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장수(有病長壽)’ 시대가 본격화 한 가운데 전북도민들이 타 지역에 비해 당뇨병·대사증후군 유병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 ‘지역별 암 통계’ 등에서 ‘전북이 건강하지 않는 지역’을 경고하고 있지만, 여전히 전북도와 각 시·군은 ‘통계의 오류’를 지적하며 애써 외면하고 있는 실정이다.
28일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2016년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를 활용해 검진 및 설문에 참여한 성인(19∼65세) 3996명의 식품·영양소 섭취량, 식생활·건강 행태, 비만·만성질환 유병율 등을 분석한 ‘지역과 건강영양통계-2018년호’를 발간했다.
통계에서 전북은 당뇨병과 대사증후군 유병률이 전국 17개 시·도 중 제일 높았다. 대사증후군은 복부비만과 당뇨병, 고지혈증, 고혈압 등 각종 성인병이 한 개인에게 여러 개가 겹쳐서 나타나는 것을 말한다. 비만은 4위, 고혈압은 10위로 전반적인 건강상태가 좋지 않았다.
특히 비만과 만성질환 유병율은 도시 지역에서 낮고, 농어촌 지역에서 높은 경향을 보였다. 당뇨병은 2위가 제주, 3위충남, 4위 경북이었고, 대사증후군도 2위 전남, 3위 제주, 4위 충북이었다. 농촌지역의 유병률이 높은 이유에 대해 구체적인 원인분석까진 이뤄지지 않았지만 생활패턴과 성인병에 대한 낮은 지식 탓으로 풀이되고 있다.
실제 일선 농민들은 새벽에 일한 후 짠 찌개를 곁들여 식사하고, 소화시킬 틈도 없이 아침잠을 잔다. 일어나선 반주를 곁들여 점심을 먹고, 저녁에는 기름진 음식을 안주로 술상을 벌이는 일상이 반복되고 있다.
또 술, 떡, 과일, 과자, 믹스커피 등이 집안 곳곳에 쌓여 있다. 여기에 주민 대부분이 류마티스 등 만성 관절질환을 앓아 걷는 게 부자연스럽다. 밖에 나갈 때는 트럭이나 경운기, 오토바이를 탄다. 이 때문에 운동을 못해 비만과 성인병은 악화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앞서 지난해 11월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공개한 ‘2016년 지역별 의료이용 통계연보’에 따르면 진안(위암·폐암), 무주(위암), 순창(간암)은 암 환자가 많은 전국 10대 도시로 꼽혔다. 인구 10만명당 암 진료인원은 진안 723명(3위/이하 전국순위), 무주 698명(4위), 순창 378명(5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더 큰 문제는 농촌에서 만성질환이나 재활 수요가 많은 반면, 그것을 제공해 줄 수 있는 보건의료기관은 극히 취약한 실정이란 점이다. 고령화시대 한 달에 몇 번 안 되는 보건소나 군 의료원의 이동진료로는 한계라는 지적이다.
보건산업진흥원 건강영양팀 연미영 책임연구원은 “‘지역과 건강영양통계’는 시·도에서 지표별 결과가 지리적 환경요인, 지역별 인프라의 격차 혹은 정책 자원 투입에 따른 차이가 아닌지 검토할 수 있는 근거자료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며 “다만, 추가적인 연구에서 대도시와 농촌지역의 표본(19-65세 연령층) 차이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병진기자
[보건산업진흥원-지역과 건강영양통계 발간] "농어촌 지역서 높은 경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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