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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함과 품격’
전민일보  |  jmib@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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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11.20  10:0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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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77년 미국에서 처음 만든 것으로 알려진 비닐봉투는 초기에 종이나 나무의 이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친환경제품으로 인식됐다.

비닐봉투는 오래 쓸 수 있고, 가벼우며, 적은 부피를 차지하면서도 많은 양을 담을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한 내구성을 갖추고 있다. 또한 절연효과가 있고, 물기가 있는 것을 담아도 젖지 않으며, 입구를 막으면 새지도 않고 냄새도 나지 않아 위생적이다. 더군다나 다양한 색상으로 제조해 내용물이 보이지 않도록 하거나, 투명하게 제조해 내용물을 확인할 수 있게도 할 수 있으며, 무엇보다도 가격이 저렴해 심지어는 공짜로 제공되기도 한다.

그런데 이 좋은 제품을 왜 이제는 더 이상 쓰지 말자고 하는 것일까?

나한테 편안하고 좋은 것들이 다른 사람들이나 다른 생명체에도 편안하고 좋은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애완동물을 산책시키면서 배설물을 수거하지 않는 사람, 고층 아파트에서 아이들을 맘껏 뛰어놀게 하는 사람, 무거운 쓰레기를 불편하게 들고 다니지 않고 적당히 버리는 사람들은 보는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그런데 비닐봉투를 들고 다니는 사람들을 보고 불쾌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비닐봉투를 남용하면서 생겨난 여러 가지 문제점들을 아직까지 심각하게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비닐봉투는 자연 상태에서 분해되기 어렵기 때문에 소각하거나 매립해서 처리해야한다. 비닐봉투를 소각할 때는 대기 중으로 다이옥신과 같은 유해물질이 배출돼 지역주민들의 건강을 위협한다. 또한 수거되지 못한 비닐봉투는 우수관로를 막아 침수의 원인이 되기도 하고, 바다로 흘러가 거대한 쓰레기섬을 만드는 원인이 되며, 비닐봉투를 먹이로 오인해 섭취한 새나 물고기, 포유류, 바다거북 등은 고통 속에서 힘겹게 살다가 질식사 하거나 굶어 죽게 된다.

편하다고 남용하는 비닐봉투가 우리 이웃과 생태계에 큰 위협이 되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경제규모 세계 11위인 우리나라는 1인당 연간 비닐봉투 사용량이 2015년 기준으로 410장에 달해 아일랜드 20장, 핀란드 4장에 비해서 과다한 것으로 분석되며, 유럽연합의 평균 사용량보다도 두 배 이상 많다.

반면 우리나라보다 경제규모가 낮은 모로코, 케냐 등을 포함해 세계 40여 개국은 비닐봉투의 사용을 전면금지하고 있거나 단계적으로 금지할 계획이다. 우리나라도 현재 대형마트와 대형슈퍼에서 비닐봉투 무상제공을 금지하고 있으며, 추가적으로 연말부터 대형마트와 대형슈퍼에서 비닐봉투 제공을 전면금지하는 내용의 자원재활용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그러나 대형마트를 제외한 전통시장이나 가정에서의 비닐봉투 사용은 앞으로도 한동안 소비자의 선택에 맡겨질 전망이다.

그렇다고 해서 가정에서는 비닐봉투를 맘껏 사용해도 된다는 메시지로 해석해서는 안 될 것이다. 우리국민들의 자발적인 관심과 참여를 기대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옳다.

우리는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배변봉투를 따로 챙겨서, 공원을 이용하는 이웃들이 애완동물의 배설물로 인해 불쾌하지 않도록 배려한다. 또한 아이들이 아파트에서 뒤꿈치를 들고 조심해서 걷도록 주의를 주고, 쓰레기를 되가져가는 불편함을 기꺼이 감내한다.

옛말에 ‘자기가 원하지 않는 일을 남에게 하게 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자신의 불편함을 참아내고, 자신이 남에게 바라는 만큼 이웃을 배려하는 것이 예의이고 나눔이며 소통이다. 우리는 이러한 행동을 사회적 책임 또는 도덕적 의무라고 부르며, 이런 것들을 잘 지키는 사람을 품위 있는 사람이라고 부른다.

우리사회가 명품가방보다 시장바구니를 챙겨든 사람이 더 품위 있어 보이는 품격 있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

김상훈 환경부 새만금지방환경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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