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누리는 진귀한 보물들
김만곤 이리중앙교회목사
요즘 가을 날씨가 참 좋다. 높고 푸른 하늘, 청명한 햇빛, 투명한 가을 바람……, 그야 말로 청풍명월(淸風明月)을 실감케 한다. 특히나 누렇게 익어가는 곡식들을 바라보면 한껏 부자가 된 것 같다.
그러나 그런 하늘을 바라보며 스치는 햇살을 느끼며 진정으로 감사하는 이는 몇이나 될까? 가지지 못했다고 불평하고 소유한 것이 없다며 스스로를 불행하다 생각하는 것이다. 어떤 이는 명품을 갖고 있고 자신은 그렇지 못하다고 생각하는 상대적 빈곤감이 결국 나를 행복하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보이지 않고 하찮게 여기는 것들이야 말로 진짜 진귀한 것들이다. 아니 너무 귀해서 하나님께서 거저주시는 방법밖에 없는 가치 있는 것이다. 우리가 한 시도 없어서는 안 되는 공기는 인간이 만들 수 없는 것이다. 우리가 만들어서 생존하려 한다면 생존할 수 있는 이가 있겠는가? 인간들 중에 누구도 햇빛을 이용하기 위해서 그 태양에 연료를 보내거나 노력하는 이가 없다. 그것은 너무나도 소중하기에 신이 선물로 주신 것들이다. 어디 그 뿐이겠는가? 이 세상의 지혜를 총 동원해도 들판에 아무렇게나 피어 흔들리는 생명이 있는 들풀하나도 만들지 못한다. 그런 측면에서 보자면 우리는 얼마나 부자인가? 우리 힘으로는 어느 누구도 도저히 대가를 지불하고 살 수 없는 그 진귀한 수많은 것들을 우리는 날마다 소유하고 누리고 살아가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우리는 정말 소중한 것들을 보지 못하고 나는 가진 것이 없다고 불평하며 사는 것이다. 많은 재물과 소유들을 가지는 것 보다 오늘 내가 자유롭게 숨 쉴 수 있음이 더 부요하고 내가 마시는 한 모금의 물이 수많은 은금을 소유하고서도 그렇지 못하는 이보다 더 많은 것을 가진 것이 아니겠는가?
엘리자베스 여왕은 그의 말년에 죽어가면서 ‘나의 모든 재물로 순간의 삶을 바꿀 수 있다면……’이라고 한탄했다고 한다. 그러니까 그 모든 재물을 다 하고서도 오늘 평범한 사람이 대수롭지 않게 맞이하는 아침 햇살을 살 수 없으니 우리가 감사의 눈으로 보면 우리야 말로 얼마나 부요한 사람들인가? 내가 의식 없이 맞이하는 아침, 오늘도 내 볼에 입맞춤하고 뒹구는 철부지 자녀, 심지어 느끼지 못한 체 꼼지락 거리는 손가락, 쉼 없이 멈출 줄 모르고 뛰어주는 심장 …… 우리는 기적의 연장선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우리 힘으로 얻을 수 없는 것들이 아닌가? 그저 누리는 하나님의 선물일 뿐 ……
얼마 전 TV를 통해서 명절 특집으로 전국 로봇 대회를 본 적이 있다. 우리나라의 유수한 두뇌들이 개발한 로봇끼리 서로 싸워서 승리하는 프로였다. 그런데 나는 거기에 출전한 로봇을 보며 실소를 금할 수 없었다. 뒤뚱뒤뚱 걷는 걸음걸이며 넘어지면 제대로 일어나지도 못하고 버둥대는 모습에 웃음이 절로 나왔다. 그러나 조금 가진 것이 없는 사람이라도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걷고 앉고 일어서고 손짓할 수 있는 사람은 이 세상 그 어는 로봇보다도 섬세하고 자유스럽다. 어쩌면 그런 교훈을 통해서 우리는 하나님이 창조한 위대한 작품과 인간의 유한함을 통해 겸손을 배우는 지도 모른다.
눈을 크게 뜨고 작은 것들 속에서 행복의 조건을 발견하고 하찮은 것들에서 감사의 조건을 발견하자. 그러면 우리에게 있는 진귀하고 부요한 소유들이 보이기 시작할 것이다. 우리의 행복은 작은 것에 감사하고 보이지 않는 것에서 자족하는 데에서 시작되는 것이다. 지금 이 시간에도 숨을 쉬고 있는가? 그렇다면 우리는 진귀한 것들을 가득 누리고 사는 행복한 사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