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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회찬 의원의 죽음, 헛되지 않게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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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회찬 의원의 죽음, 헛되지 않게 해야
  • 전민일보
  • 승인 2018.08.03 09:5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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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회찬 정의당 의원이 아파트에서 투신해 사망한 사건은 한국 정치사에 큰 불행이다. 그가 온몸이 박살나는 고통을 무릅쓰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유는 ‘드루킹’김동원 씨가 이끈 경공모(경제적공진화모임)로부터 두 차례에 걸쳐 불법 정치자금 4000만원을 받았다는 죄책감 때문이다.

그는 유서에서 청탁과 대가가 없었지만 정치자금수수 자체에 대해서는‘후회한다’는 말을 남겼다.

노 의원은 죽기 전 “어떠한 불법적인 정치자금을 받은 적이 없다.”고 극구 부인해왔다.

결국 거짓말을 하게 된 것이다. 이런 거짓말이 그의 무너져 내린 명예와 양심을 인내하기 어려웠을것이다. 생각하면 그가 속으로 얼마나 괴로워 몸부림 쳤겠는가.

정의당 당원들 앞에 얼굴을 들 수 없다는 유서가 이를 증명한다. 노 의원이 처음부터 돈 받은 것을 솔직히 시인하고 용서를 구했더라면 이런 비극은 일어나지 않았을 걸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러나 정의를 외쳤던 그로선 이 말을 뒤집고 잘못을 인정해야 하는 상황에 누구보다 양심의 가책을 느꼈을 것이다.

노회찬 의원은 국민들에게 아주 양심적이고 청렴한 사람으로 인식돼 있다. 그는 자기 신념과 원칙과 확실한 철학을 가지고 있다.

평생을 군부독재 정권과 싸우며 진보 가치 확산에 힘썼던 사람이다. 평생을 약자의 편에 서서 노동자의 권리를 찾아주기 위해 투쟁했던 사람이다. 있는 자가 아닌 없는 자의 편에 서서 강자를 대적하고 서민과 가까웠던 정치인이었다. 그렇기에 그의 죽음은 더욱 애절하고 슬프다.

노 의원은 생전에 정계에서 숱한 어록을 남긴 ‘비유의 달인’으로 통한다. 일명 사이다 발언이다. 17대 총선 당시 한 방송사 토론회에서 “50년 동안 한 판에서 계속 삼겹살을 구워 먹어 판이 새까맣게 됐으니 삼겹살 판을 갈아야 한다.”는 ‘판갈이론’을 펼친 일화는 유명하다.

또한 17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첫 국감에선 “법앞에 만인이 평등하다고 하는데 1만 명만 평등한 것 아닌가.”라는 발언으로 사법부를 질타해 주목을 받았다.

특히 2013년 ‘삼성 X파일’폭로와 관련해 대법원에서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4월(집행유예 1년) 형이 확정돼 의원직을 상실했다.

뇌물을 주고받은 재벌과 검사는 피해자로 감싸면서 비리를 고발한 의원은 가해자로 처벌하는 본말이 전도된 판결이었다. 그때 노 의원은 “폐암환자를 수술하면서 폐는 놔두고 멀쩡한 위를 들어냈다.”고 당시의 사법부의 독립성을 강하게 비판했다.

우리 사회의 일부 고위 공직자, 국회의원, 자치단체장들이 뇌물 수수 혐의로 구속된 사례들이 많다. 이들은 증거가 확실하여 변명의 여지가 없는데도, 양심을 들먹이며 법정싸움이 벌어지기도 한다. 그야말로 거짓을 진실인양 포장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여기에 비하면 노회찬 의원은 어떤가. 돈 4000만원 때문에 하나밖에 없는 목숨까지 버렸다. 그것도 아무 대가성 없는 돈 몇 푼 받은 걸 고민해오다 그 처절한 죽음으로 양심을 갚았다.

누구는 매일 거짓으로 살면서도 당당해 하고, 누구는 단 한 번의 거짓으로 괴로워하다 목숨을 내놨다. 옥에 티 때문에 목숨까지 접은 노회찬 의원의 최후가 너무도 비통하다.

물론 노 의원이 떳떳치 못한 돈을 받았음은 잘못이다. 그렇다고 죽음으로 자신의 잘못을 용서 받으려는 것도 온당치 못하다.

양심의 가책을 느꼈으면 의원직을 사직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처벌을 달게 받고 모든 정치일선에서 물러나 조용히 살면 된다. 하지만 그의 자존심은 이를 허용치 않았다. 양심의 가책을 단 하나밖에 없는 목숨으로 갚았다. 이런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 있는 국회의원이 몇 명이나 될까? 뇌물을 받고도 오리발 내미는 정치인도 있을진대 말이다.

대한민국 국회의원들, 제발 노회찬 의원의 정신을 본받았으면 한다. 그가 비록 불법 정치자금 수수의 오점을 남기는 정치인이 될지는 모르지만, 그는 우리나라 진보정치의 상징으로서 정치인이기 전에 시대정신을 꿰뚫는 탁월한 정세분석가였다.

여야 정치인과 많은 국민들이 한결같이 그의 죽음을 안타까워하는 까닭이다.

그의 죽음이 헛되지 않으려면 그가 지향했던 진보와 민주주의 가치들은 후배 정치인들이 그 뜻을 이어받아야 한다. 훌륭한 정치인 한 명이 떠났음을 가슴 아파하며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신영규 전북문단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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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시민 2018-08-04 03:06:31
우리 정치사에서 노회찬 의원만큼 깨끗한 정치인은 일찍이 없었다. 그런데 어찌된 영문인지 노 의원은 돈 4천만원을 먹고 이를 숨기고 있다가 발각이 되니 투신 자살했다. 양심의 가책을 느껴 스스로 죽음을 선택했다. 하나밖에 없는 목숨을 내놨다. 돈 4천만원 때문에 목숨을 버리다니, 정말 대단한 자존심이다. 우리는 노회찬 의원을 잃음으로써 한국정치의 큰 자산을 잃었다. 부디 하늘나라에서 편히 잠드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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