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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지역 저출산 고령화 늪 '허우적'
이지선 기자  |  letswin7@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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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1.02  15:5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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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지역 70%가 사라질 위험에 처했다.

 
수년째 탁상공론만 벌이고 있는 전북지역 저출산 문제가 이젠 ‘심각’단계를 넘어 ‘재앙’수준에 다다랐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올해 전북지역 전체 읍·면·동 중 절반이상에서 출생아 수가 10명도 채 안 돼 ‘소멸’이 가까워지고 있다.
 
사실 저출산 고령화 현상으로 지방이 소멸될 위험에 처했다는 말은 어제 오늘 나온 이야기가 아니다.
 
하지만 이제는 이 사태를 강건너 불구경하듯 방관하고 있을 때가 아니라 문제의 심각성이 이미 우리 코앞에 들이닥쳤음을 실감해야하는 상황이다. /편집자주
 
   
 
▲ 아이가 태어나지 않는 마을
실제 익산시 용동면은 지난 2017년 아이가 단 한 명도 태어나지 않았다.
 
농촌지역인만큼 대부분의 인구가 60대 이상 노년층에 분포 돼 있긴 하지만, 1700여 명이 살고 있는 지역에서 출생신고가 전무했다는 충격적인 현실은 전북지방 소멸 위험의 심각성을 알리는 경보로 풀이된다.
 
같은해 용동면 인근의 웅포면(2명), 함라면(4명), 용안면(4명) 역시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같은 현상은 급속도로 심화되고 있다.
 
한국고용정보원이 저출산 고령화에 따른 인구감소로 나타날 수 있는 지방소멸위험도를 분석한 '한국의 지방소멸 2018 보고서'에 따르면 전북지역 시·군 14곳 중 무려 10곳이 소멸 위험에 처했다.
 
소멸위험지수는 한 지역의 20~39세 여성인구 수를 해당 지역의 65세 이상 고령인구 수로 나눈 값이다. 보고서는 이 소멸위험지수가 0.5 미만인 곳을 소멸위험지역이라고 정의했다.
 
전북은 전주시와 군산시, 익산시, 완주군 4곳을 제외한 10개 시·군이 소멸위험지역에 해당된다.
 
가임여성인구 수가 고령자 수의 절반이 안 되는 지역은 저출산 고령화로 인한 인구감소 탓에 극적인 전환의 계기가 마련되지 않는다면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소멸위험지역에 해당된 지역들은 소멸위험지수가 0.225~0.353에 불과해 기준치인 0.5에 한참 못 미쳤다.
 
여기에 완주군(0.509)역시 연내에 소멸위험지수가 0.5미만으로 하락할 지역으로 분류됐다.
 
군산시와 익산시는 각각 0.678, 0.672를 기록했지만 해마다 지수가 0.03~0.04씩 하락해 5년 내 인구소멸 위기지역이 될 가능성도 크다.
 
이는 지방소멸의 바람이 농어촌 낙후지역을 넘어, 지방 대도시권역 및 공공기관 이전이 진행되는 거점지역까지 확산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행정안전부 주민등록통계를 분석한 결과도 심각한 수준이다. 지난 2018년 10월말 기준 전북지역 인구는 183만9358명으로 역대 최저치를 보였다.
 
2018년에 들어 전북인구는 월 평균 1524명씩 감소했다.
 
전북은 사망자보다 출생아가 적은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저출산·탈전북·결혼기피 현상의 합작품이란 자조 섞인 평가가 나오고 있다. 2018년 10월까지의 도내 출생신고자는 8712명이었다. 이는 2017년 같은 기간(9759명)과 비교해 1047명이 감소한 수치다. 저출산은 지역 농·어촌은 물론, 도심지까지 확산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평균연령도 50세를 훌쩍 넘기면서 지역 내 경제활동이 침체되고 활기가 사라졌다는 점이다. 주민 1930명이 사는 고창군 성송면은 평균연령이 59.4세로 도내에서 가장 고령자가 많았다. 가장 평균연령이 낮은 전주시 혁신동(평균연령 32.2세)과 비교해 27.2세나 차이가 벌어졌다.
 
이밖에 전국적 이슈인 농어촌 선거구, 교부세 감소, 행정구역 조정 등의 불이익이 우려되고 있다. 인구부족으로 인해 마을공동체가 붕괴 된지 오래고, 공공시설의 유지 관리 부재에 따른 행정력 낭비 등 각종 부작용 역시 필연적으로 양산되고 있는 실정이다.
 
   
 
▲유령도시가 된 서남대 인근
최근 논란 끝에 문을 닫은 남원시 서남대학교는 청년이 모두 떠나 유령도시가 됐다. 남원시 광치동의 옛 서남대학교 교정을 찾았다. 학생도 교수도 모두 떠나버린 대학 캠퍼스 곳곳에는 잡초가 무성하게 자라고 있었다. 강의실은 모두 잠겨 있었고, 건물 곳곳에 폐기물이 가득 차 있었다. 대학본부 옆에는 짓다 말아 철근이 그대로 드러난 건물이 서 있었다.
 
대학 교정만 폐허가 된 것이 아니다. 서남대의 주변의 대표적인 상권이었던 후문 원룸촌과 상권도 비슷했다. 슈퍼마켓, 문구점, 당구장 등도 대부분 문을 닫아 동네 전체가 유령 마을처럼 변해 있었다. 서남대학교는 작년 교육부로부터 ‘부실 대학’ 판정을 받아 올해 2월 문을 닫았다. 교직원 200여명, 재학생 800여명(대학알리미 2017년 공시 기준)이 떠난 서남대 주변은 휑하게 비어있다. 
 
서남대 후문 광치동의 원룸 주택가 곳곳에는 ‘원룸 임대’라고 적힌 빛바랜 현수막이 건물 외벽에 붙어있다. 간혹 동네 주민들이 골목길을 오가고 있었지만 원룸촌 대부분은 비어 있다. 동네에서 원룸 18개를 운영했었다는 건물 주인은 “예전에는 방 1개에서 1년치 월세 240만원을 한꺼번에 받아 돌렸는데 모두 옛날 얘기”라며 “서남대 폐교 이후에 다른 직장인 세입자라도 받아 보려고 월세도 내려 봤지만, 더 이상 이곳을 찾는 사람은 없다”고 말했다.
 
서남대와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둔 율치마을도 직격탄을 맞았다. 이 마을은 원래 평범한 농촌이었지만 1991년 서남대 개교 후 원룸 58개동(1000가구)을 품은 ‘청솔원룸단지’가 됐다. 주민들이 집을 개조하거나 원룸 건물을 앞다퉈 지었다. 바로 옆 덕원마을에도 원룸 건물 30개동(700가구)이 새로 생겼다. 하지만 20년 넘게 빈 방이 없었을 정도로 호황을 누렸던 서남대 원룸촌은 현재 월세를 10만원까지 낮춰도 방을 찾는 사람이 없어 빈 건물만 남아 있다.
 
주변 자영업자들도 급격하게 상권이 몰락하며 지역을 떠나고 있다. 남원시에 따르면 서남대 폐교 후 인근 가게 40여 곳 중 35곳이 폐점했다. 상가 건물 7개동 중 3개동은 대출금을 갚지 못해 경매에 넘어갔다. 학교 인근의 상인 김모씨는 “서남대 상권이 괜찮은 편이어서 건물을 사서 1층에는 식당, 2층에는 원룸 8개를 운영해왔는데 학교가 폐교하면서 나도 망했다”며 “이런 건물을 헐값에 내놔봤자 누가 사겠느냐”고 토로했다.
 
대학 폐교에 따른 지역 경제의 몰락은 이제 시작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2021학년도에는 전국적으로 대학 정원 대비 5만6000명이 미충원돼 통계적으로 약 38개 대학이 폐교될 운명이다. 20여 년 전부터 우리나라 출산율이 급격하게 떨어지면서, 전국의 지방 대학이 비슷한 운명에 처했다. 낮은 등급을 받은 대학들은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지만, 학생이 없는 대학이 살아날 방법은 없다. 이처럼 청년이 떠난 마을, 아이가 없는 마을이 많아지며 전북이 사라지고 있다. 이지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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