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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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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만남
  • 전민일보
  • 승인 2018.03.28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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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첫 강의는 ‘인문고전 읽기’이다. 스무 명 정도 된 학생이 수강을 신청했다. 아직 수강신청 정정 기간이라 변수는 있다.

‘인문고전’에‘읽기’를 붙였지만, 언어 활동 능력을 포괄적으로 기르는 강의이다. 한 명씩 나와 자신을 소개하였다.

해원이는 사회복지학과 2학년이다. 작년 1학기 때 ‘글쓰기전략’을 수강했다. 다리가 불편하지만, 전혀 내색하는 법이 없다. 오히려 웃음이 넘쳐 탈이다. 글쓰기능력을 향상하려고 이 과목을 수강했다. 정민이는 해원이와 단짝이다. 우리 학교가 비록 작지만, 좋은 교수님이 많이 계셔서 좋단다.

그 틈에 나도 끼었으면 좋겠다. 후배들에게 불편한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찾아오라고 했다. 1년 사이에 참 많이 달라졌다.

유정이는 신학과에 입학한 신입생이다. 가야금병창을 오랫동안 하다 건강 때문에 포기했다. 글 쓰는 능력을 기르려고‘글쓰기전략’까지 수강 신청했다. 강의시간 내내 시선을 내 눈에 묶고 있었다.

정욱이 역시 신학과 신입생이다. 의대를 가려고 열심히 공부했다. 그 꿈은 다리가 골절되면서 함께 분질러졌다. 병원에서 “할 수 있다 하신 이”란 찬송가를 들으며 신학의 문으로 들어섰다.

주홍이는 올해 스무 살이다. 나이에 비해 언행이 얼마나 진중한지 영락없이 목회자 물색이다. 아버지가 장로라고 했다. 영호는 서른한 살이다. 키가 훤칠하고 곱상하게 생겨 나이에 비해 앳되다. 한국농업대학을 졸업하고 닭을 기르다 신학과에 입학했다.

민호는 사회복지학과 신입생이다. 어렸을 때부터 사회복지사를 꿈꿨다. 목사님께서 권하신 것이 힘이 되었다.

현지는 사회복지학과를 다니다 작년에 자퇴했다. 스스로 늦게 철이 들어 다시 입학했다고 했다. 너무 철들지 말라고 했다. 철은 본질과 형식 둘 다 들어야 한다.

의성이는 홍익대학교 디자인학과에 다니다 자퇴했다.

영암 군청에서 근무한 이력도 있다. 이제는 사회복지자가 되려는 꿈을 꾸고 있다. 젊음의 뒤안길을 돌아 스물여섯이 되었다.

내 이름과 같은 재선이 역시 사회복지사가 되려고 한다. 글을 잘 쓰고 싶어 이 과목을 수강했다.

상하는 모 대학 영상의학과를 자퇴했다. 사람들 마음을 읽고 싶어 상담심리학과에 입학했다. 사람들 앞에서 말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아 할 말을 메모하여 나왔다. 바람직한 습관이다. 은찬이는 기타를 전공하려고 실용음악과에 입학했다. 음악학원에 다니면서 드럼도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민환이는 7년 동안 공군에서 부사관으로 근무했다. 비행기를 정비했다. 비행기를 정비했던 자신이 작곡을 전공하게 될 줄 꿈에도 몰랐다. 순기는 32년 동안 소방공무원을 하고 정년을 맞이했다. 젊음의 가면을 쓰기라도 한 듯 예순이란 나이가 무색했다. 게다가 색소폰을 전공한다니. 눈에서 눈부시게 강렬한 섬광이 터져 나왔다.

승범이 음색은 완연히 여자였다. 많은 사람이 그렇게 느낀다고 했다. 드럼을 전공하려고 실용음악과에 입학했다. 지훈이는 보컬을 전공하려고 실용음악과에 입학했다. 차분한 목소리로 아침에 일어나는 것이 너무 힘들다고 고백했다.

웅희는 지훈이와 함께 남원국악예술고를 졸업했다. 전공도 지훈이와 같다. 학교 앞에서 자취한다. 김치가 떨어지면 말하라고 했다.

이경용 어르신은 올해 일흔둘이다. 신학과를 졸업하고 상담심리를 공부하고 계신다. 교회를 개척하여 목회도 하신다. 자식 농사를 잘 지어 교수와 치과의사인 아들이 있다.

지금까지 내 강의를 여러 과목 수강하시거나 청강하셨다. 해원이와 정민이, 이경용 어르신을 빼면, 다 신입생이다.

대다수 학생이 교양필수 과목이기도 하지만, 글쓰기능력을 기르고 싶어 수강했다고 했다.

‘인문고전 읽기’는 단순히 읽고 쓰는 능력을 기르는 것으로 그치면 안 된다. 글쓰기 기술을 익히는 기능인이 아니라, 앎을 일상이나 사회 현장에서 실천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글쓰기에 관한 짧고 얄팍한 앎을 학생들에게 줄 뿐, 나도 평생 학습해야 할 학생이다.

최재선 한일장신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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