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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땐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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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땐 어떻게
  • 전민일보
  • 승인 2018.08.24 09: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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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사는 삶을 살고자 결혼 전에 인연을 맺은 소년원의 아이가 있었다.

장발장에 나오는 소년처럼 배고픔을 못 이겨 도둑질 하다 잡힌 아이다. 결혼 후 주위의 반대로 아픔을 삼키며 인연을 끊었다. 남의 조롱거리가 되지 말고 올곧게 성장하기를 진심으로 바라며. 그 후 가정과 직장생활에 파묻혀 바삐 살다 보니 저절로 잊혀져 갔다.

20년이 지난 어느 날, 까마득히 잊힌 그가 찾아왔다.

연고자가 없어 갱생보호소에 있다며 취직을 부탁하는 서른 여섯의 총각으로, 그 후 종종 찾아오거나 전화로 취직을 부탁했다.

필요한 물건을 산다고 보증도 서 달란다. 참으로 난감했다. 평소 어려운 난관에 부딪칠 때마다 도움을 주시는 어르신 몇분과 상의를 했다.

한결같이 말씀하시기를 마음은 아프겠지만 서서히 끊으란다.

갈팡질팡하며 차일피일 미룰 일도 안 되어 미리 준비해놓은 <나의 바람직한 가치관>이라는 글을 손에 쥐어주면서 읽어주었다.

첫째:낙관적으로 희망을 꿈꾸며 바쁘고 즐겁게 산다.

둘째:무엇이 되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사느냐를 중요시한다.

셋째:자신의 자질을 최대한 계발한다.

넷째:인생의 목표로 삼을만한 위인을 마음속에 정해 놓는다.

다섯째:결혼하여 가정을 이룬다.

꿈이 없는 목표는 새가 훌륭한 소나무 그림을 보고 내려앉으려다 머리를 곤두박질하는 것과 같으며, 거대한 트럭이 마치 브레이크가 고장이 난 채로 내리막길을 치닫는 것과 같을 것이니 다섯 가치관 중에서 한가지만 지켜도 성공하는 인생을 누릴 수가 있노라고 당차게 말해주었다. 이 순간 부터라도 예전의 안일했던 자신을 반성하고 늘 긍정적인 사고로 남은 삶을 알차게 마무리 짓기를 진심으로 바랐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내가 전해 준 <나의 바람직한 가치관>을 들고 사무실을 떠났다.

한동안 소식이 뜸하더니 오토바이 사고로 병원에 입원해 있다며 보호자가 되어 달라는 전화가 걸려왔다.

마음 아파한다고 정을 주었다가는 또 다시 마음고생을 할 것 같아 냉정하게 딱 잘라말했다.

결혼전과 달리 힘든 삶을 살고 있어 정신적으로는 도움이 될 수 없어 정말 미안하다 라고. 그는 알았다며 전화를 끊었다 끊고 난 후 이게 아닌데.... 싶었지만 한번의 도움으로 해결될 일이 아니지 않은가.

그렇게 소식이 끊긴지 또 십여년이 흘렀다 개인으로서 감당하기엔 너무도 벅찬 인연이지만 내가 만들어준 가치관을 토대로 삼아 현재를 소중히 여기며 다부진 생각으로 억척스레 살다보면 예전보다 나은 삶을 살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꼬리를 문다.

양봉선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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