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예천군의회 막장 해외연수가 세간의 화두다. 가이드를 폭행하고 여성 접대부를 요구했단다. 폭행 당사자와 방조한 의원 및 군 의회를 상대로 500만 달러(약 56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으로까지 번졌다. 애꿎은 군민들은 그런 사람을 뽑은 죄가 있다며 사과까지 하고 나섰다. 그러나 정작 당사자들은 꿋꿋하게 의원직을 버티고 있다. 씁쓸한 단면이다.
다들 알고 있는 이 내용을 구태여 거론하는 이유는 결과보다 원인을 들여다보고 싶어서다. 그리고 전주시의회도 반면교사로 받아들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가해자는 초선의원을 비방하는 것에 화가 나 폭행했다고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게 감정을 표출하지 않는다. 그럼 왜 그랬을까. 가해자는 초선이다. 조례안을 발의하는 입법 기관이면서 행정부를 감시하고 견제하는 권한을 갑자기 갖게 됐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권력이라 느끼고 향유하고 싶어 한다. 공무원들이 다 머리를 조아리니 제왕이란 착각에 빠지는 우를 범하기 쉽다. 가이드의 험담이 '감히 누구한테'라는 우월감에 상처를 냈다 느꼈기에 주먹을 휘둘렀으리라.
의원들의 권한은 자신들이 만든 게 아니다. 시민들이 부여해 준 것이다. 그 직을 떠나면 권한도 없어진다. 그렇기에 의원들은 권한 남용이 아닌 권위의 가치 높이기에 힘써야 한다. 권위에 대해 어학사전은 '다른 사람을 통솔하여 이끄는 힘'으로, 광고사전은 '가치의 우월성을 믿도록 하는 능력'으로 규정하고 있다. 한마디로 위임받은 권한이 시민들의 행복으로 연결될 때 권위가 생긴다. 권위주의적이 아니라 유권자를 위함에서 최고의 권위자가 되란 것이다.
권한 남용의 늪에 빠지기 쉬운 건 비단 초선의원 뿐만은 아니다. 물론 자신의 권한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 잘 알고 그를 위해 행사하려는 의원이 더 많다.
전주시의회도 그럴 것이라 믿는다. 현재 의장이나 부의장은 원만하고 합리적인 성품의 소유자로 꼽힌다. 대다수 의원들의 성품을 대표하는 것 같다. 그러나 일부 의원은 자신의 신변 상황을 이용해 이익을 추구하고 일부는 동료 의원에 대해 공공연히 험담한다는 소리도 들린다. 의정활동을 하다보면 구설을 타기 쉽다. 그래서 의원과 기자를 '담벼락 위를 걷는 직업'이라고 한다. 언제 어느 쪽으로든 떨어질 수 있다. 좁은 담벼락 위를 걷다보니 많은 사람을 볼 수 있지만 자신의 일거수 일투족이 소위 '씹힘'의 대상이 되는 경우도 있다.
시민을 위한 의정활동에는 물불을 가리지 않되 그 과정에서의 인품은 권위로 이어지질 바란다. 행사하는 권한보다 시민들로부터 찬사 받는 전주시의회의 권위 가치가 올 한해 더 높아지리라 기대해 본다. 기자도 '타산지석'을 항상 염두에 두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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