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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소리’로 100년의 ‘함성’을 노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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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소리’로 100년의 ‘함성’을 노래하다
  • 전민일보
  • 승인 2019.01.31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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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비 물러 나간다.”

이 소리를 기억하십니까? 20여년 전 TV 광고에서 故박동진 명창이 판소리로 불러 유행이 된 흥보가의 한 구절이다.

노래하는 ‘소리꾼’, 북으로 장단을 맞추는 ‘고수’ 그리고 이를 지켜보는 ‘구경꾼’이 셋이 한자리에 모여 교감하며 이루어지는 것이 우리의 음악 판소리다. 이 판소리는 구슬픈 느낌을 주는 계면조와 육자배기토리의 음악적 유사성 등으로 무속의식인 전라도 ‘서사무가’에서 유래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전해오는 얘깃거리를 노래와 사설로 엮으며 주로 서민들의 고단한 삶을 주제로 삼았다. 판소리의 가장 오래된 기록은 1754년(영조 30년) 유진한이 판소리를 직접 듣고 한시로 기록한 ‘만화본 춘향가’이다. 판소리는 이 시기를 전후로 형성되어 19세기에 이르러 본격적으로 발전하게 된다. 어림잡아도 300여년의 역사를 지녔다고 볼 수 있다.

정조시대. 양반가에서 태어났지만 글공부 보다는 소리배우기에 더 열심인 소년이 있었다. 이를 가문의 수치라 여긴 친척들은 소년을 멍석에 말아 죽이려 하지만 “죽기 전에 소리 한번만 하게 해 주십시오!”라는 소년의 간청을 들어주기로 한다.

소년의 간절한 외침 그리고 멍석을 뚫고 흘러나온 절절한 소리가락은 어른들의 마음을 돌렸고 소년은 가까스로 목숨을 부지하는데, 그가 바로 완주 출신 조선 판소리 8대 명창이자 최초의 양반소리꾼인 권삼득이었다. 그 뒤를 이은 동편제의 창시자 남원 송흥록, 서편제의 창시자 순창 박유전, 판소리를 여섯마당으로 정리한 고창 신재효, 판소리 최초의 여류명창 고창 진재선 등 전북 판소리의 맥이 유네스코가 지정한 인류구전무형문화유산의 걸작을 탄생시켰다. 한국 판소리의 성지인 전북의 대표적인 문화유산인 것이다.

곡창지대가 많은 전라북도는 일제의 경제적 수탈전초기지가 될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다른 지역에 비해 독립투사들도 많았다. “하늘에는 해와 달과 별빛이 비치지만 내 가슴속에는 일편단심 나라를 구하는 것뿐이다.”라며 37세의 나이에 옥중에서 순국을 맞이한 호남창의동맹단 이석용 의병장을 비롯해 1909년에는 의병활동 횟수와 참가자가 전국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매우 활발하였다.

3·1운동 당시에는 어떠했는가?

전주 장날인 3월 13일을 기해 남문 인경소리를 신호로 신흥학교와 기전여학교 학생들을 중심으로 채소 가마니로 위장해 나른 태극기를 들고 만세 시위를 시작했다.

당시 일본 헌병이 휘두른 칼에 태극기를 움켜쥔 팔이 잘려나가자 다른 손으로 태극기를 집어 올리고 그 다른 팔도 잘려나가자 입에 태극기를 물고 만세를 외쳤던 익산의 문용기, 독립투쟁의 의지를 드높인 ‘육삼정 의거’를 계획했던 아나키스트 정읍의 백정기, 민족대표 33인중 한분이자 천도교측 대표인 임실의 박준승 등 그 어느 지역보다 치열하게 항거했다.

이렇듯 전라북도는 대표적 문화유산인 판소리의 본향이자, 민족의 암흑기 목숨으로 민족혼을 지킨 의열의 고장이다.

전북동부보훈지청은 전주시·광복회전북지부·전주 MBC와 함께 3·1운동과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이하여 전국에서 최초로 이석용 의병장, 문용기 열사 등 우리지역 독립영웅의 이야기를 판소리로 창작하여 비보이, 힙합 등 젊은 층의 감성과 결합함으로써 전통의 영역을 넘어 현대예술과의 접목을 통해 새로운 문화콘텐츠로의 변화를 시도할 계획이다.

판소리는 더 이상 과거형이 아니다. 서민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희망을 노래하는 한편, 모든 계층이 두루 즐기는 사회적 통합 기능을 담당했던 판소리만의 매력과 예술성을 일제강점기 치열하게 그리고 아프게 저항했던 영웅들의 이야기에 덧입혀 소중히 기억하고자 한다.

그분들의 희생으로 우리가 자유롭게 꿈을 꾸고 또 그 꿈을 현실로 만들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1919년 목이 터져라 외쳤던 “대한독립만세” 그 한마디가 오늘 날의 대한민국을 만들었듯이 또다시 아픔의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우리는 그날의 역사를 온전히 기억하고 후대에 계승하여야 한다.

독립영웅 판소리 창작에 도움을 주신 왕기석·안숙선 명창님, 가수 박애리님과 김용택·안도현 시인님 등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며, 높은 예술성과 온 국민이 사랑한 국민전통예술 판소리로 독립영웅을 노래하는 ‘우리의 소리로 100년의 함성을 노래하다’(2019년 2월 22일 15시, 국립무형유산원 대강당) 공연에 도민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성원을 바라며, 이번 공연이 판소리의 예술적 가치에 민족혼을 불어넣어 우리의 전통문화를 우리의 정신과 뿌리로 이어가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김석기 전북동부보훈지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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