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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횃불’에 담긴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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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횃불’에 담긴 의미
  • 전민일보
  • 승인 2019.01.28 09: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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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횃불’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성화 봉송이 떠오를 것이다.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김연아 선수가 순백의 드레스를 입고 성화대 앞 미니 아이스링크에서 아름답고 우아한 연기를 펼친 뒤 달항아리 모양의 성화대에 점화하는 순간은 모든 이의 탄성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필자는 ‘횃불’을 생각하면, 어린 시절 겨울 들녘에서 밤새 쥐불놀이를 했던 동심으로 돌아가곤 한다. 정월대보름이면 횃불을 들고 들판에 나가 쥐불을 놓으며 논 밭두렁의 잡초와 잔디를 태웠었다.

대보름달이 솟아오르면 횃불을 땅에 꽂고 저마다의 소원을 빌고 악귀와 해충을 쫓는다며 논이나 밭에 불을 질렀던 기억이 새롭다.

동심속의 횃불은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며 ‘호국’으로 다가온다. 예부터 우리조상들은 나라에 변란이나 사변이 있을 때 그 신호로 봉화를 올렸는데 그 봉화가 바로 횃불이었다.

13척의 배로 왜선 133척을 무찔렀던 명량대첩에서도 횃불이 있었다.

진도 망금산에서 남장을 한 여인들은 횃불을 들고 둥근 원을 그리며 선소리를 주고받는 노래를 부르며 군대로 위장하여 왜군들에게 우리 군사의 많음을 보여 주었다고 전해진다.

탐학에 저항할 때도 횃불을 들고 결집했다. 1894년 극심한 수탈에 고통 받던 농민들은 그들 스스로의 힘으로 세상을 바꾸고자 횃불을 들었다. 신분의 굴레를 불태우고자 횃불을 들고 목숨을 걸고 달렸다.

이른바 근대 민주화운동의 초석으로 불리는 동학농민운동이다. 이처럼 횃불에는 민중들의 뼈아픈 삶이 묻어 있다.

그리고 100년 전, 선열들은 빼앗긴 나라를 되찾기 위해 다시 횃불을 들었다.

대한독립만세를 목놓아 외치며 치켜 올렸던 독립의 ‘횃불’은 삽시간에 들불처럼 전국으로 번져갔다.

농부와 나무꾼, 기생, 맹인 광부 등 누구나 할 것 없이 온 국민이 함께 흘린 피와 눈물의 결정체가 3·1만세운동이다.

마침내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으로 이어졌고 이것이 우리의 뿌리이자 정신이 되었다.

돌이켜 보면, 일제강점기 36년은 민족 최대의 슬픔이고 아직도 아물지 않은 상처다. 우리가 3·1운동을 영원히 기억하고 그 뜻을 드높여야할 이유다.

이후에도 나라가 부정부패로 물들거나 민주주의가 위협 받을 때마다 횃불은 어김없이 ‘정의’의 이름으로 등장했다.

2·28민주운동을 시작으로 3·8민주의거, 3·15의거, 4·19혁명을 거쳐 5·18민주화운동과 6월항쟁까지 민주주의를 위한 횃불은 쉬지 않고 어둠을 밝혔다. 그리고 바람이 거세면 거셀수록 더욱더 격렬하게 타올랐다.

3·1운동이 일어난지 1세기가 흐른 지금, 독립의 ‘횃불’이 기미년 그날처럼 전국을 뜨겁게 달굴 예정이다.

국가보훈처는 3·1절부터 임시정부수립 기념일인 4월 11일까지 42일간 전국 22개시군, 100곳에서 횃불봉송 릴레이를 펼친다. 100주년인 2019년의 의미를 부여해 횃불 봉송엔 2019명의 국민이 참여하게 되며, 국민주자는 온라인 공모를 통해 선발된다.

전주에서도 3월 27일 ‘독립의 횃불 릴레이’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전주 3·1운동 발상지인 남부시장 표지석 앞에서 출발하여 풍남문을 돌아 전주향교까지의 구간에서 행렬과, 당시 만세운동 재현 그리고 예향 전주의 특색을 살린 판소리 공연 등이 다채롭게 펼쳐질 예정이다.

전국적으로 국민과 함께하는 행사인 만큼 시민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가 필수적이다.

어린 시절 동심 속 횃불... 나라를 지키기 위해 피워 올렸던 호국의 횃불... 빼앗긴 나라를 되찾고자 들었던 독립의 횃불... 민주주의 위기에서 어김없이 타올랐던 민주의 횃불...

3·1운동과 대한민국임시정부수립 100주년을 계기로 전국에서 펼쳐지는 ‘독립의 횃불 전국릴레이’가 한반도의 완전한 독립을 이루기 위한 평화의 횃불로 활활 타오르길 기대해 본다.

김석기 전북동부보훈지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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