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빈병 안 받아요. 다른곳에 가보세요”

 

도내 상당수 중소 규모 마트와 편의점들이 공병 회수를 거부하거나 제한을 둬 시민들의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자원 재활용률을 높이기 위해 지난해 1월부터 빈병 보증금이 소주병 100원(기존 40원), 맥주병 130원(기존 50원)으로 각각 인상돼 시민들의 관심이 높지만 정작 중소 마트와 편의점들은 보관 공간 부족 등을 이유로 보증금 지급을 거부하고 있다.

 

20일 오전 10시께 전주시 덕진구 한 마트.

 

이 마트에는 ‘공병 수거는 매주 목요일, 오후1시~오후 5시까지, 1인 30개제한’ 이라는 프린터가 큼지막하게 붙어있었다.

 

이 마트 직원은 “매장 내 공간이 부족해 외부에 쌓아두는데 이를 훔쳐가는 경우가 부지기수”라며 “어쩔 수 없이 회수처에서 빈병을 회수하러 오는 날에만 받아 처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인근 마트와 편의점 등을 확인한 결과 대부분의 매장에서 빈병은 정해진 날짜에만 받는 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심지어 일부 편의점에서는 해당편의점에서 직접 구매한 영수증을 요구하기도 했다.

 

편의점 직원은 “구매는 대형 매장에서 하고 빈병 판매는 우리 같은 동내 소규모편의점에서 하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마트에서 이뤄지는 빈병 회수는 회수처의 업무를 대행하는 것으로 마트에서 소비자에게 지급한 보증금은 회수처에 빈병을 넘기며 받아 메우는 형식이다.

 

마트 측은 빈병 반환에 따른 이득도 없는데다 소비자에게 받아 보관 중인 빈병을 분실할 경우 오히려 노동력 제공에도 불구하고 금전적으로 손해를 보는 만큼 빈병 회수가 달갑지 않은 상황이다.

 

그나마 대형마트에서는 빈병 회수를 하고 있지만 소비자들에게는 거리가 멀어 불편하다.

 

시민 오모(38)씨는 “대형마트는 너무 멀어 그 돈 받자고 교통비를 지불하고 가는 것도 아닌 것 같고, 그러자고 재활용 쓰레기통에 버리자니 돈을 버리는 것 같아 아까운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오씨는 "동네 소매점에 가면 병을 쌓아둘 곳이 없다고 거절하고 편의점에 가면 빈병을 담을 플라스틱 상자가 없어서 다음에 다시 오라고 한다"며 "집에 병은 쌓이고 있는데 쌓이고 있는 병은 도대체 누가 회수해 가야 하는 것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또 빈병을 팔러 갈 때마다 반환 거부를 당했다는 김모(41)씨는 “마트 등에서 번거로움을 이유로 빈병을 제대로 받지 않아 집에 있는 소주병들을 처리하는데 애를 먹고 있다”며 “빈병 받기를 거부하는 소매점에 대해 집중단속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국순환자원유통지원센터 관계자는 “빈병 회수는 환경보호뿐만 아니라 자원을 재활용하는 중요한 제도다”며 “소매업계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공병 보증금 환불을 거부하는 소매점에는 300만원 이하 과태료 부과 등 행정처분이 내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