고 해서 극은 주연배우의 존재만으로 완성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늘에서 열연하는 조연과, 조명조차 들어오지 않는 무대 뒤의 지원이 있기 때문에 극이 존재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관심이 그곳까지 닿는 경우는 드물다.
국가유공자에 대해 이야기할 때에도 우리의 태도는 비슷한 것 같다.
위인전에 쓰인 유공자, 액자에 그려진 유공자, 이름이 노래에 실린 유공자들만을 보고 들으며 그들을 기리는 동안, 우리 바로 주변에서 살아가는 알려지지 않은 유공자들의 흔적들은 그다지 조명되지 않는다.
배우의 역할에 경중이 있는 것처럼 유공자의 업적에도 경중이 있을 수는 있다.
그러나 가족과 이웃을 지키기 위해 자신을 희생했다는 사실은 유공자 모두가 같다.
그럼에도 우리는 유공자의 범위를 역사속의 위인 몇으로만 한정하여 조명하고 있지는 않은가. 꼭대기만 밝히고 있던 조명은 좀 더 아래로 더 넓게 비춰질 필요가 있지 않은가.
생각건대 국가유공자 명패사업은 그런 질문에 대한 답변의 한 가지가 아닌가 싶다.
국가유공자는 현충시설과 기념행사 속에서만 존재하는 게 아니라 삶의 바로 근방에서 실제로 살아가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하는 것이다.
우리의 평온하고 소중한 일상을 가능케 한 것은 역사의 응달 아래에서 드러나지 않았던 유공자들의 희생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 사실을 잊지 않아야 한다. 그리고 이제 우리는 길을 걷다 이따금씩 그 사실을 떠올리게 하는 푸른 빛 이정표를 마주치리라.
조선시대 때 정려라는 제도가 있었다고 한다. 충신이나 효자가 살았던 곳에 붉은 문을 짓고 이름을 내걸게 해 미풍양속을 장려토록 하는 제도였다.
훌륭한 행적에 대한 포상을 굳이 대문 앞에 드러내는 형태로 만들었던 것은, 우리 조상들도 '옳은 행동'의 가치가 일상생활 속에서도 반추되기를 바랐기 때문일 것이다.
국가유공자 명패는 정려와는 성격이 조금 달라도 그 함의는 비슷한 것 같다.
명패사업을 통해 가족과 이웃을 위한 희생, 그리고 그 희생에 대한 감사의 가치를 되돌아보는 일이 일상이 되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
정원배 전북동부보훈지청 보상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