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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민일보
  • 승인 2018.11.26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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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걷이는 잘 마치셨는지요?

올해 저는 고구마 농사를 조금 지었답니다. 제 불찰이 크기 때문에 누굴 원망할 수도 없지만, 농사를 망친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수확을 마치고 셈해보니 원자재 값이 더 들었으니까요. 가장 큰 원인은, 심을 때 너무 가물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자족하려 합니다. 모두의 도움으로, 제 정성보다 몇 배를 더 거두었다고 느끼기 때문입니다.

만족이라는 것은 신이 나의 일상에 함께하고 있다는 자각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햇빛과 공기와 물과 대지는 본래 인간 개인의 것이 아니라, 신의 영역에 속한 것이니까요.

온전히 내 것이 아닌 밭에서 일구어 낸 것을 내 것이라고 여긴다면, 그것은 신을 만나고, 느끼고, 품을 겨를이 없게 됩니다.

호피족 인디언에게 그들이 즐겨 부르는 노래를 들려달라고 했더니, 물에 대한 것이 대부분이었다고 합니다.

당신들 부족이 부르는 노래는 강에 대한, 비에 대한 것뿐인가요? 그러자 인디언은 우리에게 부족한 것이 물이기 때문이오.

그런데 당신들은 온통 사랑에 관한 노래던데 사랑이 부족하기 때문 아니오, 하고 되묻더랍니다. 사랑받지 못하면 그 영혼이 온전하지 못한 것처럼, 물과 사랑은 생명인 것입니다.

연말이 다가옵니다. 하루에 빗대면,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는 바로 그 시간입니다. 쏜살같이 세월의 강을 건너왔습니다. 환한 대낮을 다 놓쳐버렸습니다. 모래가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 버리듯, 허망하게 사라져버렸습니다. 저기 물살이 셌던 지점도 눈에 보입니다.

그 시기엔 몸을 가누지 못하고 휘청거리기도 했습니다. 시간이 얼마나 흐르면 이 물살이 가라앉을까.

과연 잔잔하게, 자연스럽게 흐를 날이 오긴 올까. 그렇지만 인생에서 그런 날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겉으론 고요해 보여도 속은 늘 문제를 안고 있었습니다. 오리가 물에 한가롭게 떠있는 것처럼 보여도, 물밑에서는 물갈퀴를 쉬지 않고 움직이고 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그래요, 그렇게 허우적대다가 어느새 그 세월이 다 흘러갔습니다. 무섭게 소용돌이치던 고난도, 바짝바짝 타들어가던 상심도, 결국은 가라앉더라고요.

그래서 남은 생을 마주합니다. 더 이상 인생이 두렵지 않습니다. 한번 놓치면 돌아오지 않는 것이 시간과 말입니다.

어쩌면 남은 시간이 아주 짧을 수도 있습니다. 하루하루 허투루 살지 않으리라 맘먹습니다. 지금 여기, 이 순간이 생의 가장 중요한 때인 줄 아는 까닭입니다.

가장 소중한 사람은 지금 나와 함께 있는 사람들이고, 제가 세상에 온 이유입니다. 맘껏 사랑을 줄 것입니다.

이제, 우리의 민주주의도 결실을 맺어야 할 때입니다. 서구에 비해 짧은 기간이었지만, 우리 민족의 우수성은 어느 나라도 따라올 수 없습니다. 발 빠른 적응력과 끈기를 모으면 얼마든지 가능한 일입니다. 편 가르기가 아닌 화합과 상생의 기본자세를 다집시다.

내 의견과 다르다고 틀렸다고 하지 말고, 큰 흐름을 읽고 전체를 생각하면 좋겠습니다. 그 땡볕 같은 환경에서도 포기하지 않았던 촛불정신과 희생의 역사를 기억합시다.

지금까지 땅을 다지고, 거름을 주고, 꽃도 피웠으니, 곧 열매를 거둬야 하지 않겠습니까?

나인권 도의회 문화건설안전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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