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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한국, 하나의 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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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한국, 하나의 조선
  • 전민일보
  • 승인 2018.01.2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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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한족(漢族) 국가이자 동시에 다민족 국가다.

그런 점에서 동북공정을 비롯한 각종 역사왜곡은 한 편 이해할 수 있다. 원(元)과 청(淸)을 중국사로 설명하기 위해서는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현대 중국 이전 그 어떤 한(漢)왕조도 만주에 대한 완전한 지배권을 가진 적이 없다. 그것을 실현한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몽고족이 세운 원과 만주족이 세운 청이었다. 그런데 문제가 생긴다.

통일 왕조인 원이나 청과는 달리 분열기의 역사해석 문제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경우가 한족이 세운 송과 만주족이 세운 금의 관계다.

1126년 발생한 이른바 정강의 변(靖康之變) 당시 금 태종은 송 휘종과 흠종 부자를 비롯한 송나라 귀족 수 천명을 포로로 잡아간다.

이때 금에서는 휘종에게는 혼덕공(昏德公) 아들인 흠종에게는 중혼후(重昏候)라는 칭호를 붙여 모욕한다.

더불어 황비를 비롯한 수많은 고관대작 부인들이 금나라 신료의 첩으로 전락한다. 이런 역사적 배경에서 등장한 두 인물이 있다. 바로 악비와 진회다.

한족의 악비에 대한 추모는 한국인이 충무공 이순신에 대해 가지는 존경심에 가히 비견할 만하다.

반면에 그를 죽인 진회는 만고의 죄인으로 남아있다.

진회의 이름은 작명에서 조차 금기시 될 정도다. 문제는 만주족 입장에서 바라보는 역사에 대한 해석이다.

악비가 명장이었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실제 악비는 금나라가 두려워한 맹장이었다.

그것은 마치 충무공을 두려워했던 일본군과 다르지 않다. 그래서였을까. 금나라 사람들 사이에 이런 말이 돌았다고 한다.

“산을 흔들기는 쉬워도, 악가군을 흔들기는 어렵다.” 악비는 전투에만 능한 단순한 군인이 아니었다. 그는 부하들에게 “얼어 죽더라도 민가를 훼손하지 말라. 굶어 죽더라도 약탈하지 말라.”는 규율을 실천에 옮김으로서 백성으로부터 신뢰를 얻었다.

명 말기 원숭환이 그랬듯 악비는 송왕조의 희망이었다. 이때 금은 '악비의 목'을 조건으로 화친을 제의한다.

결국 진회와 남송 고종의 공모로 악비는 반역죄로 처형된다.

원숭환이 명 황제에게 능지처참을 당한 것과 유사하다. 다만 다른 것이 있다면, 원숭환 처형 후 멸망한 명과는 달리 악비를 희생시킨 남송은 평화를 얻는다. 여기서도 아이러니한 일이 발생한다.

남송은 악비를 제거한 후 진회의 화친책을 통해 이후 150여 년간 존속했을 뿐 아니라 송을 유린했던 금나라의 멸망을 지켜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진회에 대한 다른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현 중국 정부의 악비에 대한 평가는 민족의 영웅에서 충성스런 군인으로 바뀌어있다. 만주족도 중국인이기 때문이다.

중국인의 역사인식 변화와 같은 양상이 한국인에겐 영원히 무관한 영역으로 남아있을까.

평창올림픽을 앞두고 남과 북이 만났다. 한반도기와 단일 팀. 그것은 처음이 아니다. 그런데 그것을 바라보는 시선은 달라졌다. 변화는 진회와 악비를 바라보는 시선의 그것만큼이나 극적이다.

통일에 대한 열망과 하나의 민족이라는 동질성은 약해지고 냉소와 비판이 그 빈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더욱 놀라운 것은 그 중심에 20대가 자리한다는 사실이다. 적어도 그 부분에서 만큼은 자신의 부모가 아닌 조부모 세대와 동질감을 더 느끼고 있다.

핵무기를 가진 금수저 출신 독재자와 인권유린. 거기에 더해 자신들이 흘린 땀이 부정되는 불공정을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이다.

적어도 현 시점에서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것은, 이젠 어느덧 586이 되어가는 6.10 민주항쟁세대 만큼 북한에 대한 이해와 관용의 폭이 넓은 세대를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려워진다는 사실이다.

또 하나, 현재 20대의 할아버지 세대가 느꼈던 북한에 대한 감정은 전쟁이란 아픈 기억만큼이나 통일에 대한 열망도 강렬했다는 사실이다. 지금의 젊은 세대가 우리 사회의 기층을 이룰때는 할아버지 세대의 반공통일은 물론 아버지 세대의 자주적이고 평화적통일 열망까지도 박제된 유물이 될지 모른다.

내가 두려운 것은 어느 날 이 땅의 공동체 모두가 기정사실화 할지도 모른다는 노파심 하나다. 하나의 한국과 하나의 조선.

장상록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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