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2024-03-29 13:54 (금)
사이렌의 노랫소리를 피해 귀를 막지마세요
상태바
사이렌의 노랫소리를 피해 귀를 막지마세요
  • 정영안 기자
  • 승인 2018.11.05 11:3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퇴근길 승용차 안에서 켠 라디오에서 젊은 여자가수가 부르는“사이렌”이라는 노래가 경쾌하게 흘러나온다.

본인에게 다가오지 말라는 노래 가사에 따라 직관적으로 잘 지어진 제목이라 노래내용을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사이렌은 본래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마녀의 이름으로 아름다운 노랫소리로 뱃사람을 유혹하여 배를 난파시키는 반인반조인 바다 요정이다.

호메로스가 저술한 오디세이아에는 사이렌의 노랫소리를 들으면 혼을 빼앗겨 벗어 날 수가 없기 때문에 출몰지역에 다다르기 전에 돗대에 몸을 밧줄로 묶기고 하고 밀랍으로 귀를 틀어막는 등 사전에 대비하여 그 위험을 벗어나도록 했다는 대목이 나온다.

이 고대 신화에 착안하여 일정한 소리로 위험을 알려주는 경보장치 발명품의 이름을 붙였고 우리는 주변에서 경찰차, 소방차, 구급차 등 긴급자동차를 통해 사이렌이란 “경고”라는 의미를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

사이렌은 신화에 나오는 죽음으로 이끄는 유혹의 소리. 알람을 통해 죽음으로부터 벗어나라는 경고의 소리. 이렇게 중의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는, 말 그대로 죽음의 소리이다.

지금 여러분의 옆에서 사이렌을 울리며 출동하는 소방차, 구급차는 누군가가 죽음의 위협에 직면한 곳으로 달려가고 있지만 그 도착지가 내 사랑하는 가족이 있는 가정일지도 어제까지 안부를 묻던 이웃일 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아무도 하지 않는 듯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에 나오는 선원들처럼 많은 사람들은 밀랍으로 귀를 틀어막은 양 아랑곳 하지 않는다.

이 넓은 도로에서 나 하나 양보한다고 달라지겠느냐며 스스로의 잘못이 없는 듯 위안하지만 도로에 있는 모두가 나 하나 양보할 때 비로소 소방차는 앞으로 나아 갈 수 있다.

지금 여러분의 옆에서 굉음을 내는 소방차량의 사이렌은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누군가 도움을 기다리고 있다는... 그 도움을 줄 수 있는 우리가 지금 서둘러 가야한다는 소방대원의 절규이고 비명이며 간절한 부탁이다.

우리는 모두 마음 한켠에 영웅을 꿈꾸고 있다.

영웅은 대단하지 않다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면 그 누군가의 영웅이 되는 것 이고 지금 소방차량에 한발 양보하는 순간 나도 그 영웅의 일원이 되는 것이다.

내가 만약 길을 양보하지 않았다면 소방대원들은 도착조차 못했을 것이니 말이다.

앞으로라도 옆에서 소방차량이 사이렌을 울리며 도움을 요청한다면 그 외침을 외면하지 말고 부름에 응답하는 이 사회의 작은 영웅이 되기를 소망한다. 모두가 작은 영웅이 된다면 우리 사회는 적어도 지금보다 더 밝고 희망이 가득하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익산소방서 방호구조과 장진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청년 김대중의 정신을 이어가는 한동훈
  • 신천지예수교 전주교회-전북혈액원, 생명나눔업무 협약식
  • 남경호 목사, 개신교 청년 위한 신앙 어록집 ‘영감톡’ 출간
  • 우진미술기행 '빅토르 바자렐리'·'미셸 들라크루아'
  • '여유 슬림컷' 판매량 급증! 남성 건강 시장에서 돌풍
  • 옥천문화연구원, 순창군 금과면 일대 ‘지역미래유산답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