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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 무왕의 숙면은 언제쯤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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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 무왕의 숙면은 언제쯤 가능할까
  • 전민일보
  • 승인 2018.07.20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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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화 공주님은 남 몰래 시집가 놓고 서동을 밤에 몰래 안고 간다.’

선화공주입장에서만 놓고 보면 억울하기 짝이 없을 법한 이 노래는 한국 최초의 4구체 향가로 민요형식을 빌리고 있다.

무왕이 어릴 때 진평왕의 셋째 딸인 선화공주가 예쁘다는 소문을 듣고 짝사랑에 고심 하던 중 신라서울에 와서 ‘마’를 가지고 성 안의 아이들에게 선심을 쓰며 이 노래를 지어 부르도록 했다는데….

내용인즉 선화공주가 밤마다 몰래 서동의 방을 찾아간다는 것. 얼마 지나지 않아 서동의 기지대로 이 노래는 구중궁궐 안 까지 퍼졌고 스캔들에 격노한 왕은 마침내 공주를 귀양 보내게 이른다.

이에 서동이 길목에 나와 기다리다가 함께 백제로 돌아가 그는 임금이 되고 선화는 왕비가 되었다는 이야기이다.

그리고 다시 시간을 거슬러 이 백제 로맨스의 주인공들이 다시 우리 앞에 논란의 주인공으로 섰다. 그동안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던 익산 쌍릉의 주인공이 이 노래의 원작자(?) 백제 무왕으로 밝혀지는 분위기다.

쌍릉 주인공에 대한 추적은 “맞다!”“아니다!”를 반복하며 그야말로 식스쎈스급 반전의 연속이었다.

대왕릉과 소왕릉으로 이루어진 쌍릉의 주인공에 대해 그동안 두 가지 설이 있었다.

첫 번째로는 위만에게 나라를 빼앗긴 뒤 남쪽으로 내려와 마한을 건국했다는 고조선 준왕, 즉 ‘무강왕’이라는 설. 하지만 굴식 돌방무덤인 쌍릉은 백제 말기 양식인 점을 미루어 ‘고려사’,‘동국여지승람’ 등에 기록된 ‘백제 무왕의 무덤’이란 것이 정설에 가까웠고 사람들 또한 별다른 이견을 보이지 않은 채 무왕의 무덤이 맞는 것으로 인식해오고 있던 터였다.

그런데 대왕릉에서 출토된 치아에 대해 2016년 국립전주박물관이 “20~40세 여성일 가능성이 크다”고 발표를 하면서 다시 파문이 인다. 다시 말해 이 무덤은 왕이 아니라 왕비의 무덤이란 뜻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또 한 번의 반전이 일어난다. 2009년 발굴된 미륵사지 석탑 사리 봉안기에는 무왕의 왕비가 선화공주가 아닌 백제 귀족 사택 씨의 딸로 기록이 돼 있다.

이 기록만을 놓고 본다면 결국 무덤의 주인공은 사택 비일 가능성이 생긴 것이다.

아쉬움과 허탈함에 지쳐있을 무렵 반전은 거듭된다. 올 3월 쌍릉 발굴 조사에서 인골이 담긴 나무 상자가 발견이 되면서부터….

1917년 조선총독부의 첫 조사 때 발굴했다가 다시 묻은 것으로 보이는 이 상자는 당시 13줄짜리 보고서엔 언급이 없었지만 재 발굴된 뼈가 크고 굵어 남성으로 보인다는 말이 나오면서 다시 무왕일 가능성이 제기됐다.

모두 102조각의 인골에 대해 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는 고고학과 법의인류학 등 학계 전문가를 참여시켜 정밀 분석을 했다.

팔꿈치 뼈 각도, 목말 뼈 크기, 넙다리 뼈 무릎 부위의 너비를 볼 때 남성일 확률이 컸다. 키는 최소 161㎝에서 최대 170.1㎝로 19세기 조선 성인 남성의 평균 키 161.1㎝와 비교하면 큰 키다.

관전 포인트는 계속 이어진다.

목의 울대뼈가 있는 갑상연골에 뼈가 굳어지는 골화가 상당히 진행됐고 골반뼈 결합 면이 거친 것 등으로 보아 나이는 최소 50대 이상 60~70대로 추정됐다.

무왕의 출생 연도 기록은 없지만 20세에 즉위했을 경우 61세, 30세에 즉위했다면 71세에 별세했을 터, 가속 질량분석기를 이용한 정강뼈의 방사성 탄소 연대를 측정한 결과 유골 주인공의 사망 연도는 서기 620~659년. 무왕의 사망 연도는 641년으로 추정된다는 것이다.

이제 정리를 해보자.

인골의 주인공이 무왕일 수밖에 없다는 결론을 낸 근거로는 과학적 분석과 추론을 통해 인골의 면면을 살펴본 결과 첫째! 7세기 초중반 숨진 60~70대 이상 노년층 남성의 것으로 드러났고, 둘째! 이런 정황에 부합하는 당대 백제왕은 600년에 즉위해 641년에 숨진 무왕이 유일하다는 것이다.

‘고려사절요’에 14세기의 도굴사건까지 기록될만큼 후대인들에게도 관심의 대상이었던 쌍릉! 결국 쌍릉의 대 왕릉에서 예상밖 출토품으로 확인된 인골들을 과학적으로 분석한 끝에 무왕의 것임을 결론짓는 연구소의 발표가 나오면서 논란에 마침표를 찍은 셈이 됐다.

하지만 무덤 주인을 둘러싼 논란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쌍릉은 두기의 무덤이기 때문.

이제 학계의 관심은 자연스럽게 내년에 발굴을 추진할 대왕릉 부근의 소왕릉으로 옮겨가고 있다. 과연 이 무덤의 주인이 선화공주인지, 무왕의 왕후로 언급된 사택적덕의 딸인지를 놓고 벌써부터 갑론을박이 뜨거운 상황이다.

무왕역시도 열대야로 잠들지 못하는 우리들만큼이나 숙면을 취하기는 어려울 듯 보인다.

홍현숙 방송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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