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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역특례’그리고 명문대, 軍大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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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역특례’그리고 명문대, 軍大이야기
  • 이지선 기자
  • 승인 2018.09.11 19: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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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청소년자립생활관 관장 이혜성
▲ 전북청소년자립생활관 관장 이혜성
대체로 공감 받지 못하는 이야기가 남자들의 ‘군대’이야기일 것이다. 그런데 ‘병역특례’ 문제와 함께 꼭 군대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
 
보통 군대이야기는 재연드라마처럼 반복되면서 MSG가 잔뜩 첨가되고 재가공 돼 지적재산권이나 품질관리, 유통기한 없이 떠다닌다.
 
그래서 몇 번 듣다보면 고만고만한 이야기로 다음 스토리가 예상된다. 특히 구라(거짓)를 너무 쳤다싶으면 다 아는 팩트를 끼워가며 각색한다.
 
무용담은 대체로 둘로 나뉜다. 자기가 실미도 북파공작원 정도의 특수부대요원 이었다거나, 행정반에서 뒹굴뒹굴 하며 장군님 당번정도로 편한 보직이었다고, 그러다보면 흡사 당나라군대로 변질되는 게 다반사다.
 
공통분모는 있다. 내 경우 군대에서 집합은 일종의 일상(80년 초 만해도)이었다. 집합의 3요소는 고참의 날씨(기분), 지역감정(특히 영·호남), 주님 생각이다. 사고가 터져도 이 3요소에 해당하지 않으면 괜찮다. 그러나 그것은 소나기 오는 날 나만 젖지 않기를 바라는 요행과도 같다. 나도 지금이야 ‘집합’을 추억처럼 회상을 하지만, 당시는 살기가 돌았다. 실제 집합에 불만을 품고 총기 사고가 나기도 했고, 그 때마다 ‘선진 군대’를 외치며 ‘구타금지’, ‘상호존중’을 외쳤지만 구호에 그쳤다.
 
놀라운 것은 ‘나는 절대 쫄병 타작(구타) 하지 않겠다’ 던 사람도 어느새 자신이 ‘集合’을 걸고 고참 권세를 부린다. 그들은 한결같이 ‘나는 그럴만한 일로 걸었고, 쫄따구(졸병)에게 덕(德)을 베풀었다’고 자위한다.
 
그 덕은 위에서 언급한 주(酒)님이다. 일종의 변태적 행위다. 실컷 두들겨 패고 쫄따구에게 술을 푼다. 얻어맞은 성난 집단지성은 ‘고참 놈들 **버릴거야’라며 증오를 품었다가도, 목줄을 적셔오는 주(酒)님의 은혜로움으로 한순간에 마음이 녹아 ‘화해와 용서’의 첨병이 된다.
 
1979년 10.26, 1980년 5.18 등 비상시국에 시퍼렇게 금주령이 내려있음에도, 집합 후에 쫄따구들에게 ‘임금님 하사품’처럼 주(酒)님을 영접케 해주신 고참님은 ‘최고지도자’에 등극하게 된다.
 
주(酒)님의 영험함은 맞아 죽어도 모를 지하 벙커나 콘센트 막사에서, 군기 빠진 쫄따구에게 ‘인성교육’, ‘행동교정’, ‘정신교육’ 등의 명목으로 자행되었던 곡괭이 자루의 살벌한 현장교육마저 아득히 먼 나라 전래동요로 바뀌게 한다.
 
요즘 아시안게임에 출전했던 손흥민, 조현우 등, 국가대표들의 병역특례를 두고 설왕설래다. 나라를 위해 열심히 뛰고 우승컵을 들어 올린 것은 대단하지만 병역면제에는 동의할 수 없다는 사람이 적지 않다. ‘국위선양’이라면 빌보드차트 1위를 한 방탄소년단도 못지않다는 것이다. 형평성 문제를 들먹이자 정부에서도 재검토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나는 그들에게 말하고 싶다. 요즘 군대는 명문대(名門大)라고, 그래서 혹시 가게 되더라도 실망하지 말라고, 안가는 게 손해라고...
 
실례를 들어보겠다. 나는 이곳에서 특별한 군인을 만났다. 육군 제35보병사단 9585부대 2대대 중령 김용만 대대장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우리 생활관에 있는 호돌이(가명)는 평소 아침잠이 많아 출석부족으로 고등학교를 자퇴하고 실수를 해서 보호처분을 받고 이곳에 왔다.
 
그런데 호돌이의 잠버릇은 여전히 고쳐지지 않았고 낮에도 잠이 덜 깬 나무늘보 같은 행동도 바로잡고자 서둘러 군대에 보냈다. 호돌이는 훈련을 마치고 인근부대에 배치를 받아 상근예비역으로 생활관에서 출·퇴근을 하게 됐다. 그런데 기대와는 달리 입대 후에도 아침에 일어나지 못해 군 생활 내내 우리는 물론 중대장께서 모닝콜을 하였다.
 
이건 옛날 기준으로 하면 날마다 ‘군기교육’이나 ‘집합’건이다. 그런데 설상가상 중간에 또 잘못을 해 헌병대 조사까지 받게 되었다. 그동안 꾹꾹 참았던 나도 이번엔 화가 치밀어 ‘아예 연고지로 전출을 보내버릴까?’하고 고민을 하고 있는데 어느 날 대대장께서 나를 찾아왔다. “만약 생활관에서만 용서를 해주신다면 제가 절대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책임지겠습니다”라며 대신 용서를 구했다. 예로부터 용장(勇將), 지장(智將), 덕장(德將)이라 했다. 이미 김용만 대대장은 최고 인품을 갖춘 덕장으로 부하의 실수도 감싸 안고 품으며 나에게 한 수 가르치고 있었다. 나는 대대장께 조금 전 상황을 고백하며 나도 더 노력하겠다고 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호돌이는 이제 어엿한 대한민국 예비군이 되었다. 제대 당일에는 대대장께서 호돌이가 군 생활을 잘 마칠 수 있도록 도와주셔서 고맙다며 민태원 중대장과 ‘감사장’을 들고 와서 나에게 안겨줬다.
 
세상에 이런 일이~ 지금 누가 누구에게 상(賞)을 주어야 하는데, 그것도 찾아가는 ‘감사장’이라니...
 
나는 장담한다. 오늘날 몇몇 군인들이 과잉 충성으로 민간인 사찰, 계엄문건 등을 만들어 국민을 실망시키고, 군 위상이 추락하고, 죄인이 되었으나 여전히 대한민국 군인은 최고 엘리트 집단이며 훌륭하다고...
 
자녀들을 데리고 훈련소에 입소하면 사단장 훈시에서 꼭 나오는 말이 있다. “여러분 자녀들은 앞으로 대한민국 최고의 명문대(名門大), 軍大에서 잘 생활하게 될 것이다”라고, 정말 틀림없는 말이다.
 
혹시 앞으로 병역특례를 완전폐지하고 당신의 자녀나 국위를 선양한 예·체능·문화계인들이 군대에 가게 되더라도 너무 낙심하지마라. 오늘날 김용만 대대장 같은 군인들이 지키는 이런 명문 군대라면 오히려 군대에 가는 게 ‘병역특례’가 아닐까? 하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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