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28일 자정을 넘긴 시각, 전국이 들썩였다. 2018년 러시아 월드컵에서 우리나라 축구 국가대표팀이 FIFA 랭킹 1위 독일을 무려 2대 0으로 물리친 것이다.
독일은 80년 만에 월드컵 조별 예선탈락과 아시아국가에 첫 패배를 맛보았다.
스포츠 방송채널인 ESPN의 분석에 따르면, 우리나라 대표팀이 승리할 확률은 5%에 불과했다. 대표팀은 앞선 2차례의 패배를 딛고 마지막이 될지 모를 경기에서 심기일전해 말 그대로 기적을 일궈냈다.
작년 이맘 때, 필자는 국책사업을 추진하는 새만금대표팀의 일원이 되었다.
이미 알고 있던 대로 새만금 사업의 상황은 녹녹치 않았다. 30년 가까이 묵은 사업에, 눈에 보이는 성과는 부족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대표팀이 세운 작전은 ‘속도’였다. 그리고 사업이 속도를 낼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관계부처와 함께 새만금 사업의 추진체계를 개선하고 기반시설을 조기 구축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우선, 그간 민간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던 용지개발을 오는 9월 출범하는 새만금개발공사가 주도하게 된다.
공사는 용지개발과 함께 재생에너지, 관광 등 부대사업을 병행 추진함으로써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내부개발을 이끌어 가게 된다. 현재 국토부 등과 협력해 공공주도 매립 기본구상, 부대사업 계획 마련 등 사전 준비가 한창이다.
또한, 도로·항만 등 핵심 기반시설 구축에 정부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새만금 내부의 핵심 축이 될 남북도로의 경우, 작년 1단계 사업에 이어 올해 2단계 사업이 첫 삽을 뜬다.
항만은 호안·진입도로 건설을, 공항·철도는 사전 타당성조사를 시행하는 등 육·해·공을 아우르는 기반시설 구축이 차근차근 진행되고 있다.
여기에, 2023년 개최를 앞두고 있는 세계잼버리대회가 내부개발의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대회 개최 전까지 도로 등 주요 시설을 갖추기 위한 정부의 지원이 든든하게 뒷받침되고 있다.
그리고 새만금을 ‘글로벌 자유무역의 중심지’로 육성하기 위해 투자유치에 힘을 쏟고 있다.
지난 1년 동안 관광레저와 제조 분야에서 총 5건, 8천억 원 가량의 투자유치 성과를 거두었고 부담금완화, 보조금 지원 확대 등 인센티브를 강화했다. 특히, 민간기업의 투자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최장 100년간 임대할 수 있는 장기임대용지 조성 예산을 확보했고, 국내기업에도 용지 임대료를 대폭 감면해 주기 위한 법령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아울러, 새만금 사업이 전북지역에서 추진되는 사업인 만큼 지역경제에 보탬이 될 수 있도록 제도적장치를 마련했다.
새만금 사업에 보다 많은 지역기업이 참여할 수 있도록 우대기준을 제정했다. 이를 통해 남북도로 사업의 경우, 1단계 사업에서 5~10%였던 지역기업의 참여율이 2단계에서는 30%로 대폭 증가하는 성과를 거뒀다. 그리고 오는 12월 새만금개발청 청사를 새만금 현장으로 이전해 현장 중심의 혁신행정을 구현할 계획이다.
새만금개발청의 다각적인 노력과 내실 있는 성과들이 정부업무 평가에서도 인정을 받았다.
주요 정책과제 부문에서 개청 이후 최초로 ‘우수’등급을 받은 것이다. 추진체계 정비를 통한 공공주도 매립, 기반시설 확충과 투자 인센티브 강화 등 전방위적인 사업여건 개선이 여러 모로 좋은 결실을 안겨준 듯하다.
사기(史記)에 ‘중석몰시(中夕沒矢)’라는 말이 있다. 중국 전한시대 이광 장군이 사냥을 나가서 큰 돌을 호랑이로 착각하고 쏜 화살이 돌에 깊숙이 박혔던 일화에서 나온 말로, 정신을 집중하면 믿을 수 없는 큰 힘이 나올 수 있음을 뜻한다. ‘카잔의 기적’을 일궈낸 축구 국가대표팀처럼 우리 새만금 대표팀도 ‘중석몰시’의 마음가짐으로 사업에 임할 것이다. 앞으로 더욱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어 국민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이철우 새만금개발청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