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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알려면 쇼펜하우어를 읽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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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알려면 쇼펜하우어를 읽어라
  • 전민일보
  • 승인 2018.10.05 10: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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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마다 호불호가 있겠지만 누구든 좋아하는 철학자가 있다. 내가 20대 때 좋아하는 세 명의 철인이 있었으니 바로 니체, 스피노자, 쇼펜하우어였다. 이 중 쇼펜하우어를 가장 좋아했다. 내가 쇼펜하우어를 좋아한다고 하니까 어떤 사람은 나한테 염세주의에 빠졌다고 한다. 그 많은 철학자 중에 왜 하필 쇼펜하우어냐는 것이다. 하여간 나는 한때 쇼펜하우어에 빠졌었고, 물론 지금도 쇼펜하우어를 좋아하지만, 무엇보다 나 자신을 한국의 쇼펜하우어라고 자처한다. 내 사상이 어쩌면 그와 비슷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쇼펜하우어는 “태어난 이유도 없고 사는 이유도 없고 죽는 이유도 없는 우리의 삶은 고통으로 가득차 있다.”고 했다. 그는 또 욕망이 있으면 채우지 못하는 괴로움에 시달리고 욕망이 없으면 욕망이 없음으로 인해 삶의 무의미에 시달리는 것을 기본적인 인간의 속성으로 파악했다. 이런 평가를 두고 그를 염세주의자라고 했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말해 쇼펜하우어는 우리가 생각하는 염세주의자는 아니다. 염세주의(厭世主義), 또는 비관주의라 함은, 세상을 괴롭고 귀찮은 것으로 여김을 말하는데, 쇼펜하우어는 세상을 싫어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만약 쇼펜하우어를 염세주의자로만 알고 있다면 그건 그의 철학을 전혀 모르는 오해에 사로잡혀 있다. 쇼펜하우어는 행복을 인생의 가장 큰 목적으로 바라본 철학자이다. 고통으로 가득 찬 우리의 실제 삶을 똑바로 응시하고, 그 절망적인 세상 안에서 누릴 수 있는 진정한 즐거움과 기쁨을 누리며 당당하게 살아갈 것을 강조한 것이 쇼펜하우어의 가르침이다.

쇼펜하우어는 어머니와의 아픈 추억이 있다. 그의 아버지는 돈 많은 상인이었는데 낭만파 시인이었던 젊은 어머니(17세 연하)와 결혼하여 쇼를 낳았다. 쇼의 어머니가 왜 나이 많고 못생긴 쇼의 아버지와 결혼했을까는 아마 많은 재산 때문이었을 것이다.

쇼가 17세 때 아버지가 창고에서 떨어져 죽었다. (자살로 추청) 쇼는 아버지의 죽음을 어머니 탓으로 돌렸다. 이후로 쇼와 어머니와는 유산문제 등으로 갈등이 심했고, 결국에는 쇼가 박사학위 논문을 어머니에게 보여드렸을 때 문제는 폭발했다. 쇼의 논문을 본 그녀는 “한마디로 쓰레기 같다.”라는 혹평을 내렸고 둘 사이는 이후로 영원히 갈라서게 되었다.

쇼펜하우어 철학의 핵심은, 모든 사물은 그 본질이 객관적이고 구체적인 것으로 변환된 ‘전체적 의지’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인간의 탄생은 탄생 이전부터 있었던 우리의 의지 때문에 이루어진 것이고, 눈에 망막이 형성된 것도 우리 자신이 무언가를 보고자 하는 의지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것은 동·식물뿐만 아니라 자연 현상, 즉 물이 바다로 흐르는 것, 자석이 쇠를 끌어당기는 것조차도 그 개체들의 의지의 발로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가 말하는 ‘전체적 의지’라는 것은 만물 생성의 근원이며, 모든 악과 고통의 원천이기도 하다. 그는 고통에서 벗어나는 길은 오직 금욕적인 생활을 통하여 불교의 열반과 같은 경지에서만 얻을 수 있다고 했다. 따라서 ‘전체적 의지’가 남아 있는 한 세계와 생명은 지속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쇼펜하우어의 철학은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 한 권에 모두 집약되어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는 이 책을 통해 칸트철학이 남겨두었던 ‘물자체(物自體)’라는 난제의 진정한 해결책을 제시했다고 믿었다. 칸트는 우리에게 주어진 현상적 세계, 즉 표상으로서의 세계의 배후에는‘사물자체’가 있지만 그것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다는 입장을 가졌다. 쇼펜하우어는 현상, 또는 표상으로서의 세계 배후에 있는 물자체의 정체는 바로‘의지’라고 말한다. 하지만 쇼펜하우어가 31살에 쓴 그의 주저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는 출간 당시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바그너·톨스토이 등 많은 사람들이 그의 사상을 추종하고 존경을 표했지만, 그의 사상은 당대보다도 후대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쇼펜하우어의 철학은 현실을 마주한다. 낭만에 빠져 헛된 희망을 꿈꾸게 하지 않는다. 오히려 진실 그대로를 보여주기 위해 일종의 비관주의 철학으로 힘을 길러 준다. 쇼펜하우어 철학은 부정과 거부의 방법을 통해 속박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가르쳐 준다. 이것이 바로 삶에 대한 수많은 독설에도 불구하고 독자층을 형성할 수 있었던 이유다.

많은 사람들이 쇼펜하우어를 염세주의자로 매도했지만 그는 매서운 인간 현실에 맞대어 명랑하고 건강한 인간상이 중요하다고 역설한다. 때로는 <논어>처럼 깊은 통찰력으로, 때로는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처럼 냉철하게 정곡을 찌르는 쇼펜하우어의 논리와 어조는 매력적이다. 세상과 인간의 본질을 통찰하는 잠언들은 세상을 보는 지혜이자 처세서로도 읽힌다.

가을은 철학의 계절이다. 철학은 인생의 신비를 탐구하는 학문, 또는 세계의 깊고 오묘한 이치를 밝히는 학문이다. 이 가을, 인생의 진정한 의미를 알려면 쇼펜하우어를 읽으라고 권하고 싶다.

신영규 한국신문학협회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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