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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취하면 사자도 되고 돼지도 된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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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취하면 사자도 되고 돼지도 된다는데…
  • 전민일보
  • 승인 2018.12.14 10: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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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 최초의 인간이 포도나무를 심고 있을 때 악마(惡魔)가 찾아와서 물었다.

"지금 무엇을 하고 있으세요?"

"굉장히 신기한 식물을 심고 있습니다. 이 식물에는 아주 맛있는 열매가 주렁주렁 열린답니다. 또한 그 열매의 즙을 짜서 마시면 아주 행복해지지요."

그러자 악마는 자신을 동업자로 삼아달라고 부탁했다. 인간의 승낙(承諾)을 받게 된 악마는 양, 원숭이, 사자, 돼지에게서 피를 뽑아 거름으로 주었다.

포도(葡萄grapevine)는 모든 인간이 술을 담아 마실 수 있을 만큼 풍성하게 잘 자랐다.

이렇게 생겨난 포도주는 거름으로 사용된 동물들의 피 때문에 부작용이 생기게 되었다.

그래서 술은 처음 조금 마실 때는 양을 닮아 온순하지만, 조금 더 마시면 원숭이를 닮아 춤추며 노래하고, 더 마시면 사자처럼 사나워지고, 이보다 더 마시면 돼지를 닮아 아무 곳에서나 토(吐)하고 뒹굴게 된다는 것이다.

이것이 악마가 인간에게 준 선물이라는 것인데 유대인의 <탈무드(Talmud)>에 전해오고 있다.

술 취하는 단계를 미취(微醉). 취향(醉鄕). 대취(大醉). 만취(滿醉). 이취(泥醉)로 말하기도 하는데, 술을 적당히 마셔 미취(微醉) 단계가 되면 양과 같이 온순해 지지만, 조금 더 마셔 취향(醉鄕)의 단계가 되면 기분이 매우 좋게 되어 원숭이처럼 춤도 추고 노래도 부르며, 또 더 마시어 대취(大醉)·만취(滿醉)의 단계가 되면 사자처럼 사납게 변하면서 공연히 시비를 걸거나 폭언(暴言)·난동(亂動)을 하게 되고, 더 마시어 이취(泥醉)의 단계가 되면 아무데서나 토(吐)하고, 뒹굴며 의식불명(意識不明)·인사불성(人事不省)이 된다는 이야기인데, 술에는 이러한 네가지 모습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취향(醉鄕)’은 술에 취했을 때 기분이 좋아 제왕(帝王)도 부럽지 않을 만큼 득의양양(得意揚揚)한 단계를 말한다.

‘이취(泥醉)’는 진창처럼, 뼈 없는 벌레처럼 곤드레만드레 취한 것을 말하는데, ‘이(泥)’는 진흙이나 진창이라는 뜻도 있지만 남해에 사는 벌레로 흐물흐물하다가 물이 없으면 취한 듯이 한 덩어리 진흙과 같이 된다고 한다.

불교(佛敎)에서 대승경전(大乘經典)의 꽃으로 불리는 작자 미상의 <묘법연화경(妙法蓮華經)>에, 처음에는 사람이 술을 마시지만, 다음에는 술이 술을 마시고, 그 다음에는 술이 사람을 마시게 된다는 글이 있다.(初則人呑酒次則酒呑酒後則酒呑人초즉인탄주 차즉주탄주 후즉주탄인)

사람이 술을 마시는 첫 단계는 기분이 좋을 정도로 술을 마시는 미취(微醉)·취향(醉鄕)의 경지가 될 것이고, 술이 술을 마시는 두 번째 단계는 술인지 물인지 모르면서 마시는 대취(大醉)·만취(滿醉)의 경지가 될 것이고, 술이 사람을 마시는 세 번 째 단계는 몸을 망치는 상태까지 마시는 이취(泥醉)의 경지라 할 것이다.

중국 당(唐)나라 진장기(陳藏器687~757)가 쓴 <본초습유(本草拾遺)>에 따르면, 술은 혈맥을 통하게 하며, 내장(內臟)의 길을 튼튼하게 하고, 피부를 반드럽게 하며, 습기를 없애주고, 말을 잘하게 하고, 마음을 화창하게 해 준다고 했다.(通血脈厚腸道潤皮膚散濕氣宣言暢意통혈맥 후장도 윤피부 산습기선언창의)

하지만 술이 지나치면 여러 가지 교통사고, 안전 및 상해(傷害)사고의 원인이 되고 술을 장기간 복용하면 알코올성 치매, 소뇌 퇴화 및 정신병을 일으킨다고 한다.

중국문학가 린위탕(임어당 林語堂1895~1976)은 <생활의 발견(The Importance of Living)>이란 글에서 얼근히 취하는 사람이 최상의 술꾼이라고 했다. 너무 취해서 사자처럼 사나워지거나 돼지처럼 추해지지 않아야 할 것이다.

또한 술이 술을 마시거나 술이 사람을 마시는 지경에 이르러 몸을 망치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다.

<명심보감(明心寶鑑) 성심편(省心篇)>에 목마를 때 한 방울 물은 단 이슬 같을 것이나, 취한 후에 잔을 더하는 것은 안 먹느니만 못하다는 글이 있다.(渴時一滴如甘露醉後添盃不如無갈시일적 여감로 취후첨배 불여무)

술은 마시기에 따라 양약(良藥)도 될 수 있고 독약(毒藥)도 될 수 있다는 것은 주지(周知)의 사실이다. 기분 좋게 마신 술이 행복한 생활의 윤활유(潤滑油)가 되었으면 좋겠다.

김홍광 전라북도연합회 노인지도자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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