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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여도 죽일 수 없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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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여도 죽일 수 없는 사람들
  • 전민일보
  • 승인 2018.10.26 09: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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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철, 강호순, 오원춘, 임도빈. 이 인물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모두 살인범들이다. 이들 중에는 수십 명을 잔혹하게 살해한 사람도 있다. 그리고 이들은 하나같이 삶과 죽음의 경계에 있는 사람들이다. 법적으로는 죽은 목숨이지만 아직 죽지는 않았다.

우리나라에서 올해 초까지 사형 선고를 받고 형집행을 기다리는 사람은 총 61명인 것으로 안다. 하지만 지난 1997년 이후 20년 넘게 단 한 건의 사형도 집행되지 않았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오는 12월 10일 ‘세계 인권의 날’ 70주년을 맞아 사형 집행 중단(모라토리엄)선언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되면 우리나라는 ‘사실상 사형 폐지국’이 아니라 ‘완전한 사형 폐지국’으로 나아가는 수순을 밟겠다는 것이다. 이를 둘러싼 국민들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내가 누군가를 죽여도 나는 죽지 않는다는 생각. 어린애를 강간하고 죽이고, 돈과 귀중품을 빼앗고 죽이고, 심지어 임신부를 강간하고 죽이는 등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귀한 생명을 해친다는 건 도저히 용서가 안 된다.

자고 나면 터지는 각종 강력사건들. 소름끼치는 이흉악 범죄가 거의 매일 전국 곳곳에서 발생해도 이를 막아낼 뚜렷한 방도가 없다. 범인들을 잡아 감옥에 가둬도 법원에서는 집행유예로 풀어주거나, 벌금을 내면 놓아주는 경우가 흔하다. 설사 실형이 선고된다고 해도 기껏 몇 개월, 길어봤자 2~3년만 살고 나오면 된다. 성폭행 범에 있어서 전자발찌를 채우는 제도가 있지만, 전자발찌를 차고 돌아다니며 같은 범행을 되풀이 하고 있으니, 기가 막힐 따름이다.

인권론자들은 사형은 국가 권력에 의해 이뤄지는 야만적인 제도라고 한다. 그들은 민주주의 국가에서 개인은 물론 국가도 인간의 생명을 박탈할 권리는 없다고 주장한다. 더구나 과거 군사·독재정권 아래서는 사형이 정적을 제거하는 수단으로 악용되기도 했다. 이승만 정권시절 독립운동가 조봉암 선생이 간첩 혐의를 받고 사형당한 사건이나, 유신 체제 아래서 대법원이 상고를 기각한 뒤 19시간 만에 사형이 집행된 인혁당 재건위 사건처럼 말이다.

사실 사형제가 유지된다고 해도 흉악범죄가 줄어든다는 근거는 없다. 1997년 마지막 사형 집행 이후에도 극악무도한 범죄는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여기에 법관이 오판을 내릴 경우 회복할 수 없는 결과를 초대한다. 그러나 정의사회를 만들기 해서는 그 죗값을 단단히 치르게 해야 한다. 다만 정치범에 의한 사형선고는 없어야 하고 흉악범에 대해서는 반드시 그 형을 집행해야 한다고 본다.

최근 서울 강서구에서 발생한 PC방 아르바이트생 신 모 씨 피살 사건에 대한 여론의 분노가 들끓고 있다.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 이 사건에 대한 글이 올랐고, 약 100만 명이 동의했다. 게시판 개설 이후 최대 규모다. 이 사건이 국민의 분노가 커진 데에는 피의자가 심신미약을 주장하며 정신감정을 의뢰하면서부터다. 피의자가 우울증 약 복용을 악용해 감형을 받을지도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다.

피의자 김 모 씨는 앞길이 창창한 한 청년을 흉기로 30여 차례 이상 찔러 살해했다. 날카로운 칼끝이 살 속으로 들어왔을 때 얼마나 무섭고 아팠을까. 범행 동기는 단순 불친절이었다. 자신이 게임을 하기 위해 앉은 자리가 더러웠고, 게임에서 지고 난 뒤 환불을 요구했지만 환불은 매니저만 가능하다고 한데서 비롯됐다. 동학(東學)에 인내천(人乃天)사상이란게 있다. 사람 인, 이에 내, 하늘 천…. “사람이 곧 한울님”이라는 뜻이다. ‘한울님’은 동학에서 부르는 신의 이름으로 ‘하느님’과 같은 대상을 말한다. 그만큼 사람은 하느님과 똑같은 인격체이다.

사람의 목숨은 단 하나밖에 없다. 사람뿐만이 아니라 살아있는 모든 생물들에게도 목숨은 하나뿐이다. 그 하나 있는 목숨이 끊어지면 영원히 회복하지 못한다. 그래서 세상에서 가장 귀한 것은 사람의 목숨이다. 목숨은 곧 생명이다. 생명은 주어진 시간부터 하늘이 거두어가는 그 시간까지 가장 가치 있는 것으로 우주보다 더 귀한 존재이다. 이런 고귀한 생명을 인위적으로 끊는다는 것은 하늘의 이치를 거부하는 것이다.

죽여도 죽일 수 없는 사람들…. 매일같이 살인사건이 난무하고, 그래서 사형수가 늘어나는 사회는 이미 병든 사회다. 병든 사회를 치유할 근본 대책을 세워야 한다.

신영규 전북문단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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