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2024-03-29 14:47 (금)
맹귀우목(盲龜遇木)
상태바
맹귀우목(盲龜遇木)
  • 김민수
  • 승인 2007.11.11 17: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맹귀우목(盲龜遇木)

오  현

결혼철이면 생각나는 일이 있다.
결혼 적령기를 한참이나 넘겨 결혼한 친구가 있는데 여자 보는 눈이 높아서였는지, 인연이 없어 만나지 못했는지 40세가 넘어서야 제짝을 만나게 된 사연이 기막히다.
우연히 산에 올랐다가 산길을 함께 걷게 되었는데 이 숫기 없는 청춘남녀는 그냥 일상사의 대화만 나누다 약속 없이 헤어지고 말았다.
그런데 그 이후 어느 날 맞선 보러 나가보니 거기에 바로 그 여자가 나와 있지 않던가!
너무도 놀란 두 남녀는 하늘이 맺어준 인연으로 여겨 그 길로 뜻을 합쳐 결혼을 하게 된 것이다.
이야기를 들으면 맹귀우목(盲龜遇木)의 고사를 떠올리게 한다.
깊은 바다에 살던 눈먼 거북이 어느 날 물 위로 떠올라 비바람에 쓸려 바다에 다다랐는데 고목의 옹이 구멍으로 고개를 쏙 내밀게 되었다는 고사이다.
맹귀부목(盲龜浮木)이라고도 하는 이야기다.
마치 천년에 한번 만났다는 천재일우(千載一遇)와 삼천년에 한번 꽃피운다는 우담화의 꽃을 본것과도 같은, 거의 유일무이한 기회와 만남을 통해 두 남녀가 결합된 것이다.
이들의 결혼을 보면 인연은 있다는 말을 할 수 밖에 없다.
워낙 소설 같은지라 자세히 좀 알아 보았더니 친구는 산행때 서로 전화번호를 교환 했다는 것이다.
두 남녀 사이의 기(氣)의 교환은 이미 산행때 이루어진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남녀란 이렇게 찰나의 기(氣)의 충돌로 상대를 알아보는 법이다.
천리마상유 백락불상유 (千里馬常有 伯樂不常有)라는 말이있다.
천리마는 늘 있으나 백락처럼 훌륭한 감식안을 가진 사람은 드물다는 말이다.
상대의 진면목을 알기란 쉽지 않지만, 사람에겐 이렇게 어느 한순간 자기를 알아보는 사람을 만나게 마련이다. 그러나 이런좋은 기(氣)의 교환과는 달리 나쁜 기(氣)의 교환도 있다.
옛날에 한어부가 갈매기와 매우 친하게 놀았는데, 하루는 손자가 갈매기를 잡아 달라고 조르는 통에 평소 마음가짐과는 달리 갈매기를 잡기 위해 가까이 다가갔다. 그랬더니 어떻게 알았는지 갈매기가 어부의 곁으로 가까이 오지 않더라는 것이다.
갈매기는 이미 어부의 마음을 알아버린 것이다. 한갓 미물인 갈매기지만 간교하게 책략을 꾸미는 인간의 마음을 이미 간파한 것이다.
친구가 여자를 만났던 그런 기(氣)의 교환은 아름답다. 그러나 평소 친하게 지냈던 갈매기를 잡아 손자에게 주려는 간교한 마음의 못된 기심도 있다. 지금 그런 기심이 정치판에서, 공직자가, 경제인이, 사회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인간의 못된 기심이 사라지고 남녀가 주고받는 아름다운 기(氣)와 같이 감동적인 사랑과 진실이 꽃피워지는 사회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청년 김대중의 정신을 이어가는 한동훈
  • 신천지예수교 전주교회-전북혈액원, 생명나눔업무 협약식
  • 남경호 목사, 개신교 청년 위한 신앙 어록집 ‘영감톡’ 출간
  • 우진미술기행 '빅토르 바자렐리'·'미셸 들라크루아'
  • '여유 슬림컷' 판매량 급증! 남성 건강 시장에서 돌풍
  • 옥천문화연구원, 순창군 금과면 일대 ‘지역미래유산답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