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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물들인 가을 숲의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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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물들인 가을 숲의 기적
  • 이지선 기자
  • 승인 2018.11.11 15: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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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장애인복지관-현대해상 '숲 체험 행사'
▲ 10일 현대해상 보상팀 직원으로 구성된 봉사단이 전라북도장애인복지관 아이들과 함께 '떼구르르 솔방울숲'에서 나무미끄럼틀을 타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울긋불긋 총천연색 옷을 입은 천잠산의 가을을 온몸으로 느껴보는 특별한 행사가 열렸다.

 
이날 행사에 참가한 이들은 서로 온전한 대화가 통하지는 않았지만, 노랗게 빨갛게 물든 단풍을 바라보고 만져보며 슬며시 서로에게 물들어갔다.
 
10일 전주시 천잠산 일대에 조성된 자연친화적 숲 놀이터인 '전주아이숲 떼구르르 솔방울숲'에서 장애아동과 함께하는 숲 체험활동이 진행됐다.
 
아침부터 천잠산 입구에 모인 전라북도장애인복지관 아이들 열 명은 낯선이들과 손을 잡고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
 
낯선이들의 정체는 바로 현대해상 자원봉사 프로그램에 참여한 보상팀 직원들이다.
 
이들 역시 복지관 선생님이 1:1로 이어준 자신의 짝꿍과 서먹하긴 마찬가지인 듯 했다.
 
이날 숲 체험에 참여한 아이들은 지적장애나 자폐성장애를 가지고 있는 만6~18세의 아동·청소년이었다. 
자기만의 생각이 깊은 이 특별한 아이들이 낯선 사람들과 함께하는 환경에 적응을 하지 못하고 힘들어할까 걱정했지만 기자의 이런 걱정은 기우였음이 금세 드러났다.
 
▲ 10일 전주시 천잠산 일대에 조성된 자연친화적 숲 놀이터인 '전주아이숲 떼구르르 솔방울숲'에서 봉사자와 아동이 함께 나무오르기를 하고 있다.
어색한 분위기는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아스팔트길과 돌계단을 지나 숲 안으로 들어서자 오솔길 위로 형형색색 낙엽이 이불처럼 포근하게 깔려있었다.
 
한적하고 아늑한 숲의 분위기에 아이들의 눈은 반짝였고 표정 역시 한결 밝아졌다.
 
어찌나 기분이 좋은지 준성(6)·현성(7) 형제는 얼굴에 함박미소를 띄운 채 일행을 앞질러 갔다. 한참을 앞서 올라간 현성이는 "다들 뭐해요. 어서와요"라고 소리치기도 했다.
 
예쁜 미소가 특징인 여중생 현주(16)는 새로 만난 봉사자 언니가 맘에 들었는지 꽉 잡은 손을 놓지 않고 시종일관 싱글생글 웃었다.
 
현주는 이날 '나쁨'으로 예보된 초미세먼지 걱정에 마스크를 착용한 기자를 가리키며 "혼자 마스크 썼네요?"라고 말했다. 슬쩍 민망해져 마스크를 벗어 주머니에 넣었다. 그제야 숲의 신선한 공기와 고유한 내음이 훅 다가왔다. 울창한 나무들로 둘러싸인 이곳에서만큼은 숨을 크게 들이마셔도 될 듯했다. 
 
'떼구르르 솔방울숲'은 지난해 완공된 전주시의 숲 놀이터로 소나무군락지를 중심으로 나무미끄럼틀, 숲속 오두막, 솔방울 농구대 등 창의적인 숲 놀이 시설이 설치 돼 있다.
 
아이들은 짝꿍에게 의지해 나무미끄럼틀을 타거나 신나게 그물망 그네를 타고 또 나무를 오르내렸다. 숲 체험활동을 진행하는 산림치유사 선생님의 지도에 따라 나뭇잎을 모아오기도 했다. 아이들은 엄마 닭을 따르는 병아리처럼 각자 짝꿍 봉사자들을 따라 움직였다.
▲ "이것 보세요. 잘 올라가지요?"
▲ 10일 전주시 천잠산 일대에 조성된 자연친화적 숲 놀이터인 '전주아이숲 떼구르르 솔방울숲'에서 장애아동과 함께하는 숲 체험활동이 열렸다.
 
▲ 생태연못에 앉아 이것 저것 구경하는 상현·재현 쌍둥이 형제.
사춘기 나이로 접어들어 얼굴에 이제 막 여드름이 나기 시작한 상현·재현(14) 쌍둥이 형제와 동갑내기 친구 승주(14)는 중간 중간 숲에 홀로 앉아 사색을 즐기기도 했다. 혼자 있기 좋아하는 모습이 여느 중학생들과 다르지 않았다.
 
▲ 김민기(30·사진 아래)사원이 민영(16·사진 위)이와 팔씨름을 하고 있다. 대학시절부터 꾸준히 봉사활동을 해왔다는 김민기 씨는 올해 현대해상 '숲체험 봉사활동 프로그램'에도 벌써 두번째 참석해 아이들과 스스럼 없이 하루를 보냈다.
이날 봉사자로 나선 김민기(30) 사원은 “주말에 쉬고 싶은 마음이 들 수도 있는데 아이들을 만나면 몸은 피곤해도 참 마음이 따뜻해진다”고 말했다. 온화성(45) 실장은 “아이들이랑 손잡고 숲을 걷는 활동이 가장 좋았다”면서 “이렇게 기회가 생겨서 올 때마다 마음이 새롭다. 봉사를 하러 오는거지만 오히려 역설적으로 내가 더 마음을 풍성하게 채워간다”고 전했다.
 
▲ 모든 숲 체험 일정이 끝나고 내려오는 길 민영이는 015B의 '이젠안녕'을 완창하는 것으로 아쉬움을 달랬다.
다양하게 준비된 활동이 모두 마무리되고 숲을 빠져나오자 활동 내내 말수가 없던 민영이(16)가 “안녕은 영원한 헤어짐은 아니겠지요. 다시 만나기 위한 약속일거야”라며 015B의 노래 ‘이젠안녕’을 부르기 시작했다. 헤어짐의 아쉬움을 말하고픈 민영이만의 표현 방식인 듯 했다. 그리고 민영이의 노래처럼 누군가의 마음에는 아이들을 다시 만나고 싶은 마음이 싹텄다. 한 봉사자는 복지관 직원에게 살짝 다가가 혹시 간혹 아이들을 보러 복지관에 가도 되는지를 물었다. 가을 숲이 누군가의 마음까지 발갛게 물들였다.
 
한편 현대해상은 지난 2006년부터 매년 300여 만 원 상당의 예산을 지원해 정기적으로 다양한 자원봉사 활동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는 2018년 장애아동 숲 체험 프로그램을 주제로 총 10번의 숲 체험 활동을 진행했다.
 
이지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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