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분상 안정되지 않은 여성직원에 대한 언어폭력 등 만연
<속보>전북연구원 여성정책연구소 A모 여성연구원이 조직 내 언어폭력 등 인권침해를 당했다며 언론에 알리면서 촉발된 전북판 '미투'(#Me Too) 움직임이 확대될 조짐이다. 전북도 본청과 산하기관에서도 유사한 사례가 있다면서 너도나도 고충을 토로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본보 2월 5일 1면>
하지만 계약직 신분이 많은 산하기관과 위탁기관의 경우 사내고충처리위원회도 설치되지 않은 곳이 대부분인 실정이다. 이에 따라 전북도 차원에서 이들 기관에서 자행되고 있는 언어폭력 등 각종 인권침해 사례에 대한 실태조사에 착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난 5일 전북연구원 여성정책연구소 A모 여성연구원이 직장 내에서 심한 언어폭력과 각종 음해 등 인권침해를 당했다는 내용이 본보 등 지역 언론을 통해 기사화됐다. 그러자 다른 기관의 몇몇 관계자들도 유사한 사례로 고통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며 호소했다.
하지만 이들은 계약직 등 신분상의 문제와 조직 내 노골적인 왕따 문화가 더 심화될 것을 우려해 자신과 관련된 인권침해 사례가 언론에 기사화되는 것을 꺼려했다. 제보자 B씨는 장기간의 우울증과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생각까지 해봤다고 밝혀 사태의 심각성을 더해줘 실태조사 필요성이 요구된다.
전북도 행정공무원이 파견된 조직이 대부분인 탓에 도 감사관실과 인권센터 등의 문턱을 넘기도 쉽지 않다고 이들은 하소연 했다. 실제로 수개월 전에 인권침해 등의 문제가 제기된 사례도 있지만 전북도 감사부서와 인권부서는 물론 해당 소속기관장의 적절한 후속조치도 없이 방치되고 있다.
또 다른 제보자 C씨는 “전북도에 문제를 제기하려고 해도, 인권침해 가해자에게 상담내용이 그대로 흘러가는 구조이다”면서 “인권침해 이외에도 불·탈법적인 상황도 만연하고 있지만 마음 놓고 상담할 곳이 없다”고 토로했다.
도 본청 일반직 공무원과 달리 신분상 안정적이지 못한 계약직 여성 직원들의 경우 인권침해를 당해도 스스로 감내하다가 정신과치료를 받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외부에 알렸다가 자칫, 재계약 실패 등 신분상 불이익을 감수해야하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위탁기관 등은 노사협의회고충처리위원회가 대부분 설치되지 않아 내부적인 문제해결 창구조차 마련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이미 설치된 곳도 공직사회의 특성상 외부에 내부문제가 노출되는 것을 꺼려 형식적인 내부 봉합수준에 머물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언론에 인권침해 사례를 제보한 전북여성정책연구원 A모 여성연구원은 “조직의 권리 보호시스템이 이 정도 밖에 되지 못하고 있다는 심각한 고민을 하게 됐다”며 자신의 신분상 불이익을 감수하고 언론에 제보를 결심했다.
이 때문인지 인권침해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제보자들은 자신의 인권침해 사례를 언론을 통해 기사화하는 것에 대해 '시간이 더 필요하다' 등의 이유로 난색을 표했다. 이들은 현 상황이 변화되기를 바라지만, 신분상 불이익과 동료들의 피해를 우려했다.
지난해 3월 전북도민의 인권 증진과 보호를 위한 전담부서인 인권센터가 설치됐지만 정작 내부의 인권침해 사례에 대한 실태조사 등 보호시스템이 가동되지 않고 있다. 최근 일련의 인권침해 사례를 중심으로 도 산하·출연기관·위탁기관 등에 대한 인권실태 조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윤동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